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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의료 민영화

홍준표 ‘진주의료원 폐업’ 48일간 숨겼다

홍준표 ‘진주의료원 폐업’ 48일간 숨겼다
지난달 12일에 이사회 몰래 열어 결정
발표 전날까지 “아직 안열었다” 거짓말
정상화 위한 노사대화 벌이는 ‘쇼’까지

[한겨레] 창원/최상원 기자 | 등록 : 2013.05.29 20:02 | 수정 : 2013.05.30 10:09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29일 저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진주시 초전동 진주의료원 본관 앞에서 촛불을 든 채 홍준표 경남지사를 비판하며 폐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진주/이정아 기자

경남 진주의료원을 29일 폐업하겠다고 발표한 경남도가 이미 48일 전에 진주의료원 이사회를 열어 폐업을 의결하고도 폐업 발표 전날까지 이 사실을 숨긴 채 ‘이사회를 아직 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폐업을 결정한 뒤에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를 약속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주의료원을 이날 폐업하고 진주의료원 직원들도 이날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박 원장 대행은 진주의료원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하고, 진주의료원 건물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진주지역에서 진주의료원 소집 이사회를 열어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했다. 당시에는 폐업일자를 확정하지 않아, 지난 22일 서면으로 이사들에게 29일 폐업한다는 데 동의를 받았다. 이사회에는 이사 8명 모두 참가했으며, 폐업에 반대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이 폐업을 하려면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정관’에 따라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경남도는 28일까지도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박 원장 대행은 “보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만 말했다. 경남도는 폐업을 발표한 뒤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이사회 의결서’ 등 폐업 관련 자료의 공개를 거부했다.

경남도가 이사회를 열어 폐업을 의결했다는 지난달 12일은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이른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심의했던 날이다. 당시 문화복지위 여야 경남도의원들은 도의회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했고,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은 밤늦게 폭력을 행사하며 안건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경남도 발표대로라면, 진주의료원 이사회는 경남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조례안을 심의하기도 전에 폐업을 의결한 셈이 된다.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달 23일 폐업을 한달간 유보하고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를 하기로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합의했고, 홍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나 박 원장 대행 등은 노조의 정상화 방안에 퇴짜만 놓고 단 한차례도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 원장 대행이 노사 대화 시한 마지막 날인 22일 폐업일을 결정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한달간 ‘시간끌기’로 노사 대화를 일관한 이유가 밝혀졌다.

이미 폐업을 결정한 뒤 노사 대화를 약속한 이유에 대해 홍 지사는 이날 오후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원이 (지난달 16~23일) 경남도청 별관 옥상 위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노조와 대화를 시도해보라고 했다”고 답했다.


출처 : 홍준표 ‘진주의료원 폐업’ 48일간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