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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의료 민영화

의료를 노사문제로 접근 ‘홍준표의 무리’… 공공의료 무너뜨려

의료를 노사문제로 접근 ‘홍준표의 무리’… 공공의료 무너뜨려
진주의료원 결국 폐업 왜
[경향신문] 김재중 기자 | 입력 : 2013-05-29 21:54:02 | 수정 : 2013-05-29 21:54:02


정부와 정치권, 보건의료계,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나섰지만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겠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꺾지 못했다. 폐업의 명분 쌓기용 대화로 일관한 경남도, 중앙정부는 관여할 수 없는 지방의 공공의료 제도, ‘우려’와 ‘당부’에 그친 정부·여당의 미온적인 태도가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적자와 노조를 이유로 103년 전통의 공공의료기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일어날 파문은 만만치 않다. 당장은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박근혜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설 수밖에 없고, 길게는 진주의료원과 비슷하게 적자를 겪고 있는 다른 지방의료원들이 연쇄적으로 폐업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지난 2월 26일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노조나 직원, 경남도의회와 상의 한번 없이 전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혔다. 그 후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요구에는 귀를 닫고 버티다가 45일 뒤인 4월 11일에야 노사대화를 시작했다.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4월 16일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지부장 등이 경남도청의 통신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였고 8일 뒤인 4월 23일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대화에 임하는 경남도의 자세와 정상화 의지에는 줄곧 물음표가 달렸다. 노조는 대화 과정에서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직원을 63.1%로 축소해 연간 130억 원대인 인건비를 76억여 원으로 줄이고, 총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도 82.8%에서 48.6%로 낮추겠다는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진주의료원 병상 수를 200개로 축소하고 직원은 154명으로 줄여 연간 2억여 원의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경남도는 아무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진주의료원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폐업을 위한 명분 쌓기 성격이 다분한 감사였다.

▲ 29일 오후 해고 통지를 받은 노조원들이 농성 중인 진주의료원 본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 경남도, 명분쌓기용 대화 일관…정부·여당은 말뿐
‘적자·노조 탓’ 공공의료 강화 대통령 공약도 의문


진주의료원은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의료원의 운영을 지원할 수 있지만 운영 주체는 명백히 지자체인 것이다. 홍 지사는 “지방의료원에 관한 것은 지자체의 권한”이라며 정부의 우려나 권고를 비켜 갔다. 야당 의원들이 지방의료원을 폐업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지자체 권한과 충돌할 수 있다면서 ‘협의해야 한다’로 귀결됐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자체장의 독단적인 전횡에 의해 공공병원이나 공공기관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체계나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홍준표 경남지사가 29일 오후 도정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말’과 진주의료원 폐업까지 정부·여당이 보여준 ‘행동’ 사이의 괴리도 비판받고 있다. 특히 홍 지사가 여당 대표를 지낸 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박근혜와 여당에 정치적인 공동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치솟는 의료비에 대처하기 위해선 공공병원밖에는 답이 없는데 복지부는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무력하게 대응했다”면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비전도 대책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진주의료원이 끝내 폐업할 경우 이미 취약한 상태인 한국 공공의료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진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의 주요 이유로 내세운 과도한 누적부채와 적자는 34개 전체 지방의료원이 비슷하게 안고 있는 문제다. 지방의료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로서는 같은 논리로 폐업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강원도는 도내 지방의료원 매각압력을 도의회로부터 받고 있다. 이진석 교수는 “진주의료원 사태가 공공병원 구성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모두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혁신과 발전의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어야 하는데 혁신의 싹을 아예 파묻어버린 셈”이라며 “다른 공공병원 전반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출처 : 의료를 노사문제로 접근 ‘홍준표의 무리’… 공공의료 무너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