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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밀양송전탑 마을 덮친 찢어지는 바람소리

[단독] 밀양송전탑 마을 덮친 찢어지는 바람소리
주민들, 불면증과 스트레스 호소....송전탑 전선 고정한 후 더 심해져
[민중의소리] 구자환 기자 | 발행시간 2014-10-01 10:59:13 | 최종수정 2014-10-01 11:23:48


초고압 송전탑 설치가 끝난 밀양의 마을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126번에서 130번 송전탑이 들어선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은 전선이 연결된 후 찢어지는 바람소리가 마을을 에워싸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호소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찾은 평밭마을은 해발 450미터에서 600미터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산골마을의 특성상 시내와는 달리 일상적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주민들은 이날 풍속은 마을에 흔한 정도라고 전했다.

129번 철탑과 약 200미터 거리의 평밭마을 진입로에서 들어본 송전탑의 소음은 언뜻 새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잠시 머물자 끊임없이 이어지는 찢어지는 날카로운 바람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치 태풍이 불어올 때 특정구조물에 바람이 갈라지는 찢어지는 소리에 ‘탁’ ‘탁’하는 원인모를 불꽃 튀는 듯한 소리가 섞여있다.

이 소음의 크기는 거리와는 상관없이 일정한 듯 들리지만, 송전탑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음질이 풍부해진다. 129번 송전탑과 약 50미터 거리에서 체험한 소음은 200미터 거리와 비교해 소리의 크기 차이는 확연하게 구별할 수 없었지만, 오싹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특히, 129번과 130번 송전선이 지나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주택의 피해가 더 심각한 편이다. 밤이 되면 불빛조차 없는 평밭마을 구화자(73)씨와 이금자(82)씨의 주택은 칠흙같은 어둠 속에 찢어지는 바람소리로 스산했다.

정확한 소음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측정기가 필요하지만, 이날 카메라로 촬영한 오디오 원본으로도 심각한 소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날 카메라로 촬영한 위 동영상 중 오디오 원본은 편집기에서 -18db(데시벨)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일반적인 설정하는 오디오의 크기인 -12db보다 한 단계 낮은 소리로 별도로 보정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 찢어지는 소리를 두고 주민들의 느낌은 다양했다. 한 주민은 “야시(여우)가 사람 깎는 소리 같다”고 했고, 한 주민은 “총알 날아가는 소리 같다”고 했다. 또, 한 주민은 “열두 가지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송전탑에서 나오는 소음은 이날 부쩍 심했다. 주민들은 “어제(29일) 한전에서 연결된 전선을 탄탄하게 고정하는 작업을 하고 난 이후 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다”며, “아직 본선이 연결이 다 안 됐는데 선 연결이 끝나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765kv 송전탑 설치가 끝난 밀양의 경과지 마을에서 날카로운 소음으로 인한 주민의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구자환 기자

소음 피해 민원을 대하는 한전의 태도도 성토 대상이 됐다. 이날 새벽부터 소음에 시달린 주민들이 한전에 전화를 해서 현장을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한전 직원 대신에 시공사 직원이 왔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현장에 잠시 머문 시공사 직원은 “잘 모르겠다”는 말만 하고 되돌아 가버렸다는 것이다.

김길곤(83) 마을자치회장은 “철탑이 서기 이전에는 주민들을 만나자고 하던 사람들이 철탑이 들어서니까 찾아도 오지 않는다”며, “송전탑을 세운 후 한전은 주민들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금자 할머니는 “나는 평소에 불면증이 없는데 저 소리 때문에 자주 깬다”고 했다. 또, “지난 해 5월 10일 알몸으로 경찰에 떠밀려 쓰러져 실신한 후 정신이 많이 흐려졌다”며, “우리가 젊은 애들 앞에서 알몸으로 가슴을 드러내고 싸우다 다치고 했는데 철탑을 보니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구화자 할머니는 “송전탑 막느라고 근처 안 가본 산이 없을 만큼 새벽이고 낮이고 다니다가 무릎이 상해버렸다”며 “집 앞 뒤로 서 있는 송전탑이 보기 싫어 밖으로 나오기도 싫은데, 이제는 저 소리 때문에 잠조차 제대로 못 자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 밀양 송전탑 마을, 정체불명의 '찢어지는' 바람소리 공포


출처 : [단독] 밀양송전탑 마을 덮친 찢어지는 바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