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악랄한 동양시멘트, 20년 노예처럼 부려먹고 집단해고

“악랄한 동양시멘트, 20년 노예처럼 부려먹고 집단해고...끝까지 싸우자”
노동부가 사내하청 직접고용 통보하자 101명 집단해고한 동양시멘트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3-03 16:21:13


▲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부가 2월 25일 강원도 삼척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양시멘트의 사내하청 노동자 집단해고를 규탄하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위장도급 판정을 받자 사내하청 노동자 101명을 집단해고 했다. ⓒ민중의소리

"우리는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로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근무한 노동자들입니다. 그게 불법인지도 몰랐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부에 진정을 넣자, 동양시멘트가 우리에게 하는 말이, 자기들은 우리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집회를 하면서 동양시멘트와 싸우고 있습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구호 하나 외치겠습니다. 전 조합원 총단결로 불법파견 박살내자."

최창동(52)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장은 지난해 10월 25일 삼척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비정규직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중앙 무대에 올라 투쟁발언을 했다. '끝까지 싸워서 불법을 박살내겠다'는 신생노조 지부장의 투쟁 의지에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4개월여가 흐르고 2월 13일 동양시멘트지부는 마침내 고용노동부로부터 '위장도급' 판정을 받아냈다. 동양시멘트 - 하청업체 - 노동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하청업체는 실체가 없으므로 노동자들의 사용주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동양시멘트라는 판정이었다. 고용노동부는 동양시멘트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직접고용 등 사용자로서 제반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그러나 동양시멘트는 이를 무시했다. 불법을 바로잡기는 커녕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 (주)동일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에따라 (주) 동일은 지난 17일 소속 노동자 101명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3월 1일자로 근로계약을 종료(해고)한다고 통보했다.

졸지에 해고자가 된 노동자들은 부당한 해고에 맞서 투쟁에 나서고 있다. 25일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앞에서 노동자들을 만났다.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하나되어 우린 맞선다. 승리의 그날까지~"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파업가를 불렀다. 동양시멘트에서 5년을 일하고 해고통보를 받았다는 한 노동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결코 물러날 수 없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삭발을 한 최창동 지부장과 지부 간부들은 원청인 동양시멘트에 교섭을 요구하면서 정문 앞에 눌러앉았다. 바리케이트가 쳐진 정문을 경비들이 지키고 섰고, 원청 관계자는 나오지 않았다.

▲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민중의소리

▲ 사내하청 해고자들이 원청 직접고용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면서 25일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정문 앞에 연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하청 비정규직 임금, 원청 정규직 절반 못 미쳐
"하청 직원의 70%가 5천원 대 시급 받아
보통 200시간 넘게 잔업해야 월급 200만원"

동양시멘트는 1957년 국내 최초로 시멘트산업에 진출했다. 삼척, 동해, 광양, 부산의 공장에서 시멘트를 생산한다. 삼척이 주력공장으로 연간 포틀랜드 시멘트 972만톤, 클링커(포틀랜드 시멘트를 만드는 원료) 1004만5천톤을 생산한다. 광산에서 석회석을 채굴해 파쇄하고 컨베이어를 이용해 제조공정으로 운송한다. 제조공정에서는 석회석을 이용해 시멘트 원료인 클링커를 만들고 여기에 부원료를 넣어 시멘트 완제품을 생산한다.

원청인 동양시멘트 정규직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섞여서 근무하고 있다. "한 부서에 10명이 있다고 치면 7명은 원청인 동양 직원이고 3명은 하청 직원이다. 동양 관리자인 반장이 하청 직원들도 직접 지휘한다. 원청 직원들이 결근을 하면 하청 직원들이 땜방도 하고 그랬다."

최창동 지부장은 같은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하청 직원의 임금은 동양시멘트 정규직 임금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동양관리자들이 데이터를 낸 게 있는데 40%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청 직원들은 시급으로 계산해 임금을 받는데, 하청 직원의 70%가 시급 5천원대를 받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이다보니 자녀들 키우면서 먹고 살려면 잔업을 안 할 수가 없다. "잔업을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이 하는 사람은 300시간도 하고 보통 200시간은 넘게 잔업을 한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이 월 200만원이다. 이게 말이 되냐."


"인원 적고 일은 많아 매일 4시간 연장근무
잔업 많이 해서 월급 오르면 시급 줄여"

최창동 지부장은 동양시멘트 삼척공장에서 25년간 일했다. 처음에 그가 입사한 곳은 동양시멘트와 도급계약을 맺은 대원기공이라는 설비보수업체다. 이 업체는 나중에 송원건설로 이름을 바꿨다. 해고 직전 최창동 지부장의 소속업체는 (주)동일이었다. 25년간 일하면서 최 지부장이 속한 업체는 여러번 바뀌었지만, 그가 동양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원청의 지시를 받으면서 일했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는 건 변함없다.

"정규직은 임금을 그대로 주면서 우리 임금은 깎기도 했다. 제일 화딱지 나는 건 이런 경우다. 어떤 사람은 잔업도 열심히 하고 회사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그래서 1년에 3천만원을 벌었다고 치자. 그리고 누구는 잔업을 하나도 안 하고 1년에 2천만원을 벌었다고 치자. 그럼 열심히 한 사람은 그 보상으로 시급을 올려주는 게 정상 아니냐? 그런데 열심히 해서 3천만원 번 사람 시급은 다음해에 100원 올려주고, 열심히 안 해서 2000만원 번 사람 시급은 500원 올려준다."

장시간 노동을 해서 임금 총액을 많이 가져가게 되면 시급 인상폭을 낮게 잡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해고된 이재형(43) 씨도 그런 경우다. 이 씨는 삼척공장에서 15년을 일했다. 굴삭기와 도저 운전을 했다.

"시급 얘기하면 열 많이 받는다. 부원료를 생산하는 광산에서 일했는데 인원은 적고 일 양은 많아서 매일 4시간씩 연장근무를 했다. 잔업을 많이 하니 연봉이 올랐는데 연봉이 오르면 시급을 줄이는 역순환제를 시행했다. (주)동일 입사 순위로 따지면 제가 10위쯤 된다. 그런데 시급으로 따지면 15위쯤 된다."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인 동양시멘트의 요구로 부당하게 징계를 받기도 했고, 하고 싶지 않은 잔업을 억지로 해야 했고, 노후 장비로 인해 늘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일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회사가 주면 주는 대로 받는 것이 하청노동자가 당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 줄 알았다. 지난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동양시멘트가 우리를 속여가며 노예처럼 부린 것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 집단해고된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월 25일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정문 앞에 모여서 집단해고를 규탄하면서 원청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저임금 장시간 노동하다 지난해 노조 결성
노동부에 위장도급 불법파견 진정서 접수
2월 13일 위장도급 판정

동양시멘트 삼척공장에는 9개의 사내하청업체가 있다. 이중 (주)동일과 (유한기업)두성 두 곳에서 지난해 5월과 6월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과 7월 고용노동부에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진정서를 접수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나섰고 지난 13일 '위장도급' 판정이 나왔다. 동양시멘트와 (주)동일, (유)두성이 외형상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주)동일과 (유)두성은 사업주로서 독자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이 없고 동양시멘트가 (주)동일, (유)두성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 등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했기 때문에 두 업체 소속 노동자들과 동양시멘트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동양시멘트에 (주)동일, (유)두성 노동자들과 근로계약 체결 등 직접 고용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도급은 민법상 계약인데, A가 B에게 일의 완성을 부탁(도급계약)하고, B가 일을 완성하고 A로부터 보수를 받는 것이다. 위장도급은 실질적으로 도급이 아닌데 도급으로 위장했다는 의미다. 수급인(하청회사)이 사업주로서 실체가 없는 경우, 도급인(원청회사)이 실질적으로 수급인의 노동자에게 지휘·명령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위장도급에 해당한다.

동양시멘트와 (주)동일, (유)두성의 관계는 위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는 건 하청 노동자들이 (주)동일, (유)두성과 근로계약관계에 있지만 이는 형식일 뿐 실질적으로는 동양시멘트와 근로계약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양시멘트지부 간부들이 2월 25일 삼척시청 앞에서 열린 사내하청 집단해고 규탄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불법·탈법적으로 노동자 부려온 셈
노동부가 바로잡으라고 하자 아예 해고 조치
해고자들 삼척공장 앞에서 천막농성 돌입
"이길 때까지 싸우고, 싸워서 이기자"

동양시멘트는 불법·탈법적으로 노동자들을 수십년간 부려온 셈이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바로잡으라고 통보했는데 무시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동양시멘트가 직접 고용 등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제반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는 것 외에 우리가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직접고용은 커녕 해고를 해 버린 것에 대한 동양시멘트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 본사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언론 취재를 피하는 듯 했다.

하청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가 위장도급 판정에 대해 도급계약 해지 및 해고로 대응한 건 노동조합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중재로 특별교섭을 했었는데 동양시멘트는 처음부터 위장도급 진정을 취하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 해준다는 태도였다."

이번에 해고된 101명은 원청인 동양시멘트에 직접고용 등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면서 투쟁에 나섰다.

"결코 물러날 수 없는 투쟁이다." (5년 근무 해고자)
"직접고용 이행하라고 투쟁하는 길 밖에 없다. 물러설 곳도 없다." (15년 근무 해고자)
"끝까지 단결해서 지금까지 받아온 설움을 털어내겠다." (25년 근무 해고자)

이들은 2일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앞에 무기한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이길 때까지 싸우고 싸워서 이기자" 해고자들이 외친 구호다.


출처  “악랄한 동양시멘트, 20년 노예처럼 부려먹고 집단해고...끝까지 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