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노골적 선거개입? 박근혜, 선거 하루전 새누리 ‘물타기’ 가세

노골적 선거개입? 박근혜, 선거 하루전 새누리 ‘물타기’ 가세
박근혜, ‘성완종 특사’ 집중 비난…‘유체이탈’ 화법에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민중의소리] 최명규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4-28 21:18:31


▲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가 25일 오후(현지시각)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브라질 상파울루 쉐라톤호텔 컨벤션센터에서 한-브라질 패션쇼와 케이팝(K-Pop) 공연으로 구성된 'Fashion & Passion'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중남미 순방 뒤 '와병' 중인 박근혜가 4.29 재·보궐선거 전날인 28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유체이탈'을 넘어서 '물타기'로 점철된 '담화'였다. '성완종 특사'를 집중 비난하면서 새누리당의 '물타기'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노골적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근혜, 선거 하루전 여당의 '물타기' 가세
'탄핵의 추억' 상기시킨 문재인 "박근혜, 선거중립 위반" 경고

박근혜는 이날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한 '대독 담화'에서 "고(故)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고 성완종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 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됐다"고 비난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새누리당 전 의원)에 대한 특별사면은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5월, 2007년 12월 두 차례 있었다. 박근혜의 발언은 이러한 '특사'가 결국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물들이 대거 연루된 이번 파문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참여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온 셈인데, 주장 자체의 '논리적 비약'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재보선 국면에서 '물타기'에 나선 새누리당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선거 개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즉각 "노골적 선거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친박권력형 비리게이트 대책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은 "새누리당이 선거 전략 차원에서 물귀신 작전을 들고 나왔는데, 그것을 대통령이 고스란히 읊었다"며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특정정당을 편들어 주나"라고 비판했다. 김영록 의원도 "4.29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성완종 리스트와 관계없는 특별사면 문제를 길게 언급한 것은 노골적이고 변칙적인 선거개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은 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사건의 본질을 가리며 정쟁을 하고 있는 여당의 편을 들면서 간접적으로 여당의 선거를 지원했다"며 "선거의 중립도 위반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또한 "이렇게 물타기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나서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문 대표의 발언은 과거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탄핵까지 갔던 일을 상기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근혜를 향한 '최고 수위의 경고'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탄핵을 주도한 세력은 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성남 중원지역 지원유세 중 박근혜 담화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완종 리스트' 본질 비켜간 '유체이탈' 화법

박근혜의 발언은 또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본질을 비켜간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문은 단순히 '친박' 핵심 인사들이 비리 의혹에 휩싸인 것 정도로 그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폭로한 금품수수 의혹이 벌어진 시점은 대선 등 박근혜가 중심에 있었던 사건들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지난 2006년 9월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건넸다고 밝혔다. 당시는 김 전 실장이 박근혜의 벨기에·독일 방문을 수행했던 시점이었다.

성 전 회장은 또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 캠프에 있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리베라 호텔에서 만나 몇 차례에 걸쳐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그 돈 가지고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2억원을 줬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이 사람(홍문종 의원)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잖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의혹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고 공소시효 문제도 일부 있으나, 중요한 것은 성 전 회장이 건넨 돈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박근혜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박근혜가 당선된 2012년 당시의 대선자금 문제까지 걸쳐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본인의 문제는 쏙 뺀 채 '리스트'에 거명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일종의 '꼬리자르기'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박근혜는 "누가 이 사건에 연루됐든 간에 부패에 대해선 국민적인 용납이 되지 않을 것", "무엇보다 수사가 공정하게 잘 진행이 되도록 관련된 인사들의 협조가 이루어져서 진실이 밝혀지고 국민적 의혹이 풀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그 대상에 본인은 없었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 가능한가

박근혜의 발언 속에는 '공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박근혜 역시 연관돼 있고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리스트'에 오른 당사자인 만큼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선 청와대 자체가 보고라인에서 배제돼야 한다.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고,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수사 내용을 보고하는 현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성역 없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병기 실장의 사퇴와 함께 우병우 민정수석,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청와대 입김을 배제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특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는 이병기 실장 등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 또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에 국민적 의혹이 남아있다면 여야가 합의해서 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게다가 박근혜의 이번 담화에 대해선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이 '성완종 사면' 건을 집중 거론한 만큼,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갈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박근혜는 사과는 고사하고 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며 "특검도 못 받겠다는 말이고 성완종 리스트와 직접 연관도 없는 특별사면만 수사하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출처  노골적 선거개입? 박 대통령, 선거 하루전 새누리 ‘물타기’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