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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이라서, 새누리당 행사라서’ 괜찮다는 선관위

‘당원이라서, 새누리당 행사라서’ 괜찮다는 선관위
선관위 “최경환·정종섭, 선거법 위반 아냐”...정부·여당 눈치보기?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15 10:25:35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행정자치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발언에 대한 정 장관 사퇴를 촉구한 야당이 불참한 채 진행 정 장관이 여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선거법 위반 논란을 받던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부총리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앞서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최 부총리는 ‘당의 총선 일정이나 여러 가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정 장관은 연찬회 자리에서 건배 제의를 받고 ‘총선, 필승’이라고 외쳤다.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두 명의 고위공직자의 발언에 대한 해석은 상식적이라 보기 어렵다. 최 부총리에 대해 “정당의 당원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경제정책을 설명하면서 법안처리에 여당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행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정 장관의 경우에는 “당정협의 차원에서 정당의 초청을 받아 참석하였고, 사전 계획된 바 없이 현장에서 사회자의 건배 제의 요청에 응하여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인사말”이라고 판단했다.

즉, 최 부총리는 ‘당원이니까’, 정 장관은 ‘여당끼리 있는 자리니까’ 괜찮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당 소속의 고위공무원은 마음대로 당 지지 선언을 해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같은 당끼리 있는 자리라면 고위공무원이 특정 당을 응원해도 그것이 상식적인 일이란 말인가?

중앙선관위의 비상식적인 판단에 의해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고있다’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는 당초 행자부 국정감사 전인 7일 최 부총리와 정 장관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일주일이나 넘겨서 발표했다. 선관위는 회의 일정 등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핑계됐으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9일 예정된 국감 이후로 일정을 연기한 것이 아니냐 의혹이 제기된다. 선관위가 정치권, 특히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선관위는 과거 MB시절인 2012년 3월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평통 및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 대해 선거법 제 101조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류 전 장관의 발언이 아니라 특강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반해 이번 최 부총리의 발언은 비교적 더 노골적인 여당 지지 발언임에도 선관위는 다른 잣대로 해석했다.

최근 박근혜가 대구를 순방했을 때 대구지역 의원들은 만나지 않은 채 정 장관과 동행한 것을 두고 선관위에게 던지는 일종의 암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 대구·경북 ‘물갈이’ 주자로 점찍어 놨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선관위의 비상적인 판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당에 유리했던 면이 있어 예측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 4월 15일, 당시 특임장관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지방선거를 두달 여 앞두고 한나라당 대구 수성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해 자당 후보에 대한 지지호소 발언을 했다. 하지만 당시 선관위는 가장 낮은 처분인 '공명선거 협조요청' 공문 발송으로 갈음했다.

내년 총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여권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선관위 행태가 '엄정 중립', '공정 선거'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지 의문이다.


출처  [기자수첩] ‘당원이라서, 새누리당 행사라서’ 괜찮다는 선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