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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정교과서’ 대학 강연도 사찰

경찰, ‘국정교과서’ 대학 강연도 사찰
담당자에 “주최가 누구냐”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0-26 17:58:39


경찰의 감시 대상이 됐던 국정교과서, 마르크스주의 관련 강연 포스터. ⓒ경상대 정치경제학 대학원


현직 정보과 경찰이 대학가의 특정 강연 담당자를 통해 주최자와 신분을 묻는 등 노골적으로 사찰을 벌인 정황이 파악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6일 경상대학교 정치경제학 대학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경남 진주경찰서 정보보안과 설모 계장은 지난 23일 오후 3시께 정치경제학 대학원 학생 오모씨에 전화를 걸어 2015년 하반기 1회 공개강연의 주최 등에 대해 5분여간 캐물었다.

설 계장은 진주 지역 대학교를 담당하는 정보관이다. 해당 강연은 정치경제학 대학원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강연 중 하나로, 이번 회차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무엇이 문제인가’,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쟁점들:마르크스주의적 분석’ 이렇게 두 가지 강연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설 계장은 오씨와 통화에서 강연 안내 포스터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고 밝히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주최자가 학생이냐 교수냐” 등에 대해 조목조목 물어봤다. 하지만 정작 포스터에는 강연 내용과 강연자, 주최, 담당학생 등에 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오씨가 “이런 식으로 전화를 거는 것이 어떤 의미인 줄 아시느냐”며 사찰 문제를 간접적으로 제기하자, 설 계장은 오히려 “학생한테 제가 전화한 것이 문제가 되느냐. 물어보는 건 문제가 없지 않냐”고 오히려 당당하게 되물었다.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때만 하더라도 정보수집 차원의 학내 사찰 행위는 비일비재했었으나, 민주정권이 들어선 2000년대 이후 경찰의 대학가 사찰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이 같은 행위는 사실상 금기시돼왔다.

하지만 경찰 측은 오히려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직접 전화를 건 당사자인 설 계장은 “내가 할 말이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고, 진주경찰서 정보보안과장은 “자기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한 일이 아니겠느냐. 우리가 해명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여론상 정부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국면에서 경찰들이 정권에 과잉충성을 하거나,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과도하게 일선 학교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토론회 담당자인 오씨는 “공무를 이런식으로 집행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참 끈질겼다”면서 “간단한 토론회조차도 이렇게 혈안이 되어서 쫓아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놀라웠다”고 의아해했다.

앞서 이달 초에는 일선 경찰서 소속 정보과 직원들이 고등학교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교사들을 통해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7일 울산 동부경찰서 소속 모 형사는 울산 지역 4개 이상의 고등학교 역사 교사들에게 전화해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교과서 선정 과정에 외압이 없느냐’, ‘학생들이 교과서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느냐’ 등을 캐물어 사찰 논란이 일었다.


출처  경찰, ‘국정교과서’ 대학 강연도 사찰...담당자에 “주최가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