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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이 박근혜는 그 박근혜인가?

이 박근혜는 그 박근혜인가?
나빠졌다, 좋아졌다 춤추는 한국 경제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3-07 21:07:27


우리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박근혜는 분명 지난달 16일 국회 연설에서 “안보, 경제의 이중 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와 노동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고작 20일이 지난 7일, 박근혜는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만큼 하고 있는 것은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경제가)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래서 또다시(지금까지 한 10여 번은 나왔던)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이 박근혜가 그 박근혜가 맞는 거냐?


“경제 좋다” 넘어서 “좋다고 홍보하라”는 박근혜

노동 악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이 떠들던 그 박근혜가 이 박근혜가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박근혜(3월 7일의 박근혜)의 말을 좀 더 따라가 보자. 박근혜는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수출은 1월보다 감소 폭이 줄어들었고 소비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는 이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의 미래가 장밋빛이라는 사실까지 덧붙였다. “앞으로 자동차 개별 소비세 감면 연장, 재정 조기 집행 등의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고 한다.

▲ 박근혜가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 중요한 대목은 이것이다. 박근혜는 심지어 경제가 좋아질 것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을 주문한다. “투자와 소비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이 되면 정상적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국민들께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 대책에 전력하고 국민과의 소통 노력도 강화해 주기를 바란다”고 비서관들에게 주문했다는 것이다. “무슨 놈의 경제가 며칠 만에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냐?”는 네티즌들의 의문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다.


야당의 경제 실정 프레임 설정에 허겁지겁 태세 전환

박근혜의 뜬금없는 경제 예찬론을 복잡한 수치로 반박할 생각은 없다. 마침 같은 날(7일) 정부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동향 3월호>를 발표했다. 박근혜의 말은 자신들이 싱크탱크로 여기는 한국개발연구원 발표에서도 처참하게 박살이 난다.

박근혜는 “소비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말을 거스르는 KDI의 당찬(!) 반론은 이렇다. “(서비스업 생산 등) 일부 지표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전반의 개선 추세는 약화하고 있다. 2월 중 소비자심리가 전월(100)보다 하락한 98을 기록하며 기준치를 밑도는 등 소비심리가 점차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향후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약화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박근혜의 말이 틀렸다는 이야기다.

수출에 대해 박근혜는 “수출은 1월보다 감소 폭이 줄어들었고”라며 긍정적 수치를 뽑아냈다. 이에 대한 KDI의 우려 섞인 목소리는 이렇다. “조업 일수 등의 영향으로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조업 일수를 조정한 일평균 수출액은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즉 전년 대비 2월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든 건 2월의 조업 일수가 지난해보다 늘었기 때문이며, 조업 일수를 맞춰 하루 평균 수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하락 폭이 여전히 크다는 이야기다. 역시 박근혜의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경제 전망에 대해 박근혜는 “앞으로 자동차 개별 소비세 연장, 재정 조기 집행 등의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이에 대해서도 KDI는 부정적이다. KDI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번 달에는 아예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어조를 분명히 했다. 경기 개선이 지속하기는커녕 성장세가 둔화한다는 게 정부 측 전문가들의 현실적 분석이다.

박근혜가 한 달 만에 경제 문제에 대해 이런 태세 전환을 보인 이유는 경제 실정 문제가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그 한 달 사이에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고작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것뿐이기 때문이다. 설마 “테러방지법이 경제를 살렸다”는 황당한 주장을 할 참이 아니라면, 태세 전환 원인은 야당의 경제 실정 공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실제 야당은 최근 연일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공격하는 중이다.

박근혜의 낙관적 경제 전망은 거짓이다. 그녀는 또다시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 문제에마저 그릇된 수치를 들이댔다. 만약 박근혜가 자신의 장밋빛 전망을 진실이라고 우길 참이면 증명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녀가 직접 “자동차 개별 소비세 감면 연장, 재정 조기 집행 등의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으니 소비세 감면을 연장하고 재정을 조기 집행해 경제를 살려라! 대신 민생 살리기라는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추진했던 노동악법 입법을 즉각 멈추면 믿어주겠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 돼 경제가 엉망이다”라고 징징거렸던 박근혜가 아닌가? 이미 경제가 좋아졌고, 앞으로 더 좋아질 방법을 박근혜가 친히 찾아냈으니, 굳이 사회적 논란이 거센 그 법을 통과시킬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출처  이 박근혜는 그 박근혜인가? 나빠졌다, 좋아졌다 춤추는 한국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