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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부지 변경’에 ‘꼼수’까지 부린 국방부

‘사드 배치 부지 변경’에 ‘꼼수’까지 부린 국방부
공식 발표도 거부…‘불통’ 자처한 국방부에 거센 비난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6-10-01 20:06:39 | 수정 : 2016-10-01 20:06:39


▲ 사드 배치 부지 변경 국방부 보도자료 일부 ⓒ국방부 보도자료 캡처


경북 성주군의 성산포대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최적 부지라며 배치를 강행했던 국방부가 79일 만에 다시 성주골프장이 최적의 부지라며 말을 완전히 바꿨다. 국가 안보용이라고 주장하는 '사드 배치'를 마치 '폭탄 돌리기'처럼 떠넘기는 식으로 국방부가 스스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방부는 공식 발표나 브리핑도 하지 않은 채 기자들에게 달랑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의 사드 제3부지와 관련한 자료를 보냈다.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사드 배치 지역 발표와 관련해 "발표 방식은 지역 주민의 뜻을 모아 성주 군수가 3개 부지에 대해 검토 요청을 했고, 결과를 성주 군수에게 설명한 만큼 이를 공식 발표로 대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방부가 나서서 직접 발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국방부는 성주 군수가 대체 부지를 요청해서 3개 부지를 검토했고, 그 결과를 성주 군수에게 설명했으니 끝이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가 국가 안보에 중요한 사항이라고 늘 강조하던 국방부는 이날 기자들의 수차례 요청에도 자신들이 나서서 공식 발표하지 않은 '꼼수'를 부린 것이다. 마치 제3부지 변경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과 똑같은 '돌려치기'를 한 것이다.

국방부가 이날 기자들에게 돌린 보도자료 어디를 보아도 기존의 '성산포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방부는 지난 7월 13일, 사드의 성산포대 배치를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이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지역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최적의 사드 배치 부지"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79일 만에 입장을 완전히 바꾸면서 왜 '성주골프장'이 '성산포대'보다도 더 나은 배치 지역인지에 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지난 8월 22일에 성주군이 지역 주민의 뜻을 담아 요청한 까치산, 염속봉산, 달마산 등 3개 부지에 대해 한미 공동실무단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뜬금없이 '성주골프장'을 '달마산'이라는 낯선 지명으로 표현했다. 또 이번에 부지 변경은 자신들의 뜻이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뜻'이라고 강변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 스스로 정책 결정의 주관과 국민과의 신뢰를 내팽개쳤음을 그대로 실토한 꼴이다.

국방부는 또 "3개 부지에 대한 평가결과, 성주 스카이힐 골프장이 위치한 달마산이 부지 가용성 평가기준을 가장 충족한 것으로 나타나 사드 체계 배치부지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전 주한미군 사드 체계 배치를 위한 제3부지에 대한 평가결과를 경상북도와 성주군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평가결과와 관련해 성주군수나 경북 도지사에게 물어보라는 말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사전 설명했다는 국회의원은 물론 해당 지자체장에게 건넨 문서는 같은 보도자료 한 장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국가 안보에 '우왕좌왕'…거센 반발 명분만 준 꼴

국방부는 결국,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는 입장을 지난 8월 4일, 박근혜의 이른바 '제3부지 검토' 발언 한마디로 완전히 바꾼 셈이다. 이미 국방부는 지난 수년간 "사드의 한국 배치는 기존 한국형미사일방어정책(KAMD)과 중첩될 수 있어 필요 없다"고 고수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도 올해 초 박근혜의 한 마디에 '사드 한국 배치 결정'으로 돌변했다. 또 배치 결정 이후에는 국방부는 사드가 북한의 공격을 방어할 핵심 무기라고 선전했지만, 배치 장소 결정에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안보에서의 원칙과 일관성을 상실한 모습만 보인 셈이다.

언론들은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으로 부지 변경 사유를 성산포대에 비해 주변에 민가도 적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국방부가 기존 성산포대를 발표하면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아무런 유해 요소가 없다고 강변한 자신들의 주장과도 스스로 배치된다. 국방부는 이러한 점을 의식해 보도자료에는 '성산포대'와의 비교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 하지만 배치 지역 변경의 사유를 설명하지도 않고 단지 '지역 주민의 뜻'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오히려 성주골프장과 가까운 김천 시민들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사드 성산포대 배치 발표 이후 성주 군민과 국민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소통을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번 보도자료에서도 "우리 군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가를 보위하는 조치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 국민과 해당 지역 주민들께서 이러한 우리 군의 충정을 이해해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부지를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성주 군민이나 김천 시민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통행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부지 변경을 발표하기 직전에야 해당 지자체와 국회에 보고했다는 것 역시 '소통'이나 '협의'가 아니라 거의 일방적인 '통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스스로 이미 '원칙'과 '일관성'을 완전히 상실한 국방부가 이번에도 '국민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서 그 국민 앞에서는 '공식 발표'도 못하는 '불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출처  ‘사드 배치 부지 변경’에 ‘꼼수’까지 부린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