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법 성격의 FTA, 국내법보다 우위”
ㆍ투자자소송, 다른 협정에도 있다
안홍욱·장은교·박홍두·김지환 기자 ahn@kyunghyang.com | 입력 : 2011-11-01 21:50:20 | 수정 : 2011-11-01 21:50:21
정부와 여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새로 도입된 제도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85개국과 투자협정(BIT)을 체결했고, 그중 81개 국가와의 투자협정에 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1976년 영국과 맺은 투자협정 때부터 들어갔고, 이후 맺어진 투자협정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모두 포함됐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2500여개에 달하는 투자 관련 국제협정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보편적 규정임을 강조한 것이다. 유독 미국과의 FTA에서만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문제삼을 수 없다는 논리다.
반대로 투자협정과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체결한 투자협정은 한·일 투자협정을 제외하곤 모두 우리 국내법에 따라 설립되고 허가된 투자만 보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FTA는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고 범위도 포괄적이어서 설립 전 투자, 간접투자까지 포함된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FTA에서 제소가 발생해 패소하면 그 영향력이 투자협정처럼 투자 부문에만 한정되지 않고, 중재 재판부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FTA 특혜관세 중단이라는 관세보복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이 있는 이종훈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투자협정에서의 투자산업과 달리 한·미 FTA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적용받는 투자산업은 주식이나 자본거래까지도 명시돼 있다”며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적용 범위는 투자협정보다 한·미 FTA가 훨씬 더 넓어 국내 산업 보호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투자협정은 대체로 국내법에 의해 규정되지만, FTA는 ‘신법’ 성격이어서 기존의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게 된다.
■ “건보 당연지정제 소송당할 수도”
공공재는 소송대상 아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반대하는 또 다른 논리 중 하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공공정책도 영향권에 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돗물 같은 공공재는 대상이 아니고, “공공정책을 투명하고 일관되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면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따른 제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반대하는 측은 “공공영역이라도 미국인 투자자 사업과 경쟁관계로 파악되는 순간 공공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국가 지원체계 자체를 문제삼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기업 메탈클래드는 1993년 멕시코의 한 계곡에 유독성 폐기물 매립처리장을 건설했다. 주민이 반대하자 시 당국은 매립처리장 가동 신청을 거부했다. 회사는 멕시코를 제소했고, 재판부는 메탈클래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환경보호 조치와 같은 동기라든가 의도 등은 고려하거나 결정할 필요가 없다. 고려할 문제는 오로지 투자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가다”라고 판시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회는 1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보장성 강화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은 협정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며 “하지만 캐나다에서 민간 의료클리닉 분야에 투자한 미국의 영리병원 트러스트 기업인 센츄리온은 2008년 7월 캐나다 연방보건법을 중재 절차에 회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방보건법은 국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 실장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 암 보험, 실손형 보험 등이 덜 팔려 손해를 입게 될 미국 기업이 보장성 강화 조치에 대해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중소기업적합업종지원특별법’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두부나 콩나물 등을 팔 수 없도록 제한해 사업에서 철수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업 철수로 기업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국내 재벌 그룹 대주주가 다 외국계 펀드인데 주가가 떨어지면 우리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중남미, 미국 상대 제소 사례 없어”
한국 기업에도 유리하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국내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이 소송 자체가 불평등해 불리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협정 의무 준수 여부를 제3의 판정기구에서 심판하는 분쟁해결제도는 여타 조약에서도 채택되고 있는 제도”라며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했을 때에도 필요한 조항”이라고 말한다. 반면 야당은 중남미 국가들은 FTA를 체결한 미국을 상대로 소송한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올해 4월까지 미국 기업이 이 조항에 근거해 상대국 정부를 제소한 사례는 108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분쟁을 해결하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상사분쟁재판소를 놓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가 이 협약에 가입한 지 45년이 됐지만 한 번도 제소를 당한 적이 없다”며 “미국 투자자가 패소한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야당은 또 재판소 인적 구성이 불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재판소는 한·미 양국이 1명씩 재판관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협의를 통해 선정하되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재판소 사무총장이 추천·선정토록 돼 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이 요건은 세계은행 총재를 다수 배출한 미국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012150205&code=920501
ㆍ투자자소송, 다른 협정에도 있다
안홍욱·장은교·박홍두·김지환 기자 ahn@kyunghyang.com | 입력 : 2011-11-01 21:50:20 | 수정 : 2011-11-01 21:50:21
정부와 여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새로 도입된 제도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85개국과 투자협정(BIT)을 체결했고, 그중 81개 국가와의 투자협정에 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1976년 영국과 맺은 투자협정 때부터 들어갔고, 이후 맺어진 투자협정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모두 포함됐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2500여개에 달하는 투자 관련 국제협정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가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보편적 규정임을 강조한 것이다. 유독 미국과의 FTA에서만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문제삼을 수 없다는 논리다.
반대로 투자협정과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체결한 투자협정은 한·일 투자협정을 제외하곤 모두 우리 국내법에 따라 설립되고 허가된 투자만 보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FTA는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고 범위도 포괄적이어서 설립 전 투자, 간접투자까지 포함된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FTA에서 제소가 발생해 패소하면 그 영향력이 투자협정처럼 투자 부문에만 한정되지 않고, 중재 재판부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FTA 특혜관세 중단이라는 관세보복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이 있는 이종훈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투자협정에서의 투자산업과 달리 한·미 FTA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적용받는 투자산업은 주식이나 자본거래까지도 명시돼 있다”며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적용 범위는 투자협정보다 한·미 FTA가 훨씬 더 넓어 국내 산업 보호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투자협정은 대체로 국내법에 의해 규정되지만, FTA는 ‘신법’ 성격이어서 기존의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게 된다.
■ “건보 당연지정제 소송당할 수도”
공공재는 소송대상 아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반대하는 또 다른 논리 중 하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공공정책도 영향권에 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돗물 같은 공공재는 대상이 아니고, “공공정책을 투명하고 일관되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면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따른 제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반대하는 측은 “공공영역이라도 미국인 투자자 사업과 경쟁관계로 파악되는 순간 공공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국가 지원체계 자체를 문제삼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기업 메탈클래드는 1993년 멕시코의 한 계곡에 유독성 폐기물 매립처리장을 건설했다. 주민이 반대하자 시 당국은 매립처리장 가동 신청을 거부했다. 회사는 멕시코를 제소했고, 재판부는 메탈클래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환경보호 조치와 같은 동기라든가 의도 등은 고려하거나 결정할 필요가 없다. 고려할 문제는 오로지 투자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가다”라고 판시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회는 1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보장성 강화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은 협정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며 “하지만 캐나다에서 민간 의료클리닉 분야에 투자한 미국의 영리병원 트러스트 기업인 센츄리온은 2008년 7월 캐나다 연방보건법을 중재 절차에 회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방보건법은 국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 실장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 암 보험, 실손형 보험 등이 덜 팔려 손해를 입게 될 미국 기업이 보장성 강화 조치에 대해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중소기업적합업종지원특별법’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두부나 콩나물 등을 팔 수 없도록 제한해 사업에서 철수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업 철수로 기업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국내 재벌 그룹 대주주가 다 외국계 펀드인데 주가가 떨어지면 우리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중남미, 미국 상대 제소 사례 없어”
한국 기업에도 유리하다
정부는 “협정 의무 준수 여부를 제3의 판정기구에서 심판하는 분쟁해결제도는 여타 조약에서도 채택되고 있는 제도”라며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했을 때에도 필요한 조항”이라고 말한다. 반면 야당은 중남미 국가들은 FTA를 체결한 미국을 상대로 소송한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올해 4월까지 미국 기업이 이 조항에 근거해 상대국 정부를 제소한 사례는 108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분쟁을 해결하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상사분쟁재판소를 놓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가 이 협약에 가입한 지 45년이 됐지만 한 번도 제소를 당한 적이 없다”며 “미국 투자자가 패소한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야당은 또 재판소 인적 구성이 불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재판소는 한·미 양국이 1명씩 재판관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협의를 통해 선정하되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재판소 사무총장이 추천·선정토록 돼 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이 요건은 세계은행 총재를 다수 배출한 미국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012150205&code=9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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