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맛집'은 조작됐다…다음엔 '가짜 의사'다"
[인터뷰] 방송사와 '유쾌한 맞짱'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기사입력 2011-06-27 오후 1:22:35
<트루맛쇼>의 몰카 식당이 들킬뻔한 사연
프레시안 : <트루맛쇼>로 수익 좀 내셨나요?
김재환 : 계산기를 두드려 봤더니 영화 자체로 손익분기점 맞추려면 16만 명 들어야 하더군요. 이번 주말(25일)까지 1만 명 들어옵니다.
프레시안 : 앞으로도 미디어 비판 다큐를 두 편 정도 더 준비했다고 들었는데요?
김재환 : 힘들어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내년에는 무조건 하나 더 만듭니다.
프레시안 : 다음 영화가 뭔지 알 수 있나요?
김재환 : 지금 돈 내고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음식 관련 코너에 의사 인터뷰 15~20초가량 들어가게 하고, 한달에 4회 출연하게 하고, 이런 식으로 조건을 붙여서 돈 얼마씩 내고 출연하는 의사가 많습니다. 신문에도 돈 내고 칼럼 씁니다. 방송의 건강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예요.
요새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요, 만약 앞으로도 의사가 돈 내는 관행이 안 사라지면 저희가 가짜 의사 투입할 겁니다. 의사 여러분, 돈 내고 방송 나가지 마세요. 그러면 <트루의쇼>에 나오실 수 있습니다. 하하.
프레시안 : 이렇게 계속 싸우느라 에너지 소진하고, 돈 못 벌고, 방송사와 관계도 틀어지고. 아주 안 좋은 상황 아닙니까?
김재환 : 중요한 건 제가 멀쩡해야 한다는 겁니다. 요새 저희 사무실로 자신이 찍은 다큐를 들고 와서 코멘트해달라는 분들이 많아요. 그 동안 표현을 하고 싶어도 표현의 장을 못 찾으신 분들이 폭발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꼭 살아남아야 하고, 회사가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다른 분들도 저처럼 권력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프로를 또 만드시죠.
프레시안 : 가족들은 반대 안 했나요?
김재환 : 와이프가 반대 했어요. '왜 네가 해야 하냐'고요. 그런데 제가 '무조건 해야겠다. 이유가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해주니 이해하더군요.
영화를 위해 일산에 식당을 빌린 다음 한동안 장사를 했는데요, 와이프도 와서 김밥 말았어요.
프레시안 : 장사는 잘 되셨나요?
김재환 : 말도 마세요. 가게 오픈 첫날에 아르바이트생 두 명이 오기로 했다가 모두 펑크를 낸겁니다. 첫날부터 완전 엉망이었어요. 우리 회사 사람들이 두명씩 조 짜서 가게에서 서빙하고 김밥 말고 설거지 했어요.
식재료 사는 것부터 해서, 식당업 정말 힘들더군요. 일하면서 느낀 게, 정말 양심을 지켜가면서 식당으로 돈 벌기가 힘들다는 거였어요.
프레시안 : 지금은요?
김재환 : 지금은 커피 팝니다. 바리스타 두 명을 뒀는데, 하루 두잔만 판 적도 있답니다. 주요 고객이 접니다. 다음달 중순이면 계약이 끝납니다.
프레시안 : 일산 웨스턴돔이 MBC 바로 앞인데요.
김재환 : 소송 때 심지어 MBC에서는 '우리 엿 먹이려고 회사 앞에 차린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식당을 차리려고 컨설팅을 맡겼는데, 홍대, 이대, 웨스턴돔 이렇게 세 군데를 추천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홍대와 이대는 너무 비싸서 도저히 못 들어갈 것 같아서 웨스턴돔으로 갔습니다.
촬영준비를 할 때 정말 가슴 철렁한 순간이 있었어요. 김유곤 피디라고, <일밤>에서 몰래카메라 오래 하다가 요새는 <나는 가수다>하는 후배가 있어요. 제 대학 후배이기도 하고요. 이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데 '형, 이거 몰래카메라 하려고 세트 만든 거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몰래카메라 같은데?' 이러더라고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밥 먹어라'하면서 넘어가긴 했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프레시안 : 영화 나온 다음에는 뭐라고 하던가요?
김재환 : 요새 <나가수>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아직 못 봤대요. 연락도 없어서 제가 화가 나서 '형님 죽겠는데 문자 한 통 없냐'고 연락했더니 작가들이랑 같이 보러 가겠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거 나가면 좀 그럴텐데…, 그냥 냅시다. 하하하. [끝]
[인터뷰] 방송사와 '유쾌한 맞짱'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기사입력 2011-06-27 오후 1:22:35
<트루맛쇼>의 몰카 식당이 들킬뻔한 사연
프레시안 : <트루맛쇼>로 수익 좀 내셨나요?
김재환 : 계산기를 두드려 봤더니 영화 자체로 손익분기점 맞추려면 16만 명 들어야 하더군요. 이번 주말(25일)까지 1만 명 들어옵니다.
프레시안 : 앞으로도 미디어 비판 다큐를 두 편 정도 더 준비했다고 들었는데요?
김재환 : 힘들어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내년에는 무조건 하나 더 만듭니다.
프레시안 : 다음 영화가 뭔지 알 수 있나요?
김재환 : 지금 돈 내고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음식 관련 코너에 의사 인터뷰 15~20초가량 들어가게 하고, 한달에 4회 출연하게 하고, 이런 식으로 조건을 붙여서 돈 얼마씩 내고 출연하는 의사가 많습니다. 신문에도 돈 내고 칼럼 씁니다. 방송의 건강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예요.
요새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요, 만약 앞으로도 의사가 돈 내는 관행이 안 사라지면 저희가 가짜 의사 투입할 겁니다. 의사 여러분, 돈 내고 방송 나가지 마세요. 그러면 <트루의쇼>에 나오실 수 있습니다. 하하.
▲ 방송은 힘이 세다. 방송의 힘을 키운 건 어쩌면 시청자의 욕망인지도 모른다. ⓒB2E |
프레시안 : 이렇게 계속 싸우느라 에너지 소진하고, 돈 못 벌고, 방송사와 관계도 틀어지고. 아주 안 좋은 상황 아닙니까?
김재환 : 중요한 건 제가 멀쩡해야 한다는 겁니다. 요새 저희 사무실로 자신이 찍은 다큐를 들고 와서 코멘트해달라는 분들이 많아요. 그 동안 표현을 하고 싶어도 표현의 장을 못 찾으신 분들이 폭발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꼭 살아남아야 하고, 회사가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다른 분들도 저처럼 권력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프로를 또 만드시죠.
프레시안 : 가족들은 반대 안 했나요?
김재환 : 와이프가 반대 했어요. '왜 네가 해야 하냐'고요. 그런데 제가 '무조건 해야겠다. 이유가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해주니 이해하더군요.
영화를 위해 일산에 식당을 빌린 다음 한동안 장사를 했는데요, 와이프도 와서 김밥 말았어요.
프레시안 : 장사는 잘 되셨나요?
김재환 : 말도 마세요. 가게 오픈 첫날에 아르바이트생 두 명이 오기로 했다가 모두 펑크를 낸겁니다. 첫날부터 완전 엉망이었어요. 우리 회사 사람들이 두명씩 조 짜서 가게에서 서빙하고 김밥 말고 설거지 했어요.
식재료 사는 것부터 해서, 식당업 정말 힘들더군요. 일하면서 느낀 게, 정말 양심을 지켜가면서 식당으로 돈 벌기가 힘들다는 거였어요.
프레시안 : 지금은요?
김재환 : 지금은 커피 팝니다. 바리스타 두 명을 뒀는데, 하루 두잔만 판 적도 있답니다. 주요 고객이 접니다. 다음달 중순이면 계약이 끝납니다.
프레시안 : 일산 웨스턴돔이 MBC 바로 앞인데요.
김재환 : 소송 때 심지어 MBC에서는 '우리 엿 먹이려고 회사 앞에 차린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식당을 차리려고 컨설팅을 맡겼는데, 홍대, 이대, 웨스턴돔 이렇게 세 군데를 추천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홍대와 이대는 너무 비싸서 도저히 못 들어갈 것 같아서 웨스턴돔으로 갔습니다.
촬영준비를 할 때 정말 가슴 철렁한 순간이 있었어요. 김유곤 피디라고, <일밤>에서 몰래카메라 오래 하다가 요새는 <나는 가수다>하는 후배가 있어요. 제 대학 후배이기도 하고요. 이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데 '형, 이거 몰래카메라 하려고 세트 만든 거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몰래카메라 같은데?' 이러더라고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밥 먹어라'하면서 넘어가긴 했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프레시안 : 영화 나온 다음에는 뭐라고 하던가요?
김재환 : 요새 <나가수>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아직 못 봤대요. 연락도 없어서 제가 화가 나서 '형님 죽겠는데 문자 한 통 없냐'고 연락했더니 작가들이랑 같이 보러 가겠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거 나가면 좀 그럴텐데…, 그냥 냅시다. 하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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