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⑤ ``TV 맛집`은 조작됐다…다음엔 `가짜 의사`다`

"'TV 맛집'은 조작됐다…다음엔 '가짜 의사'다"
[인터뷰] 방송사와 '유쾌한 맞짱'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기사입력 2011-06-27 오후 1:22:35


프레시안 : 이처럼 논란이 되는 상황을 예상하셨나요?

김재환 : 개봉만 되면 논란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영화에서 쓴 자막이 '역지사지 퍼포먼스,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을 촬영하기'였잖아요? 영화 외에도 역지사지 퍼포먼스가 무수히 드러날 걸로 봤습니다.

가처분 소송이니 해서 시끄럽지만, 결국 가장 큰 역지사지는 이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간 미디어계의 슈퍼 파워인 방송3사는 제대로 된 공격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정치적 공격은 받아봤지만, 그들이 가진 권력을 활용해 돈 버는 방식, 그들이 공급하는 콘텐츠의 정당성을 갖고 공격을 당한 적은 없죠.

그런데 <트루맛쇼>를 계기로 늘 공격하던 방송사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늘 '받아 먹어'라고만 하던 매스미디어가 일종의 작은 미디어가 쏜 직격탄에 맞은 거죠. <트루맛쇼> 이후에도 역할 바꾸기 게임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이 영화 상영관이 너무 부족합니다. 개봉관수도 적고 상영시간도 얼마 안 됩니다. 보기가 힘들어요.

김재환 : 방송3사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죠. 전국의 그 많은 CGV에 딱 하나 열리더군요. 초거대기업도 방송3사의 눈치를 보느라 개봉을 못합니다. 방송사에서 대기업 때리기 뉴스를 내보낼 수도 있고, 투자한 영화를 방송사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안 내보내면 큰일난다는 거죠. (그런 프로가 영화 스코어에 영향 많이 미치나요?) 엄청납니다. 몇분짜리 나가느냐에 따라 영화 성적이 갈려요.

방송사 노조는 입 열라

영화를 보고 난 후 방송사를 출입하는 선배 기자에게 물어봤다. "방송사 노조들은 <트루맛쇼> 보고 뭐라고 하나요?"라고. 대답은 간단했다. "노 코멘트." 방송사 노조들이 유독 조용하다. 속된 말로 '쪽팔려서'라도 한 마디 할 법한데, 조용하다. 왜 이럴까?

프레시안 : 방송사 노조가 조용합니다.

▲ "방송사 노조는 항상 침묵해 왔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재환 : 가장 아픈 부분입니다. 시민들이 방송사에 가진 이미지는 그간 정치 투쟁 상황에서 노조가 보여 온 선명한 입장표면이거든요. 노조는 (경영진과 달리) 무척 선명하고 올바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대중들이 여겨왔어요.

그런데 항상 돈과 관련된 부분, 방송사의 돈 버는 방식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노조도 회사와 궤를 같이 해 왔어요. 저작권, 외주제작 시스템, 블랙 마켓 등요. 방송사가 구조적으로 콘텐츠 거래의 불합리한 상황을 세팅했고, 노조도 용인했죠. 항상 침묵했어요.

프레시안 : 노조가 해야 할 일을 안 했다?

김재환 : 그렇죠. 방송사가 늘 상생을 외치지만, 가장 상생 못하는 곳이 방송사에요. 정치적으로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노조의 이미지가 방송사가 돈 버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비도덕적인 부분을 가리고 있어요.

지금도 노조가 침묵하고 있는데, 정말 '노동조합'이라면 그래선 안 돼요. 노조가 단순히 자기들 이익만 챙기자고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노동자 권익을 키우자고 있는 곳인데, 그러면 외주제작 시스템 때문에 제작사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된 피디들의 미래에 대한 문제도 같이 고민해야 맞는 겁니다. 방송 3사에 입사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죠. 그러면 나머지는 제작사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할 것인가, 그렇게 한다면 들어가자마자 양심을 팔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프레시안 : <트루맛쇼>에서 실험에 참가한 언론사 지망 학생들도 그런 얘길 하죠.

김재환 : 언론사 지망생들도 이젠 알아요. '지상파 오어 나싱'이라는 걸요. 지상파에 못 가면 제작사로 안 가고 일반기업으로 갑니다. 이런 상황을 묵인한 게 노조예요. 연말 성과급 더 받으려고 '회사 이익을 줄이고 양심을 팔지 않는 구조를 만들자'는 말을 안 한 거죠.

프레시안 : 그런데 김 감독은 결국 방송사에 피해를 보는 제작사의 대표입니다. 제작사가 방송에 피해를 본다, 이거도 결국은 제작사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소리로 보일 수 있을 텐데요?

김재환 : 제작사와 이 업계의 피디, 작가들은 구분해야죠. 제작사는 그렇지 않지만, 업계의 피디, 작가들은 약자일 수 있어요.

제작사에 제가 가진 불만은 이겁니다. <트루맛쇼>가 나간 다음 온통 '<트루맛쇼>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웃긴 건, 돈 받고 맛집 내보내는 일을 관둘 생각은 안한다는 거죠. 이 문제는 기정사실화시켜놓고 '블랙 마켓을 통해 돈 벌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논리로 방송사와 맞서 싸우지 않으려 하면서 힘들다고만 하면 안 돼요.

작년에 <VJ 특공대>에서 방송 조작한 제작사를 자르겠다고 했지만 안 잘랐어요. 지난 십여년 간 수많은 블랙 마켓을 방송사와 제작사가 공유해왔습니다. <VJ 특공대>가 만든 가짜 메뉴만 해도 수없이 많죠. 십여년 간 조작의 역사, 협찬의 역사를 제작사도 방송사와 공유했습니다. 공범끼리 자르고 말고 할 수 없죠.

제작사 사장들이 '우리 힘들다'고 약자마케팅을 하는데, 정말 웃기죠. 모두 다 이 상황은 그대로 두자고 얘길 합니다. 이래선 안 되죠. 제작사들이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일어나야 맞는 거죠. 제작사가 힘든 상황은 기정사실화 시켜놓고, 바른 소리 하는 사람보고 '왜 우리 괴롭히냐'고 하면 안 됩니다.

그간 제작사들이 저작권 확보, 제작비 현실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죠. <트루맛쇼>를 통해서 공개적인 논의의 장이 열렸고, 대중의 분노도 일어났어요. 그러면 이걸 바꿔가면 됩니다. 그런데 제작사들은 단 한 번도 안 모였습니다.

프레시안 : 이런 상황에서 종편 방송 출범한다면, 불보듯 뻔하겠네요.

김재환 : 어떤 콘텐츠가 채워질까요? 과연 종편이 방송 3사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쓸 수 있을까요? 과연 착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시청자들이 그런 것 봐주면 결국 다 <VJ 특공대>처럼 가게 되는 거죠.

잘 아는 종편쪽 피디 한분이 그러시더군요. '아, 우리도 <VJ 특공대> 포맷으로 가려고 했는데, (트루맛쇼 때문에) 큰일났다'고요. 요샌 저한테 연락도 안 하시더군요. (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