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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③ ``TV 맛집`은 조작됐다…다음엔 `가짜 의사`다`

"'TV 맛집'은 조작됐다…다음엔 '가짜 의사'다"
[인터뷰] 방송사와 '유쾌한 맞짱'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기사입력 2011-06-27 오후 1:22:35


프레시안 : 방송 제작의 외주화가 갈수록 더 심해져서 그렇게 된 건 아닐까요? KBS는 경영혁신 비전을 발표하면서 인력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곧 방송의 외주화를 더 강화하겠다는 선언이죠.

김재환 : 분명히 그런 점이 있습니다. 우리 방송사 체제를 좀 보죠. 회사에 노조가 있습니다. 만약 회사에서 '경영환경이 어려워졌으니 제작비를 조금밖에 못 주겠다. 나머지는 전부 협찬을 받아서 만들어라'고 하면 노조가 어떻게 하겠어요? 강하게 반발하겠죠. 그런데 외주제작 시스템을 강화하면 이런 반발이 없습니다. 까라면 까는 거죠.

제가 회사를 창업한 지 10년째인데, 그간 제작단위 비용은 상승했는데 제작비는 오히려 더 떨어졌어요. 예전에 2500만 원에 만들어라고 한 방송단가가 지금은 1500만 원대로 떨어진 식입니다. 이런 방송이 뭘로 채워질까요?

예를 들어보죠. SBS의 <생방송 투데이>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광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니 방송사가 500만 원도 안 되는 제작비를 주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라고 제작사를 압박했어요. 제작사는 결국 그 제작비를 받고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그 콘텐츠가 어떤 수준일 것 같아요? 광고로 가득찹니다. 검증도 안 된 온갖 희한한 프로그램이 들어오죠.

당시 같은 시간대 MBC의 <화제집중>은 광고가 안 붙으니 결국 재방송을 틀었습니다.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주했죠. 그런데 동시간대에 KBS와 SBS는 방송이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두 회사가 제작비를 더 쓰는 회사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블랙 마켓을 적극 활용해서 방송을 만든 거죠.

풍선 효과인데, 제작여건이 악화돼서 이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팽창합니다. 우리는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방송제작의 어두운 이면을 봤습니다.

▲ 한번의 예외가 관행을 낳는다. 관행은 예외 아닌 것을 예외로 만든다. 그 사이에 선과 악이 뒤바뀐다. 우리가 '관행'이라 부르는 모든 것들의 시작은 예외에서 비롯됐다. <트루맛쇼>는 이제 굳어진 '관행'으로 5천만이 익숙한 정경의 한 토막을 영화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프레시안(최형락)

<트루맛쇼>에 김재철 사장만 출연(?)한 이유

프레시안 : 영화를 둘러싼 논란 중에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 있습니다. 법정으로 <트루먼쇼>를 끌고간 회사가 MBC밖에 없단 말이죠. 영화를 보면 방송3사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나오는데, 왜 유독 MBC만 길길이 날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재환 : 블랙 마켓, 즉 협찬금을 제작사만 받는 게 아닙니다. KBS와 SBS는 본사에 상당액이 들어갔다가 다시 제작사로 나옵니다. 이 대형 방송사들이 제작비를 줄이고도 수익이 나는데 재미를 들이다보니 협찬금마저 자기들이 관리하겠다고 나선 거죠.

그런데 만약 KBS와 SBS가 법정으로 <트루맛쇼>를 끌고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신들이 관리하던 블랙 마켓이 다 드러날 겁니다. 고정 프로그램마다 정보프로그램 관련 꼭지가 하나씩만 있어도 그 규모가 엄청날걸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겁니다. 만약 법정에서 이 돈 다 돌려주라고 판결 내려버리면 방송사 큰일나죠. 그러니 법정으로 안 들어가는 겁니다. 기자들이 물어봐도 관계자들 다 노 코멘트 하는 이유 아닐까요?

MBC는 매커니즘이 두 방송사와는 조금 달라요. 제작비를 적게 주되, 홍보대행사가 식당과 출연하는 스타까지 전부 다 섭외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홍보대행사는 스타와 식당을 맺어주고, 스타의 출연료를 지급합니다. 제작사는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법정 싸움 초기에는 블로그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홍보대행사 측의 실명까지 전부 다 공개해버릴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물론 홍보대행사들이 저런 식으로 방송을 만들면 안 되지만, 솔직히 마음이 약해져서 가만히 있었어요. 그 사람들(홍보대행사)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서.

프레시안 : 예전 'MBC 식구'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저런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군요?

김재환 : 그것보다 김재철 사장의 존재가 더 클 거에요. 영화를 보면 김 사장이 출연하시죠. 그런데 지금 김 사장 밑에 있는 심복들이 길길이 날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주군이 능멸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이건 언론에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원래는 <트루맛쇼>에 KBS와 SBS의 시무식도 전부 찍을 생각이었어요. 그쪽 사장님들이 생각하시는 미래의 콘텐츠 산업 구상은 뭔지, 앞으로의 경영 계획을 전부 듣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KBS와 SBS는 시무식을 사내 스튜디오에서 하더라고요. 반면 김재철 사장은 국악을 사랑하는 분이어서 남산국악당에서 시무식을 하시더군요.

이게 어떤 차이가 있냐면, KBS·SBS의 시무식을 촬영하면 주거침입죄로 걸립니다. 사유지에 들어와서 함부로 방송을 찍었다는 거죠. 그래서 사람을 거기 보내놓고도 영화에 못 썼습니다.

말씀드린 김에 아쉬운 점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원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찍을 생각이었어요. 미디어 산업에 관련된 영화니까 그 분의 코멘트를 꼭 받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우리 카메라팀을 지속적으로 붙였는데, 끝내 쓸만한 말씀을 한 마디도 안하더라고요. 국회에 들어가서 찍으려 하니 허가를 안 내줬습니다. 결국 국회방송에 테이프를 사겠다고 했는데 안 팔더군요. 그래서 그분(최 위원장)의 장면도 못 썼습니다.

프레시안 : 시무식 하나 하려고 그런데까지 찾아가는 게 좀 수고스러워보입니다만, 결과적으로 김 사장의 취향 덕분에 <트루맛쇼>에 풍성함이 더해진거군요?

김재환 : 아~김재철 사장이 아주 특이한 분입니다. 아주 특이해요. 그분이 기차를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MBC 직원들이 온통 '한국철도 사장 가는 것 아닌가'는 말을 할 정도였어요. 작년 말에는 MBC에서 갑자기 20만 원 한도에서 KTX를 타고 어디든 가라고 피디들 연수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피디들이 다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만났답니다. 갈 데가 없으니까. (푸하하) KTX타고 돈 쓰라는 거죠.

그 분이 기차를 사랑하고 국악을 사랑하고 장애인을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MBC에서 우스갯소리로 '기차 안에서 장애인 모아놓고 국악공연 하면 무조건 주요시간에 편성될 것'이라는 농담까지 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분명히 법정싸움 들어가기 전에 심복들에게 물어봤을 겁니다. '니네 문제 있어, 없어?'하고요. 그러니 그분들은 문제가 있든 없든 '없습니다' 할 수밖에 없죠. 김 사장은 '가처분해' 이렇게 지시했을 겁니다. (김재철 사장이) 아주 단순한 분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분이에요. 가처분 소송으로 인해 MBC에 드리울 암운을 전혀 걱정 안하시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