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맛집'은 조작됐다…다음엔 '가짜 의사'다"
[인터뷰] 방송사와 '유쾌한 맞짱'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기사입력 2011-06-27 오후 1:22:35
<트루맛쇼>가 개봉한 지 한 달. 개봉관을 잡기도 힘든 이 조그만 영화는 '공정성 1위'를 자처하는 대형 방송3사에 핵펀치를 꽂아 넣었다. '설마 사실일까' 하던 일들이 적나라하게 영화에서 드러났다. 음식점들은 1000만 원의 출연료를 브로커에게 건네고 방송에 '맛집'으로 포장돼 나온다.
그 결과는 영화의 내레이션처럼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로 드러난다. 어떤 가게는 익혀서는 안 되는 캐비어를 버젓이 불에 구워 삼겹살과 함께 내놓고(심지어 가짜 캐비어였다), 방송에서 위생불량으로 걸린 돈가스집은 곧바로 소문난 맛집으로 다른 방송사 교양프로에 소개된다. 돈만 주면, 어떤 식당이든 전국 최고의 명소가 된다. 이게 한주에 177개의 맛집,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9,229개의 식당이 '맛집'으로 지상파 3사 방송에 나오는 원리다. 맛집 프로그램에 맛은 없었다.
당황한 문화방송(MBC)이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법정서 패했고, 한국방송공사(KBS)와 서울방송(SBS)에서는 맛집 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영화에서 나온 문장 그대로 '역지사지 퍼포먼스'가 일어난 것이다. 항상 '까기'만 하던 방송사가 구차한 돈벌이 수단을 폭로당했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나? 방송은 이제 좀 깨끗해졌나?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의 영화제작사 비투이(B2E)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단 한 달 만에 한국의 문제적 인물로 떠오른 김재환 <트루맛쇼> 감독을 만나 쌓아뒀던 질문들을 했다.
김 감독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관객수와 관계없이 논란을 일으킬 것이고, 방송사의 공격은 치열해질 것이며, 과연 <트루맛쇼>는 진짜 사실만 보여주느냐는 등의 논란 말이다. 그는 그러나 "이 상황(음식점이 방송 출연을 위해 돈을 쓰고, 그 결과 메뉴에도 없는 해괴한 음식이 등장하는 상황)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제작사, 방송사 노조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화는 "리얼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간 공개되지 않은 영화 촬영의 에피소드도 일부 말했다. 하마터면 <트루맛쇼>가 벌인 기상천외한 '몰카 쇼'는 한 MBC 피디의 재빠른 눈치로 인해 시작도 하기 전에 탄로날 뻔 했다. 영화를 위해 설립한 음식점 '테이스트'는 오픈 첫날 장사를 시작하지도 못할 뻔했다. 영화에 김인규 KBS 사장은 안 나오고, 김재철 MBC 사장만 나온 이유도 따로 있었다.
김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알려줬다. "만약 방송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돈 받고 의사를 출연시킨다면" 이제 '가짜 의사'를 방송에 출연시킬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새로운 '역지사지 퍼포먼스'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
언론 관심도 없던 경영학도, MBA 준비하다 MBC로
프레시안 : 1996년 MBC PD로 입사해 방송 일을 시작했죠. MBC에선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었나요?
김재환 : 교양국에서 주로 가벼운 교양물 만들었어요. 한 5~6년 지속된 <와! e 멋진 세상> 만들었고…. 주로 파일럿 프로그램(새 프로그램) 많이 만들었어요. 새로 뭘 만드는 걸 좋아해서. 2001년 11월경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타임머신>을 2부까지 만든 후 이듬해 퇴사했고요.
교양국에 일했다고 하지만 연예인들도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었어요. 제가 원체 가볍고 따듯한 프로그램을 좋아하거든요.
프레시안 : 제작사를 차린 다음에도 MBC와 일하나요?
김재환 : 네, 주로 그래요. 최근에는 <잡지왕>이란 프로가 기억에 남습니다. 서경석, 이윤석이 나와서 2미터 정도 되는 잡지를 실제로 넘기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예전에는 우리 다 국회 도서관 가고 남산 도서관에 가서 방송 아이템 찾았어요.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고양이 애호가들의 잡지 등 별의별 잡지가 다 있어요. 이런 정보는 인터넷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죠. 그런데 요새는 피디와 방송작가들이 인터넷으로 아이템을 찾다보니 방송이 획일화된달까요? 3사 포맷이 다 비슷해지는 느낌이에요.
KBS와 2년 정도 같이 일했는데, 마음이 안 편하더라고요. MBC야 뭐 다들 서로 잘 아니까 일하기도 편하고 마음도 편한데, KBS는 좀 답답한 면이 있더군요.
프레시안 : 원래 피디를 지망한 건가요?
김재환 : 아~ 이 얘기하면 굉장히 재수없는데…. 하하. 인생이, 제가 정말 전혀 생각지도 않은 길로 왔어요. 제가 88학번인데요, MBC 입사 전에는 금융회사에서 일했어요. 외국계 종금사요. 대학 다닐 때도 경영학 전공했고요, 신방과 수업조차 한번 안 들어봤습니다.
신방과에 아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이 피디 지망생들이었고, 전 그때 이미 직장생활 할 때였고요. 그러니까 저는 그 친구들 만나서 술 사주는 게 일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공짜로 얻어먹느라 미안해서 괜히 그런 것 같은데, 당시 그 친구들이 저한테 '재환아, 너는 피디가 잘 맞을 거 같아'하면서 막 꼬셨어요. 그래서 제가 MBA 준비하다말고 혹해서 시험을 봐버렸죠. 그런데 덜컥 붙어버렸어요. (친구들은요?) 다 떨어졌고요. 하하하. MBA가 아니라 MBC로 인생 항로가 바뀌었죠.
프레시안 : 학생 때 사회운동, 언론개혁 이런 분야도 전혀 관심이 없었나요?
김재환 : 전혀요. 어떻게 친구들이랑 엮이다보니 이렇게 된 거예요. 전 투사 이미지로 보이는 것도 싫고, 실제로 아니에요. 그냥 노는 것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방송 쪽으로 넘어오지만 않았어도 머리숱이 이렇게 줄어들진 않았을 거예요.
[인터뷰] 방송사와 '유쾌한 맞짱'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기사입력 2011-06-27 오후 1:22:35
<트루맛쇼>가 개봉한 지 한 달. 개봉관을 잡기도 힘든 이 조그만 영화는 '공정성 1위'를 자처하는 대형 방송3사에 핵펀치를 꽂아 넣었다. '설마 사실일까' 하던 일들이 적나라하게 영화에서 드러났다. 음식점들은 1000만 원의 출연료를 브로커에게 건네고 방송에 '맛집'으로 포장돼 나온다.
그 결과는 영화의 내레이션처럼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로 드러난다. 어떤 가게는 익혀서는 안 되는 캐비어를 버젓이 불에 구워 삼겹살과 함께 내놓고(심지어 가짜 캐비어였다), 방송에서 위생불량으로 걸린 돈가스집은 곧바로 소문난 맛집으로 다른 방송사 교양프로에 소개된다. 돈만 주면, 어떤 식당이든 전국 최고의 명소가 된다. 이게 한주에 177개의 맛집,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9,229개의 식당이 '맛집'으로 지상파 3사 방송에 나오는 원리다. 맛집 프로그램에 맛은 없었다.
당황한 문화방송(MBC)이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법정서 패했고, 한국방송공사(KBS)와 서울방송(SBS)에서는 맛집 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영화에서 나온 문장 그대로 '역지사지 퍼포먼스'가 일어난 것이다. 항상 '까기'만 하던 방송사가 구차한 돈벌이 수단을 폭로당했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나? 방송은 이제 좀 깨끗해졌나?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의 영화제작사 비투이(B2E)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단 한 달 만에 한국의 문제적 인물로 떠오른 김재환 <트루맛쇼> 감독을 만나 쌓아뒀던 질문들을 했다.
김 감독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관객수와 관계없이 논란을 일으킬 것이고, 방송사의 공격은 치열해질 것이며, 과연 <트루맛쇼>는 진짜 사실만 보여주느냐는 등의 논란 말이다. 그는 그러나 "이 상황(음식점이 방송 출연을 위해 돈을 쓰고, 그 결과 메뉴에도 없는 해괴한 음식이 등장하는 상황)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제작사, 방송사 노조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화는 "리얼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간 공개되지 않은 영화 촬영의 에피소드도 일부 말했다. 하마터면 <트루맛쇼>가 벌인 기상천외한 '몰카 쇼'는 한 MBC 피디의 재빠른 눈치로 인해 시작도 하기 전에 탄로날 뻔 했다. 영화를 위해 설립한 음식점 '테이스트'는 오픈 첫날 장사를 시작하지도 못할 뻔했다. 영화에 김인규 KBS 사장은 안 나오고, 김재철 MBC 사장만 나온 이유도 따로 있었다.
김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알려줬다. "만약 방송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돈 받고 의사를 출연시킨다면" 이제 '가짜 의사'를 방송에 출연시킬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새로운 '역지사지 퍼포먼스'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
▲ 방송사 출신으로 방송사 까는 영화 만들기. 김재환 감독의 얘기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영웅서사가 생각날 정도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언론 관심도 없던 경영학도, MBA 준비하다 MBC로
프레시안 : 1996년 MBC PD로 입사해 방송 일을 시작했죠. MBC에선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었나요?
김재환 : 교양국에서 주로 가벼운 교양물 만들었어요. 한 5~6년 지속된 <와! e 멋진 세상> 만들었고…. 주로 파일럿 프로그램(새 프로그램) 많이 만들었어요. 새로 뭘 만드는 걸 좋아해서. 2001년 11월경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타임머신>을 2부까지 만든 후 이듬해 퇴사했고요.
교양국에 일했다고 하지만 연예인들도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었어요. 제가 원체 가볍고 따듯한 프로그램을 좋아하거든요.
프레시안 : 제작사를 차린 다음에도 MBC와 일하나요?
김재환 : 네, 주로 그래요. 최근에는 <잡지왕>이란 프로가 기억에 남습니다. 서경석, 이윤석이 나와서 2미터 정도 되는 잡지를 실제로 넘기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예전에는 우리 다 국회 도서관 가고 남산 도서관에 가서 방송 아이템 찾았어요.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고양이 애호가들의 잡지 등 별의별 잡지가 다 있어요. 이런 정보는 인터넷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죠. 그런데 요새는 피디와 방송작가들이 인터넷으로 아이템을 찾다보니 방송이 획일화된달까요? 3사 포맷이 다 비슷해지는 느낌이에요.
KBS와 2년 정도 같이 일했는데, 마음이 안 편하더라고요. MBC야 뭐 다들 서로 잘 아니까 일하기도 편하고 마음도 편한데, KBS는 좀 답답한 면이 있더군요.
프레시안 : 원래 피디를 지망한 건가요?
김재환 : 아~ 이 얘기하면 굉장히 재수없는데…. 하하. 인생이, 제가 정말 전혀 생각지도 않은 길로 왔어요. 제가 88학번인데요, MBC 입사 전에는 금융회사에서 일했어요. 외국계 종금사요. 대학 다닐 때도 경영학 전공했고요, 신방과 수업조차 한번 안 들어봤습니다.
신방과에 아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이 피디 지망생들이었고, 전 그때 이미 직장생활 할 때였고요. 그러니까 저는 그 친구들 만나서 술 사주는 게 일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공짜로 얻어먹느라 미안해서 괜히 그런 것 같은데, 당시 그 친구들이 저한테 '재환아, 너는 피디가 잘 맞을 거 같아'하면서 막 꼬셨어요. 그래서 제가 MBA 준비하다말고 혹해서 시험을 봐버렸죠. 그런데 덜컥 붙어버렸어요. (친구들은요?) 다 떨어졌고요. 하하하. MBA가 아니라 MBC로 인생 항로가 바뀌었죠.
프레시안 : 학생 때 사회운동, 언론개혁 이런 분야도 전혀 관심이 없었나요?
김재환 : 전혀요. 어떻게 친구들이랑 엮이다보니 이렇게 된 거예요. 전 투사 이미지로 보이는 것도 싫고, 실제로 아니에요. 그냥 노는 것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방송 쪽으로 넘어오지만 않았어도 머리숱이 이렇게 줄어들진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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