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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연봉 1억도 배고프냐” ‘의원 가족수당’ 후폭풍

“연봉 1억도 배고프냐” ‘의원 가족수당’ 후폭풍
대지진 틈타 법안 기습통과에 네티즌-언론 비난 잇따라
문용필 기자 | 11.03.18 18:25 | 최종 수정시간 11.03.19 10:20


▲ (자료사진) ⓒ 대한민국 국회

“국회의원님들, 아직도 배가 고프셨나요?”

‘정쟁’의 와중에서도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선 국회의원들에 대한 여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의원들이 그간 지급받지 않았던 가족수당과 자녀학비 수당을 지난 1월부터 받고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국민들의 어려움은 생각도 안하느냐”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작년 8월 개정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하위 규정인 ‘국회의원 수당 등의 지급에 관한 규정’에 따라 1월부터 국회의원에게 가족 수당과 중, 고등학교 자녀 수업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자녀가 고등학생일 경우 분기당 44만 6,700만 원씩을, 중학생일 경우 분기당 6만 2,400원을 한도로 학비 수당을 지원받는다. 배우자에게는 4만 원, 20세 이하의 자녀에게는 1인당 2만 원의 가족수당이 매달 지급된다. 참고로 국회의원들은 수당과 입법활동비로 1년에 1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받는다.

이와 관련,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8월 법 개정 당시 ‘공무원 수당 규정을 준용한다’는 내용이 추가돼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2개 수당이 신설된 것일 뿐”이라고 특혜가 아님을 강조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의원들을 향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아직도 배가 고프시냐”고 의원들을 질타했다. 해당 글은 약 1만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올리며 다른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이 네티즌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대우가 너무 형편이 없어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드시던가요?”라며 “어마어마한 재산을 갖고 계신 분들이 뭐가 그리 힘이 들어서 뭐가 그리 궁핍해서 뭐가 그리 더 갖고 싶은 마음에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신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럴 때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요? 이럴 때는 서로 짝짜꿍 하신다면서요? 이럴 때는 치열한 논쟁이나 토론도 별로 없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신다면서요?”라며 “국민들도 모르게 어쩌면 이리도 합의를 잘 하시는지 묻고 싶군요”라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이 네티즌은 “서민들은 물가 폭등에, 전세난에, 비싼 등록금에, 비싼 기름값에, 구제역에, 실업난에 하루하루 사는 그 자체가 힘 드는데 이제 그만 서민들 위하는 척 좀 안하면 안되겠습니까?”라며 “이런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국민 노릇 하기 참 힘들다는, 아니 이제 서민 노릇도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군요”라고 꼬집었다.


노회찬 “모든 국민들이 다 받고 난 후 수당 받아야…부끄럽다”

‘트위터 세상’에도 국민들의 ‘쓴소리’가 가득했다. 한 네티즌은 “형평성이라. 그러면 연봉도 맞춰야 하고 지원되는 것도 다 끊어야지. 정말 쓸모없는 것들”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수당 줄테니까 월급은 받지 않는 걸 ‘품위유지비’도 까고 아니면 월급을 그대들이 정해놓은 최저임금으로 받든 그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외에도 “젯밥에만 적극적”, “여야 똑같은 놈들”, “여튼 칭찬해줄래야 해줄 건덕지가 없다”, “욕만나와!”, “이런 사기꾼들”, “어찌 국회의원들이 자기 잇속을 먼저 챙기는건지”, “정치관심 없지만 이건 너무한다”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가수 신해철 씨는 “국회의원들이 가족수당 챙겨가는 게 왜 화를 낼 일인지? 뒤로 모르게 먹은것도 아니고 대놓고 얼마 가져가는지 다 봤으니 그에 준하는 양식과 행동을 갖추라 요구감시하는 게 네놈들 그 돈 못 줘보다 낫지 않나요?”라며 “물론 법령 조항에 부정 축재시 공개총살, 회기 내 외유는 눈알을 뽑는다 등은 이미 정해진 거죠?”라는 글을 남겼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제기럴!”이라는 한 마디로 분노를 표현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국민세금으로 가족수당, 학비수당 받는 일은 모든 국민들이 다 받고 난 후 그 다음에 받는 것이다. 찬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라며 “부끄럽군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한 네티즌은 “찬물이 아니라 순서가 없나봅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일부언론들도 ‘쓴소리’에 동참했다. 조선일보는 18일자 사설에서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이토록 자상하게 구석구석 살폈더라면 이들에게 수당 몇푼 더 주는 걸 두고 시비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부산일보도 이날 “얄팍한 월급봉투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고물가에 서민들의 눈물과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당에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의원들의 행태는 민망하다 못해 진절머리가 날 정도”라고 질타했다.

문화일보는 전날 사설을 통해 “한달 1030여 만원의 세비를 받으면서 그런 명목의 수당까지, 그것도 서민의 물가 시름이 깊어가는 와중에 꼭 챙겨야 했느냐는 점은 수당 추가액의 다과에 앞서 양식 문제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2월 세비를 인상하고 전직 의원들에게 연금형식으로 매달 12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헌정회육성법’을 통과시켜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