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친일파를 영웅으로···시청자 '경악' "친일방송축하"
반발묵살하고 백선엽 "감개무량"
6.25 전쟁영웅 독무대 만들어줘
"미친거냐" "소름이 돋는다"
2011.06.25 11:31:45 | 조현호 기자
“기억납니다…내 생애 최고의 날입니다. 정말 감개무량합니다”(친일파 백선엽씨가 KBS에게)
친일파 백선엽(91)씨는 KBS 스튜디오에 와서 자신의 60년 전 한국전쟁 당시 평양입성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KBS가 24일 밤 방송한 6·25 특집다큐 <전쟁과 군인> ‘1부 기억의 파편을 찾아서’ 편에서였다. 이번 방송을 통해 백선엽은 지난 2004년 친일파 명단에 등재된 이후 7년 만에 ‘우리들의 공영방송’ KBS를 통해 화려하게 전쟁영웅으로 부활했다. 백씨를 영웅화하지 않겠다던 KBS 제작진의 말은 이날 다큐를 보면 모두 거짓에 불과했다는 것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철저히 백씨의 기억과 발언을 위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백씨에 의한, 백씨를 위한, 백씨의 방송이었다.
백선엽. 그는 일제강점기 봉천 만주군관학교에 입학, 일제 패망직전까지 조선독립군과 팔로군을 잡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간도특설대’ 대원으로 활약했다. 그의 이런 이력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 KBS가 백씨를 전쟁영웅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수많은 독립운동단체와 후손들,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피해자 등이 절박한 심정으로 방송불가를 외쳤다. 그럼에도 KBS는 그런 ‘역사’와 원로들의 피맺힌 호소를 짓밟고, 단숨에 백씨를 영웅으로 둔갑시켰다.
KBS는 24일 밤 10시부터 1TV를 통해 1시간짜리 백씨 미화 다큐를 내보냈다. 첫 장면은 어두운 KBS 스튜디오로 백씨가 걸어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그러면서 백씨 앞에 놓인 거대한 스크린에서 ‘6·25의 미공개 영상’이 펼쳐졌다. 영상 안엔 젊은 시절 백씨의 모습이 잡혔다. 백씨는 이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힌 듯했다. 그러면서 “기억나요. 다부동에서 반격할 때 사진인 것 같습니다.…저건 임진강일까. 60년 전 일인데요 그 당시의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라고 회상했다.
백씨의 친일행적에 대해 KBS는 단 10초도 할애하지 않았다. 그가 만주군관학교 입학한 뒤 일본군 장교가 됐고, 이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는 한마디가 끝이다. 간도특설대원이었다는 전력은 숨겼다. 그나마 눈여겨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런 소개가 있었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의 내용이다.
한국전쟁시 미군과 함께 북진하면서 백씨가 평양에 입성했을 때를 KBS는 감격적으로 묘사했다. 백씨는 “5년전 평양을 떠나 국군을 만들어 1만명과 미군 5000명 데리고 적의 수도를 탈환하는 광경입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일생의 최고의 날입니다”라고 회고했다. KBS는 “개전초기 패전을 역전시킨 한국군의 사기는 드높았다”며 “통일은 곧 올것같았고, 평온한 일상은 이미 와있는 것 같았다. 이승만이 북한 지역을 방문해 분위기 고조시켰다”고도 했다.
또한 수세에 몰렸던 남한군이 미군의 지원을 받은 뒤 다부동 전선에서 피튀기는 전투를 벌이다 끝끝내 이 전선을 사수했고, 그 중심에 백씨가 있었다는 점도 KBS는 빼놓지 않았다.KBS는 “이 전투로 백선엽은 미군의 신뢰를 얻었다”며 “포병, 전차 등 지원했다…백선엽에 대한 미군의 신뢰는 평양공격 때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임진강 감악산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에 포위돼 대부분 전멸했던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의 일화도 소개됐다. KBS는 영국으로 날아가 참전군인이었던 샘 머서씨를 만나 그가 중국군에게 다리에 총을 맞았다는 기억을 들었다. 머서씨는 “당시는 지독한 전투였다. 적과 거리도 아주 가까웠다. 소총을 두 중국 병사 중 한 명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 다리를 쏘더군요. 왜 그랬는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KBS는 철저하게 백씨의 활약과 시각에서, 또 글로스터 대대의 전멸사례처럼 연합군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조명한 꼴이 됐다. 그러다보니 한국전쟁의 참혹한 실상은 뒷전에 묻혔다.
국방군사연구소가 지난 1996년 발행한 한국전쟁 피해 통계집에 따르면 공식적인 정규군 사망자만해도 한국군 전사·사망자 13만7899명, 유엔군 전사·사망자 5만7933명, 북한군 51만2000명, 중공군 14만8600명에 이른다. 여기에 학도병 및 경찰 사망자만도 1만6848명이다. 부상자와 실종 및 포로 등 피해현황을 집계하면, 남한 유엔군측이 무려 130만, 북한 중공군측은 18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집계한 민간인 피해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사망자 24만4663명, 학살자 12만8936명이며, 실종자는 3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민간인 피해는 계량하기조차 힘들정도로 크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규명범국민위원회에 따르면 미군과 남한군에 의해 사망하거나 집단학살된 민간인만 100~1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그들은 부모를 졸지에 잃고 최근까지도 ‘빨갱이’로 몰리며 ‘연좌제’의 고통속에 60년을 살아왔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실재하는 ‘한국전쟁의 참혹한 진실’이다. KBS는 전쟁에 대한 알량한 몇몇 군인의 기억에 빗대 그들의 영웅담이나 늘어놓으며 한국전쟁의 이같은 실상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KBS는 또 곳곳에서 ‘백씨의 생각은 무엇일까’라며 지나치게 백씨의 기억과 의견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백씨는 방송에서 “산천은 변하지 않은데 많은 조국의 전사가 피를 흘렸다. 조국을 지켜줬다. 피와 땀을 흘려서 얻은 국토다”라고 말했다. KBS는 “그의 기억은 다시 전장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어떤 역사의 길을 찾아야 할까”라고 했다.
이번 이른바 '백선엽 다큐'는 전쟁의 실상을 겸허하고 냉정하게 되짚어보기는 커녕 한 군인의 기억만을 쫓는데 그쳤다. 이런 다큐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자체로만 보더라도 KBS 스스로 새롭게 발굴했다는 미공개영상의 경우 미군 주변을 따라다니며 그저 전투를 하고 있다거나 백씨의 얼굴이 담긴 영상이라는 점 외엔 그다지 사료적 가치로도 평가를 받기 힘들다. 완성도 있는 다큐멘터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KBS의 공영성과 정체성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으면서 이렇게 강행한 이유를 이 다큐만 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친일파 백선엽'의 전쟁영웅과 미담이라는 의미 뿐이다.
한편, 이 같은 방송을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KBS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엔 24일 밤부터 25일 오전까지 ‘미친 KBS’ ‘끝내 친일방송이 된 걸 축하한다’는 등 냉소와 조롱, 침통함을 담은 비난이 쏟아졌다.
배아무개는 “나라를 잃더라도 바보처럼 독립운동하지말고 친일세력처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간사하게 살아남아 후세에 추앙받는 영웅 뿐아니라,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 이런 방송을 보고 제대로 배우는 것”이라며 “나라는 팔아먹으라고 있는 것이지 지키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방송을 타고 있는 내용이 여실히 보여준다”고 개탄했다.
국아무개도 “설마 공영방송에서 국민의 혈세로 독립군을 잡던 친일파를 찬양하는 프로를 민들진 않겠지 하면서 우연히 돌린 KBS에서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다니 양심도 민족혼도 아니 그 차디찬 이국에서 모든 것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 광복을 위해 땀과 피를 흘리던 애국 선열들에 대한 후손으로써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자들”이라며 “6.25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국군도 욕보이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문아무개도 KBS에 대해 “너희가 조중동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며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공산당과 빨갱이라는 말로 국민을 속이고 독립군과 그의 후손들을 빨갱이 자손으로 매도했던 그런 놈들의 나팔수가 된 KBS. 이 친일 앞잡이의 대변자 KBS야. 과거 50년간 한것도 모자라 또 다시 이 짓을 되풀이 하냐”고 되물었다.
박아무개도 “정말 KBS 미친거 아닙니까”며 “백선엽을 완전 영웅으로 만들었더군요. 친일파, 독립군 학살자를 다 늙어서까지 설치게 하다니 그러고도 수신료 더 달라는 말이 나오나! 그 돈은 친일파들한테나 받아라”라고 비난했다.
유아무개는 “내부에 있는 직원 기자들은 정말 양심이 없나요”라며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통속이라고...정말 이래도 되는건가요”라고 답답해했다. 다른 유아무개는 “백선엽 건으로 친일미화 방송사가 되신 거 축하합니다. 이 더러운 세상”이라고 비관했다.
백아무개는 KBS가 이번 방송으로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했다. 현행 방송법 44조 4항은 KBS가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방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아무개는 “독립군을 잔인하게 학살한 간도특설대 출신 종일군인 백선엽 찬양날조 방송을 하는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한아무개는 “백선엽이 영웅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토 히로부미도 영웅이더냐”라며 “일제 시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굶어가면 싸웠던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민족의 열사들에게, 6.25 전쟁때 역시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을 바쳤던 어린 죽음들 앞에서 너희가 과연 백씨가 영웅이라 말할 수 있는가”라고 격분했다. 그는 이어 “백선엽은 아직 살아있다”며 “그가 이 프로를 보고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을지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라고 침통해했다.
반발묵살하고 백선엽 "감개무량"
6.25 전쟁영웅 독무대 만들어줘
"미친거냐" "소름이 돋는다"
2011.06.25 11:31:45 | 조현호 기자
“기억납니다…내 생애 최고의 날입니다. 정말 감개무량합니다”(친일파 백선엽씨가 KBS에게)
친일파 백선엽(91)씨는 KBS 스튜디오에 와서 자신의 60년 전 한국전쟁 당시 평양입성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KBS가 24일 밤 방송한 6·25 특집다큐 <전쟁과 군인> ‘1부 기억의 파편을 찾아서’ 편에서였다. 이번 방송을 통해 백선엽은 지난 2004년 친일파 명단에 등재된 이후 7년 만에 ‘우리들의 공영방송’ KBS를 통해 화려하게 전쟁영웅으로 부활했다. 백씨를 영웅화하지 않겠다던 KBS 제작진의 말은 이날 다큐를 보면 모두 거짓에 불과했다는 것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철저히 백씨의 기억과 발언을 위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백씨에 의한, 백씨를 위한, 백씨의 방송이었다.
백선엽. 그는 일제강점기 봉천 만주군관학교에 입학, 일제 패망직전까지 조선독립군과 팔로군을 잡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간도특설대’ 대원으로 활약했다. 그의 이런 이력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 KBS가 백씨를 전쟁영웅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수많은 독립운동단체와 후손들,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피해자 등이 절박한 심정으로 방송불가를 외쳤다. 그럼에도 KBS는 그런 ‘역사’와 원로들의 피맺힌 호소를 짓밟고, 단숨에 백씨를 영웅으로 둔갑시켰다.
KBS는 24일 밤 10시부터 1TV를 통해 1시간짜리 백씨 미화 다큐를 내보냈다. 첫 장면은 어두운 KBS 스튜디오로 백씨가 걸어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그러면서 백씨 앞에 놓인 거대한 스크린에서 ‘6·25의 미공개 영상’이 펼쳐졌다. 영상 안엔 젊은 시절 백씨의 모습이 잡혔다. 백씨는 이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힌 듯했다. 그러면서 “기억나요. 다부동에서 반격할 때 사진인 것 같습니다.…저건 임진강일까. 60년 전 일인데요 그 당시의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라고 회상했다.
KBS가 지난 24일 밤 방송한 백선엽 다큐 <전쟁과 군인> 1편. |
백씨의 친일행적에 대해 KBS는 단 10초도 할애하지 않았다. 그가 만주군관학교 입학한 뒤 일본군 장교가 됐고, 이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는 한마디가 끝이다. 간도특설대원이었다는 전력은 숨겼다. 그나마 눈여겨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런 소개가 있었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의 내용이다.
한국전쟁시 미군과 함께 북진하면서 백씨가 평양에 입성했을 때를 KBS는 감격적으로 묘사했다. 백씨는 “5년전 평양을 떠나 국군을 만들어 1만명과 미군 5000명 데리고 적의 수도를 탈환하는 광경입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일생의 최고의 날입니다”라고 회고했다. KBS는 “개전초기 패전을 역전시킨 한국군의 사기는 드높았다”며 “통일은 곧 올것같았고, 평온한 일상은 이미 와있는 것 같았다. 이승만이 북한 지역을 방문해 분위기 고조시켰다”고도 했다.
또한 수세에 몰렸던 남한군이 미군의 지원을 받은 뒤 다부동 전선에서 피튀기는 전투를 벌이다 끝끝내 이 전선을 사수했고, 그 중심에 백씨가 있었다는 점도 KBS는 빼놓지 않았다.KBS는 “이 전투로 백선엽은 미군의 신뢰를 얻었다”며 “포병, 전차 등 지원했다…백선엽에 대한 미군의 신뢰는 평양공격 때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임진강 감악산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에 포위돼 대부분 전멸했던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의 일화도 소개됐다. KBS는 영국으로 날아가 참전군인이었던 샘 머서씨를 만나 그가 중국군에게 다리에 총을 맞았다는 기억을 들었다. 머서씨는 “당시는 지독한 전투였다. 적과 거리도 아주 가까웠다. 소총을 두 중국 병사 중 한 명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 다리를 쏘더군요. 왜 그랬는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KBS가 지난 24일 밤 방송한 백선엽 다큐 <전쟁과 군인> 1편. |
KBS는 철저하게 백씨의 활약과 시각에서, 또 글로스터 대대의 전멸사례처럼 연합군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조명한 꼴이 됐다. 그러다보니 한국전쟁의 참혹한 실상은 뒷전에 묻혔다.
국방군사연구소가 지난 1996년 발행한 한국전쟁 피해 통계집에 따르면 공식적인 정규군 사망자만해도 한국군 전사·사망자 13만7899명, 유엔군 전사·사망자 5만7933명, 북한군 51만2000명, 중공군 14만8600명에 이른다. 여기에 학도병 및 경찰 사망자만도 1만6848명이다. 부상자와 실종 및 포로 등 피해현황을 집계하면, 남한 유엔군측이 무려 130만, 북한 중공군측은 18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집계한 민간인 피해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사망자 24만4663명, 학살자 12만8936명이며, 실종자는 3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민간인 피해는 계량하기조차 힘들정도로 크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규명범국민위원회에 따르면 미군과 남한군에 의해 사망하거나 집단학살된 민간인만 100~1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그들은 부모를 졸지에 잃고 최근까지도 ‘빨갱이’로 몰리며 ‘연좌제’의 고통속에 60년을 살아왔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실재하는 ‘한국전쟁의 참혹한 진실’이다. KBS는 전쟁에 대한 알량한 몇몇 군인의 기억에 빗대 그들의 영웅담이나 늘어놓으며 한국전쟁의 이같은 실상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KBS는 또 곳곳에서 ‘백씨의 생각은 무엇일까’라며 지나치게 백씨의 기억과 의견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백씨는 방송에서 “산천은 변하지 않은데 많은 조국의 전사가 피를 흘렸다. 조국을 지켜줬다. 피와 땀을 흘려서 얻은 국토다”라고 말했다. KBS는 “그의 기억은 다시 전장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어떤 역사의 길을 찾아야 할까”라고 했다.
이번 이른바 '백선엽 다큐'는 전쟁의 실상을 겸허하고 냉정하게 되짚어보기는 커녕 한 군인의 기억만을 쫓는데 그쳤다. 이런 다큐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자체로만 보더라도 KBS 스스로 새롭게 발굴했다는 미공개영상의 경우 미군 주변을 따라다니며 그저 전투를 하고 있다거나 백씨의 얼굴이 담긴 영상이라는 점 외엔 그다지 사료적 가치로도 평가를 받기 힘들다. 완성도 있는 다큐멘터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KBS의 공영성과 정체성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으면서 이렇게 강행한 이유를 이 다큐만 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친일파 백선엽'의 전쟁영웅과 미담이라는 의미 뿐이다.
한편, 이 같은 방송을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KBS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엔 24일 밤부터 25일 오전까지 ‘미친 KBS’ ‘끝내 친일방송이 된 걸 축하한다’는 등 냉소와 조롱, 침통함을 담은 비난이 쏟아졌다.
배아무개는 “나라를 잃더라도 바보처럼 독립운동하지말고 친일세력처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간사하게 살아남아 후세에 추앙받는 영웅 뿐아니라,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 이런 방송을 보고 제대로 배우는 것”이라며 “나라는 팔아먹으라고 있는 것이지 지키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방송을 타고 있는 내용이 여실히 보여준다”고 개탄했다.
국아무개도 “설마 공영방송에서 국민의 혈세로 독립군을 잡던 친일파를 찬양하는 프로를 민들진 않겠지 하면서 우연히 돌린 KBS에서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다니 양심도 민족혼도 아니 그 차디찬 이국에서 모든 것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 광복을 위해 땀과 피를 흘리던 애국 선열들에 대한 후손으로써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자들”이라며 “6.25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국군도 욕보이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문아무개도 KBS에 대해 “너희가 조중동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며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공산당과 빨갱이라는 말로 국민을 속이고 독립군과 그의 후손들을 빨갱이 자손으로 매도했던 그런 놈들의 나팔수가 된 KBS. 이 친일 앞잡이의 대변자 KBS야. 과거 50년간 한것도 모자라 또 다시 이 짓을 되풀이 하냐”고 되물었다.
지난 24일 밤 KBS에서 방송된 백선엽다큐 <전쟁과 군인>편을 보고난 뒤 KBS 홈페이지에 시청자들이 올린 항의글들. |
박아무개도 “정말 KBS 미친거 아닙니까”며 “백선엽을 완전 영웅으로 만들었더군요. 친일파, 독립군 학살자를 다 늙어서까지 설치게 하다니 그러고도 수신료 더 달라는 말이 나오나! 그 돈은 친일파들한테나 받아라”라고 비난했다.
유아무개는 “내부에 있는 직원 기자들은 정말 양심이 없나요”라며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통속이라고...정말 이래도 되는건가요”라고 답답해했다. 다른 유아무개는 “백선엽 건으로 친일미화 방송사가 되신 거 축하합니다. 이 더러운 세상”이라고 비관했다.
백아무개는 KBS가 이번 방송으로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했다. 현행 방송법 44조 4항은 KBS가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방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아무개는 “독립군을 잔인하게 학살한 간도특설대 출신 종일군인 백선엽 찬양날조 방송을 하는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한아무개는 “백선엽이 영웅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토 히로부미도 영웅이더냐”라며 “일제 시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굶어가면 싸웠던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민족의 열사들에게, 6.25 전쟁때 역시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을 바쳤던 어린 죽음들 앞에서 너희가 과연 백씨가 영웅이라 말할 수 있는가”라고 격분했다. 그는 이어 “백선엽은 아직 살아있다”며 “그가 이 프로를 보고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을지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라고 침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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