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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대여’라던 외규장각, 합의문 보니… ‘일방적 협상’

‘영구 대여’라던 외규장각, 합의문 보니… ‘일방적 협상’
‘의궤’ 1차분 75권 14일 귀환
문화연대, 합의문 공개… 대여연장 보장 불확실, 전시·대여도 제약받아

임영주·황경상 기자 | 입력 : 2011-04-13 21:47:08 | 수정 : 2011-04-14 10:17:28



프랑스로부터 대여 형식으로 145년 만에 돌려받기로 한 외규장각 조선왕실의궤(이하 의궤)와 관련, 한국에 불리한 협상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연대 약탈문화재환수특별위원회와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가 입수해 13일 공개한 ‘조선왕조 왕실의궤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프랑스공화국 정부 간 합의문’(2월7일 체결)에 따르면 의궤의 대여기간 연장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고, 의궤의 전시·대여 등 활용에도 제약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른 약탈문화재에 대한 환수 요구를 사실상 할 수 없도록 한 내용도 들어있다.

의궤의 5년 단위 갱신 대여에 대해 외교통상부 등 정부는 그동안 “갱신 형식으로 사실상 영구 대여가 된다. 일단 돌아온 문화재를 빼앗아 가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합의문의 제10조 등에 따르면 “동 합의는 양 당사자가 외교채널을 통해서 서면 통보함으로써 5년 단위 기간으로 갱신된다”고 밝혔을 뿐 갱신 연장이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다른 약탈문화재 환수 요구를 막으려는 프랑스 입장이 반영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번 의궤 대여는 유일한 성격을 지니는 행위로, 그 어떤 다른 상황에서도 원용될 수 없으며, 선례를 구성하지 아니한다”(제4조)에서 보듯, 다른 약탈문화재 환수를 요구할 때 이번 의궤 대여 건을 이유로 댈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의궤의 전시·대여 등과 관련 프랑스 측과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제5조) 향후 의궤 활용에도 제한을 받는다.

이번 의궤는 프랑스 군대가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것으로,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191종 297책을 대여하기로 합의해 반환받게 됐다. 의궤는 5월27일까지 4차례에 걸쳐 돌아오게 되며, 1차분 75권은 14일 오후 2시 아시아나항공 502편을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운반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