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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4대강 준설로 지하수 말라 “미나리꽝 농사 꽝됐어”

4대강 준설로 지하수 말라 “미나리꽝 농사 꽝됐어”
영산강 승촌보 공사 인근 농산물 수확 절반 이상 떨어져
건설업체 농자재 절도까지… 주민들 피해보상 요구 시위

배명재 기자 | 입력 : 2011-03-31 22:15:41 | 수정 : 2011-03-31 22:15:42



“영산강이 이젠 원수가 돼부렀당께.”

“4대강 공사한다고 우리가 다 디지게 생겼어라.”

‘4대강 사업’이 한창인 영산강 승촌보 공사현장 인근 마을 주민들이 갖가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승촌보 공사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이 농사 자재를 파손하거나, 몰래 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 광주 광산구 용봉동과 나주시 노안면 학산마을 주민들이 승촌보 일대 공사를 맡은 한양건설 사무소를 찾아 각종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고모씨(57·나주시 노안면 봉호마을)는 지난 26일 마을공터에 놔둔 배수로관(길이 2.5m 지름 60㎝) 2개가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 배수로관을 영산강 안쪽 공사장에서 찾아냈다. 1개는 이미 배수로관으로 묻혀 있었고, 1개는 묻기 직전에 발견됐다. 공사를 하던 업체가 몰래 이를 갖다 쓰려다 적발된 것이다. 또 건설업체들이 농사용 전력을 끌어가는 전선도 잘라 쓰고 있다. 또 논에 물을 퍼올리는 모터까지 묻어버렸다고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고씨는 “소음·먼지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처지는 아랑곳없이 이젠 절도행위까지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웃 학산마을 나모씨(57)는 “길이 4m 배수관 3개를 공사하다 파손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면서 “공사에만 매달리느라 주민들의 생활불편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강둑 너머 농토에서 미나리·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한숨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대규모 준설로 강 수면이 낮아짐에 따라 주변 농토의 지하수 수면도 덩달아 내려가면서 이들 농사가 치명상을 입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깊이 30~150m짜리 관정을 판 후, 최대 지하 8m까지 물을 퍼올릴 수 있는 모터를 설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강바닥 준설로 논밭 지하수가 대부분 9m 이하로 내려가면서 이들 모터가 무용지물이 돼버린 것이다. 광주 광산구 용봉동에서 10만㎡ 미나리 농사를 짓는 이상주씨(52)는 “올 농사는 지난해 반타작도 안된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미나리꽝엔 겨우내 따뜻한 지하수(13도 안팎)가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지하수 공급이 제때 되지 않는 데다, 겨울 강추위까지 더해지면서 미나리꽝이 누렇게 변해 있다.

이씨는 “수확량도 절반인 데다 상품성까지 떨어져 시장에 내놓아도 천덕꾸러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웃마을 김모씨(63·유계동)는 “3200㎡ 비닐하우스에서 호박농사를 짓고 있는데 출하량이 지난해의 60%에 불과하다”면서 “펑펑 터지던 지하수가 찔끔찔끔 나오면서 이런 일이 났다”고 말했다. 지하수 피해는 인근 유림·송정·분토·복룡·송대 마을에서 나타나고 있다.

송촌보 일대 공사를 맡은 한양건설 관계자는 “농자재 피해는 적극적으로 보상하겠지만, 지하수 문제는 아직 정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