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4대강 삽질’에 새들은 날아가고
갑천·유등천 등 2~3년 전 비해 조류 크게 줄어
환경단체 서식지 보호 ‘3대 하천 지키기’ 나서
윤희일 기자 | 입력 : 2011-03-22 22:21:18 | 수정 : 2011-03-22 22:21:20
이른 아침 일찍부터 3대의 중장비가 하천 둔치를 부지런히 파댔다.
옆에 있는 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굉음이 요란하다.
22일 오전 9시 대전 유성구 도룡동 갑천과 대전천이 합류하는 지점인 둔산대교 아래 하천 둔치. 100여m 길이의 둔치는 3대의 중장비로 완전히 점령됐다. 둔치의 풀밭도 대부분 망가졌다. 둔치 아래 강에서 볼 수 있던 새는 단 한 마리도 없다.
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의 ‘무차별적 공격’이다. 얼핏 봐도 새가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중장비 옆으로 현수막이 하나 보였다.
‘금강살리기 3대 하천 생태복원 착수. 3대 하천이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허망한 구호일 뿐. 새가 모두 사라진 그곳에서, ‘생태복원사업’이라는 이름의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 새들은 날아가고 = 발길을 대전천 쪽으로 옮겼다. 갑천을 건너 대전천 상류쪽으로 가자 중장비의 소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강가 여기저기의 풀숲 사이로 새가 몇 마리씩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올라가자 수십 마리의 새가 물위에서, 또는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사현장을 피해 온 것으로 보였다. 반가웠다.
새와 눈이 마주쳤다. ‘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살란 말이냐’고 호소하는 눈빛 같았다.
공사장 소음을 피해 모여있는 새의 수는 예상보다 적었다. 2~3년 전에 비해 부쩍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최근 대전환경운동연합이 대전의 3대 하천을 대상으로 조류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 일대 조류의 종(種) 수는 물론 개체 수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28일 3대 하천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46종 2704마리의 조류가 관찰됐다.
이는 2009년 48종 3140마리가 관찰됐던 것에 비하면 종은 2종(4.2%), 개체수는 436마리(13.9%)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대전천·갑천 합류지역, 유등천·대전천 합류지역, 대전천·대동천 합류지점, 탑립돌보 일대의 조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천·유등천 합류지역인 삼천교 지점의 경우 지난해 조사에서 450마리의 조류가 관찰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98마리로 1년 사이에 무려 252마리(56%)나 줄었다. 갑천 하류인 탑립돌보 인근의 경우도 지난해 915마리에서 572마리로 급감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현재 갑천·유등천·대전천 등 대전지역의 주요 하천에서는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산책로 조성공사와 하상준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겨울 철새 등이 다른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조류의 개체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희귀 조류 서식지’ 3대 하천을 지켜라 = 대도시 가운데 드물게 3개의 큰 하천이 흐르는 대전은 도시지역이면서 희귀조류가 서식하는 곳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 참매, 수리부엉이, 큰고니, 원앙 등이 잇따라 관찰돼왔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 등의 영향으로 조류 서식지가 다시 위협을 받으면서 환경단체 등이 3대 하천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조류가 많이 서식하는 주요 하천의 합류지점 등을 자연하천구간이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각종 개발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도 갑천 상류 지역의 레미콘 공장 설립 움직임과 관련, 반대운동에 나서는 등 3대 하천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갑천·유등천 등 2~3년 전 비해 조류 크게 줄어
환경단체 서식지 보호 ‘3대 하천 지키기’ 나서
윤희일 기자 | 입력 : 2011-03-22 22:21:18 | 수정 : 2011-03-22 22: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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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갑천 둔치의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중장비 3대가 한꺼번에 공사를 벌이고 있다. 물에서는 물론 둔치 풀밭 어디에서도 새를 찾아볼 수 없다. | 윤희일 기자 |
이른 아침 일찍부터 3대의 중장비가 하천 둔치를 부지런히 파댔다.
옆에 있는 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굉음이 요란하다.
22일 오전 9시 대전 유성구 도룡동 갑천과 대전천이 합류하는 지점인 둔산대교 아래 하천 둔치. 100여m 길이의 둔치는 3대의 중장비로 완전히 점령됐다. 둔치의 풀밭도 대부분 망가졌다. 둔치 아래 강에서 볼 수 있던 새는 단 한 마리도 없다.
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의 ‘무차별적 공격’이다. 얼핏 봐도 새가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중장비 옆으로 현수막이 하나 보였다.
‘금강살리기 3대 하천 생태복원 착수. 3대 하천이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허망한 구호일 뿐. 새가 모두 사라진 그곳에서, ‘생태복원사업’이라는 이름의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 새들은 날아가고 = 발길을 대전천 쪽으로 옮겼다. 갑천을 건너 대전천 상류쪽으로 가자 중장비의 소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강가 여기저기의 풀숲 사이로 새가 몇 마리씩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올라가자 수십 마리의 새가 물위에서, 또는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사현장을 피해 온 것으로 보였다. 반가웠다.
새와 눈이 마주쳤다. ‘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살란 말이냐’고 호소하는 눈빛 같았다.
공사장 소음을 피해 모여있는 새의 수는 예상보다 적었다. 2~3년 전에 비해 부쩍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최근 대전환경운동연합이 대전의 3대 하천을 대상으로 조류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 일대 조류의 종(種) 수는 물론 개체 수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28일 3대 하천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46종 2704마리의 조류가 관찰됐다.
이는 2009년 48종 3140마리가 관찰됐던 것에 비하면 종은 2종(4.2%), 개체수는 436마리(13.9%)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대전천·갑천 합류지역, 유등천·대전천 합류지역, 대전천·대동천 합류지점, 탑립돌보 일대의 조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천·유등천 합류지역인 삼천교 지점의 경우 지난해 조사에서 450마리의 조류가 관찰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98마리로 1년 사이에 무려 252마리(56%)나 줄었다. 갑천 하류인 탑립돌보 인근의 경우도 지난해 915마리에서 572마리로 급감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현재 갑천·유등천·대전천 등 대전지역의 주요 하천에서는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산책로 조성공사와 하상준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겨울 철새 등이 다른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조류의 개체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희귀 조류 서식지’ 3대 하천을 지켜라 = 대도시 가운데 드물게 3개의 큰 하천이 흐르는 대전은 도시지역이면서 희귀조류가 서식하는 곳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 참매, 수리부엉이, 큰고니, 원앙 등이 잇따라 관찰돼왔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 등의 영향으로 조류 서식지가 다시 위협을 받으면서 환경단체 등이 3대 하천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조류가 많이 서식하는 주요 하천의 합류지점 등을 자연하천구간이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각종 개발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도 갑천 상류 지역의 레미콘 공장 설립 움직임과 관련, 반대운동에 나서는 등 3대 하천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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