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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공군사격장 옆에 4대강 관광시설 짓더니…

공군사격장 옆에 4대강 관광시설 짓더니…
국토부, 남한강 여주보 주변 대규모 생태공간 조성
공군, 사격장 안전구역 확대…토지수용 절차나서

한겨레 김기성 기자



» 4대강 사업 여주보 근처 공군 비행사격장 안전구역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으로 수천억원을 들여 남한강에 여주보를 신설하며 강 주변에 수변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이 여주보 일대를 국방부가 전투기 사격장 안전구역으로 지정해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거액의 세금을 들여 강변 관광시설을 만들더니 군사시설로 묶어 주민들을 삶터에서 내쫓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주군은 “국방부가 능서면 백석리섬 일대 115만㎡에 설정된 공군사격장 안전구역을 주변 6개리 848만㎡로 확대하겠다며, 지난 9일 여주군에 토지를 매입해달라는 내용의 ‘사격장 안전구역 내 토지보상 수탁 제안’ 공문을 보내왔다”고 17일 밝혔다. 국방부의 매입계획을 보면 여주보 일대를 네 구역으로 구분해 그 안에 있는 사유지 318만㎡를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사들이고 95가구 250여명의 주민을 이주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남양주 팔당대교부터 여주 섬강 합류지점까지 129㎞에 이르는 남한강변 자전거도로의 2㎞가량 구간도 사격장 안전구역 안에 포함된다.

국방부가 사격장 안전구역으로 새로 편입하겠다는 지역은 오는 9월 말 완공 예정인 여주보 일대가 모두 포함돼 있다. 올해 매입하겠다는 ‘천남지구’는 국토부가 관광배후지 복합공간을 조성하고 있으며, 바로 옆에는 여주보를 건설하고 있다. 그 밖에 야외공연장, 사계절 테라스가든, 다목적 광장 등을 강변에 만들 계획이다. 국토부가 여주보 신축과 주변 생태·문화공간 조성 등 ‘한강 살리기 4공구’에 들이는 사업비는 총 298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공군 사격장 안전구역으로 지정되면, 이 일대에 조성하겠다는 생태·문화·관광 등 모든 시설이 전투기 사격훈련 때는 물론이고 ‘군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시민들의 출입 및 왕래가 통제된다.

이 때문에 전투기 사격장이 있던 이 일대에 보 신축과 수변공원 개발을 정부가 강행한 데 이어 사격장 안전구역으로 묶으려는 것에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4대강 사업을 통해 각종 규제에 시달리는 여주군민들의 숙원을 해결해줄 것처럼 환상을 심어줬던 정부가, 강은 강대로 파괴하고 주민의 삶을 또다시 짓밟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군 관계자는 “안전구역에는 사람이 아예 못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영농도 가능하며 사격이 없는 시간대에는 언제든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설계 과정에서 자연생태공간 위주로 조성하되 주말에만 개방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했다”며 “그러나 안전구역 확대를 놓고 국방부와 협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여주 공군사격장은 1957년 조성돼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관리하고 있으며 주 5일 동안 주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야간은 일몰 이후~밤 10시로 훈련시간이 설정돼 있다.

여주군은 5개면 26개리 4200여가구 1만1000여명이 소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군 사격장 이전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며, 주민 6명은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내어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여주/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