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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스코 SSM, 새벽 틈타 `도둑 개점`

삼성테스코 SSM, 새벽 틈타 '도둑 개점'
상계6동 홈플러스 익스플레스 31일 영업 시작...인근 상인들 반발
11.03.31 14:52ㅣ최종 업데이트 11.03.31 19:57ㅣ홍기웅



[1신 : 31일 오후 2시 52분]

삼성테스코, SSM 개점 다시 시도


28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예정지인 서울 노원구 상계6동에서 주변상인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홍기웅

지난 2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6동 당현천 옆 하라프라자 앞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반대 집회'가 3개월여 만에 다시 열렸다. 하라프라자는 지난해 2월부터 홈플러스가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을 시도했던 곳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장정열씨는 "가뜩이나 경제는 어려워지고 매년 수입도 줄어드는데 바로 옆에 SSM이 들어온다는 것은 바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불과 얼마 안 되는 거리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구화씨는 수술한 손을 붙잡고 지난밤을 이야기하며 고개를 떨궜다. ⓒ 홍기웅
입점예정지 뒤편에서 5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정구화씨는 이날 집회에서 "다시 홈플러스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너무 허탈하다. 이번에 다시 입점을 하려 한다면 온몸으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은 29일 오후 7시경부터 물품을 반입하려다 주춤했으나 30일 오전 4시쯤 불침번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물건을 반입했던 것이다.

이날 야간규찰은 정구화씨였다. 정씨는 지난해 팔 관절에 혹이 생겼지만 SSM저지투쟁으로 수술을 미루다가 지난주에 수술을 받았다. 안정이 필요한 그에게 이번 야간 불침번은 무리였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수술부위에 통증을 느낀 정씨가 집으로 돌아가 약을 먹고 오니 상가 안에는 이미 물건이 가득 차있었다.

이날 오후 하라프라자 앞에는 삼삼오오 주변상인들이 모여왔다. 들어오기만 하면 그 자리에 드러눕겠다고 말한 정씨의 표정에 미안함이 역력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이번 투쟁에 가장 열의가 높은 사람이었다. 정씨는 "미안하고 어이없고 너무 죄송스럽다"며 "지난 1년동안 함께 고생했던 순간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 한 명으로 헛된 일이 된 것 같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언제 어느 집 앞에 폭탄이 떨어질지 모른다"

밖에서는 안 보이게 막아놓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예정지 내부에서는 30일 오전 들여놓은 물품 정리로 분주하다. ⓒ 홍기웅

지난해 2월부터 이 지역에 SSM 입점을 시도했던 삼성테스코는 골목상인과 지역사회의 반대로 인해 8월부터는 직영점을 포기하고 가맹점 형태로 들어오려고 했다. 상계6동 상인대책위에서는 지역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상계6동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1년 가까이 SSM 입점저지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자 지난 1월 홈플러스 측은 입점을 포기했고 서울시에서 조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삼성테스코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상계점' 간판을 달겠다며 노원구에 신청서를 내고 정식 개점 절차를 밝겠다고 밝혔다. 노원구청 도시관리과 전일용 팀장은 홈플러스 측의 간판신청요청에 대해 "서울시 조정절차가 진행 중인데다가 주민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원만하게 해결된 뒤 허가 하겠다고 밝히고 반려했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주변상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물건을 반입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노원구청 조사 결과를 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하려는 곳 반경 500m 안에 있는 슈퍼마켓과 마트는 모두 27군데다. 또 1㎞가 채 안 되는 곳에 홈플러스 대형매장과 롯데백화점도 있다. 게다가 입점예정지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또 다른 SSM인 롯데마이슈퍼가 자리잡고 있다.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플러스가 업계 1, 2위를 놓고 무리한 입점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상계6동 상인대책위 대표인 이성노씨는 "중소상인들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된 꼴이다"라며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경쟁을 비판했다. 상계6동에서 15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남철희씨는 "사실 우리 가게는 영향이 그리 많지 않아서 먼 일처럼 느껴진다"면서도 "언제 어느 집 앞에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기만 살겠다고 이렇게 골목골목에 SSM 입점시키는 것은 참 야비한 짓"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SSM입점저지투쟁을 함께 하고 있는 이지현 마들주민회 대표는 "이미 포화상태이던 상계6동에 홈플러스가 입점을 강행하는 바람에 지역 영세상인들은 힘겹게 이어가는 생업을 내려놓고 관공서 찾기, 집회, 항의방문, 입점물품 반입을 막기 위한 24시간 감시 등을 하느라 일손조차 놓은 채 큰 괴로움을 당해야 했다"며 재개된 투쟁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공동대책위 대표를 맞고 있는 최창우씨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있는 자들이 더한 것 같다"며 막가파식인 SSM 입점에 대해 비판하면서 "중소상인을 위한 법이라면 현 신고제는 허가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생법이 아니라 눈 가리고 아웅 식인 상상법이 되고 말 것"이라며 유통·상생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28일부터 24시간 감시를 시작한 공동대책위는 앞으로는 농성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신 : 31일 오후 4시 13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새벽 틈타 기습 개점


서울 노원구 상계6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주변 상인들은 기습 입점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 홍기웅

서울 노원구 상계6동 하라프라자 인근 상인들은 30일 오후부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개장을 저지하기 위해 밤샘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31일 오전 6시 간판을 달기 시작한 홈플러스 측은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점포 안 3분의 1 정도는 아직 물건이 채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역 상인 및 주민 20여 명은 기습입점을 규탄하는 농성을 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수법으로 지역주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홈플러스의 기습 입점을 규탄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8평 규모의 동네 슈퍼를 운영하던 서영은(59)씨는 "오랫동안 포장마차를 하다 8천만 원이 넘는 빚을 지고 가게를 열었는데 이렇게 대기업 마트가 이렇게 들어오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서씨에게 영업방해라고 경고했지만 서씨는 "이게 영업방해면 여기에 이렇게 무작정 들어오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며 입구에서 시위를 계속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6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아직 물건이 채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입점했다. ⓒ 홍기웅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홈플러스 측은 "기습 오픈이 아니다. 구청에 영업신고를 했고 간판 인허가 신청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대다수 소비자가 개점을 원해 일단 오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원구청 도시관리과 담당자는 "이미 간판신청을 반려한 상태지만, 이날 새벽에 설치한 간판이 광고물 관리법에 의하면 규제 규격에 해당하지 않는 크기라서 딱히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홈플러스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 공동대책위는 농성을 계속진행하고 있으며 노원구청장과의 면담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3신 : 31일 오후 7시 50분]

김성환 노원구 구청장, "직접 홈플러스 대표와 면담하겠다"


홈플러스측에서 강제로 물품반입을 시도하고 있다. ⓒ 홍기웅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들어오는 바로 앞에서 매점을 운영하시는 할머니. ⓒ 홍기웅

오후 4시 건장한 청년들을 대동한 채 홈플러스측의 물건반입시도가 있었다.이 과정에서 상인들과의 마찰이 있었고 그러던 도중 입구쪽에서 항의하던 서영은(59)씨가 응급실까지 실려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30여 분간의 몸싸움은 구청장과 면담을 하러갔던 대책위 대표들이 구청장과 함께 농성장에 돌아옴으로써 잠시 일단락 됐다. 농성장에 온 김성환 노원구 구청장은 홈플러스 관계자에게 "입점을 안 하면 안 되겠나? 꼭 이렇게 해야겠냐?"며 SSM 입점 보류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홈플러스측의 물품반입과정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서영은씨. ⓒ 홍기웅
이 상황을 지켜보던 같은 건물 노인병원 원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내 돈 가지고 장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하더라도 전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SSM 입점에 대해 "기준만 된다고 해서 무조건 허가를 할 것이 아니라 주변의 중소상인들의 입장도 이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장에서 소, 돼지가 구제역으로 죽어도 보상을 받는데 SSM이 들어와서 중소상인들이 피해받는 것에는 대책이 없다"며 "이는 목숨을 떼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바로 앞 버스정류장 매점대에서 장사를 해온 70세의 할머니는 "22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1년이 넘게 이 싸움을 보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 SSM이 들어 오는 것은 없는 사람 다 죽이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할머니는 이어 "지난해 영감마저 떠나서 껌 팔아 밥 먹고 사는 나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구청장과 면담을 하고 돌아온 이성로 상인대책위 대표는 구청장이 직접 홈플러스 대표와 면담을 시도하겠다 했고, 최소한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당분간 농성을 계속 진행하기로 한 대책위는 우선 삼성테스코측과의 면담을 시도하기로 하고 면담하는 사이 일주일 동안 문을 닫아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출처 : 삼성테스코 SSM, 새벽 틈타 '도둑 개점'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