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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독도·동해

`독도는 일본땅` 일 교과서, 우리정부 탓이다

'독도는 일본땅' 일 교과서, 우리정부 탓이다
[주장] 일본의 성동격서와 우리의 모르쇠
11.03.31 09:20ㅣ최종 업데이트 11.03.31 14:08ㅣ김종연



▲ 수요시위, 역사왜곡 일본 교과서 규탄 30일 낮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제96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독도영유권 주장' '위안부 용어 삭제' 등의 내용이 담긴 일본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를 규탄하고 있다. ⓒ 권우성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검정제도를 채택하는 국가라면, 민간 출판사가 개별 집필자들을 선택하여 교과서를 제작하고 정부 또는 공인된 기관이 그 내용을 검토하여 국가 또는 교육 당국이 만든 교육 과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결정하는 절차를 취한다. 그 점에서 본다면 일본의 이번 지리, 공민, 역사를 포함하는 사회과 교과서의 검정심사 결과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민간전문가를 동원하여 한 심사의 결과이므로 일본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도 참 부끄러울 만한변명일 것이다. 다만, 시기가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말에 대해서는 일본이 고의로 시기를 지금에 맞추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그들의 일정에 따른 것일 뿐 한국민을 자극하기 위해서 일부러 지금 발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언론의 잘못된 대응이 부른 일종의 당연한 결과

▲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에 분노 '지진피해 성금 중단하자' 일본이 '독도는 일본땅' 내용을 담은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를 할 예정인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규탄집회에서 독도수호전국연대 회원들이 '역사왜곡으로 돌아온 '日지진 성금' 당장 중단하자!'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이번 일본 교과서의 검정결과는 어찌 본다면 예견된 일이었고, 우리 정부와 언론의 잘못된 대응이 부른 일종의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잘못된 대응이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아직도 이야기되는 소위 '교과서문제=역사'의 맹신의 결과에 대한 비판이다.

분명히 일본군의 성노예 문제나, 일본의 한반도 침략 문제는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부분이며, 그에 대한 재론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독도나 동해의 문제는 '역사' 문제로 접근하고 대응하는 것이 타당성이 크지 않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번에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교과서는 모두 18종으로 지리 4종, 역사 7종, 공민 7종이다. 그 가운데 지리 교과서와 공민(일반사회)교과서 전부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하거나 기술했고, 역사 교과서 1종이 독도문제를 언급했다. 문제는 모든 지리와 공민 교과서가 독도를 일본영토로 표시하였다는 것이고, 따라서 일본의 모든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배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새역모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우파의 역사 교과서가 미치는 파급력과는 비교가 안 되는 중대한 사안이 된다. 일부 왜곡된 역사교과서는 채택막기운동으로 어느 정도 파괴력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리와 공민은 100%다. 막을 방법도 없다. 일본의 모든 중학교가 지리와 공민을 가르치지 않는 한.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의 대응 방식이 가져온 허점이 드러난다. 일본과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일부 인사들은 '역사교육 강화하라'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 있다'는 말을 되뇌어왔다. 심지어 이번 교과서 검정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은 우리나라의 수능에 국사와 세계사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요지의 고등교육법개정안을 내면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일본이 파고들어 온 부분은 '역사'가 아닌 '지리와 공민'

문제는 일본이 파고들어 온 부분은 역사가 아니라 지리와 공민이라는, 우리 정치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눈 감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일본이 교과서 검정을 이야기하면서부터 문제의 핵심은 지리와 공민이라는 것이 이미 전문가집단에서는 공론화되었고,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그러한 내용이 알려졌으나,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기보다는 일부 언론의 입맛을 따라가기에 바빴다고 보는 것이 차리리 옳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독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크게 실효적인 지배 강화 부분과 교육 강화로 구분해 볼 수 있으며, 교육 강화 부분은 거의 대부분 역사 이야기로 점철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독도문제를 역사의 영역으로 강조해서 가르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라는 점이다.

일본 문부성이 '독도는 일본땅'으로 표기한 내년도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수 김장훈이 뉴욕타임스에 실린 ‘VISIT KOREA(한국을 방문하세요)’ 전면광고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김장훈은 '코리아 매치컵 세계 요트 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독도를 자연스럽게 알리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일본은 아예 역사에서 독도 관련 사항을 다루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7종의 교과서 가운데서 1종이. '그들이 역사적인 내용에서 불리하니까'라는 식의 안이한 말도 가능은 하겠지만, 일본 외무성이 낸 자료들이나 일본 측 전문가들의 주장을 분석해 본다면 오래돼야 1900년대 초반에 대한 사안으로 올라가기에 역사에서 다루기에는 대단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신 현재의 영토와 해양을 다루는 지리영역에서는 국제법에 대한 내용과 각 국가 간의 영토 분쟁을 다루면서 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나라 교과서 같은 경우에도 영토와 영해가 교과서의 앞부분에 해당한다. 결국 일본은 보다 정교하고 정확하게 자신들의 독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가 역사문제라는 굉장히 큰 생각의 울타리에 갇혀서 보다 넓고 풍부한 이야기를 준비하지 못하는 사이에 말이다.

국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은 마찬가지다. 독도나 동해 문제의 경우 역사에서 다루는 나라는 다시 우리나라뿐이다. 설혹 동아시아사를 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라가 있다 하더라도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의 영토와 해양의 명칭에 대한 논란은 역사적인 사안으로까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어떤 교과서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 간의 영토분쟁의 역사적 연원이나 역사적인 변화를 논할성 싶은가?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다른 나라의 초·중·고등학교에서 독도와 동해를 이야기한다면 동아시아에 대해서 배우는 (동아시아사가 아니라) 세계지리나 아시아지역의 지리 부분에서 배우게 된다. 아마도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우리 대사관의 직원이라면, 각국의 교과서에서 어느 교과에 그런 이야기 나오는지를 알 것이고, 왜 그렇게 외국 출판사의 '지도집'을 들여다보는가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은 지리 분야에 대한 대응과 세계의 지리 분야 전문가들에 대한 보다 확고한 홍보와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말이 된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고교에서 인문계 일부 학생들만 배우게 된다는 것

한 가지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에서 우리의 영토와 영해 독도와 동해 명칭 이야기는 인문계 일부 학생들만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고등학교 1학년 공통부분에서 사회를 제외하려고 하고 있고, 거기에는 영토와 영해 교육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독도 교육을 강화한다고 이런저런 교사용 지도서를 만들고 교과 외 사업들을 하는 모양이지만, 실제 수업시간에 배우고 공부하는 것과 그 수준과 깊이가 같지 않음은 분명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의 영토교육의 문제, 독도와 동해 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미국지명위원회서버에서의 독도영유권 삭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2009년에는 미국과 영국의 해외지명관리현황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냈으며, 동해 지명의 변경에 대한 국제기구의 활동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출처 : '독도는 일본땅' 일 교과서, 우리정부 탓이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