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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환경

월성1호기 사고 잦은 기종, 수명연장 전례 없어

사고 잦은 기종, 수명연장 전례 없어
약점 많아 세계시장서 밀려난 모델
한수원 "압력관 교체…재가동 가능"
시민단체 "굳이 한국이 시험대 되나"
국내 월성1호기 싸고 논란 확산

한겨레 | 입력 2011.03.21 21:00 | 수정 2011.03.22 08:50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원전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내년 11월에 설계수명을 다하는 경북 경주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명연장은 원전의 설계수명이 끝나면 수리를 해서 다시 쓰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2007년 부산 기장군의 고리 1호기가 처음으로 수명연장에 들어가 가동중이다. 환경단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각국이 원전 신규 건설마저 재검토하는 상황인데,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후 원전은 배관이 녹스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므로 폐기 절차를 밟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월성 1호기는 1982년 가동되기 시작해 내년이면 설계수명 30년에 이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두루 따져 충분히 더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명연장에 필요한 준비는 거의 끝나 원전이 최적의 상태로 젊어졌다는 것이다. 반성환 한수원 설비기술처 부장은 "3월에 압력관 교체를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갔다"며 "현재 공정으로는 6~7월에 바뀐 설비로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수로 원전인 월성 1호기의 가동 방식은 운영 초기부터 논란이 돼 왔다. 제작사의 이름을 따 '캔두형' 원전으로 분류되는 월성 1호기는 천연 우라늄을 원료로 쓰며 중수에 의해 냉각된다. 경수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사용후 핵연료를 발생시키고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발생량도 많다. 이런 약점 때문에 캔두형은 가압형·비등형 경수로의 양자구도인 원전 시장에서 사실상 밀려난 상태다. 캔두형은 캐나다 17기, 한국 4기 등 두 나라가 대부분 쓰고 있다. 플루토늄239를 발생시켜 핵무기 제조가 쉽기 때문에 인도, 파키스탄도 각각 2기를 소유하고 있다.

캔두형 원전은 캐나다 등에서 대형사고가 잦아 운영과 중단이 반복됐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개발 초기 대형사고가 있었던 경수로 원전과 달리, 중수로 원전에선 1990년대에도 2등급(안전계통의 재평가가 요구되는 고장) 이상의 대형사고가 많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1996년 4월 캐나다 피커링 4호기의 열교환기에서 누출이 일어나, 다량의 삼중수소가 온타리오 호수로 방출된 적도 있다. 이를 포함해 캐나다에서는 2등급 사고 6건 등 모두 16건이 발생했다. 피커링 2, 3호기는 1997년 이후 장기 폐쇄된 상태다. 이 대표는 "캐나다에서 캔두형 원전의 수명연장이 이뤄진 적은 있지만, 과거 장기간 운영이 중단된 적이 있어 평균이용률이 40% 안팎이었다"며 "월성 1호기가 캔두형 수명연장으론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이 굳이 나서서 시험대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역·환경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핵시민연대는 일본 원전 사고가 나자 "후쿠시마 원전도 수명연장 기종이었다"며 반대운동을 본격화했다.

2등급 1건 등 모두 47건의 사고가 일어난 월성 1호기 노후 설비의 적절한 교체와 안전성 문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는 "월성 1호기는 원자로 안에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을 때 이의 유출을 막아주는 철판(스틸라이너)이 없다는 설계상 약점이 있었다"며 "한수원 쪽에서는 충분히 보완작업을 했다고 하지만 수명연장 심사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