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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환경

“고향 떠나… 이 돈으론 갈데 없어”

“고향 떠나… 이 돈으론 갈데 없어”
영주댐 보상 현실화 ‘절박한 외침’
수몰 200여 가구 400여명 “공사중단…피해조사 부터”
1,000일 릴레이 농성 돌입

한겨레 박주희 기자


지난 7일 낮 경북 영주시 영주역 광장에서 출발한 ‘장례행렬’은 영주시청까지 이어졌다. “영주댐 건설 반대”라고 쓴 만장을 붙인 상여가 앞서고 150여명이 뒤를 따르며 “영주댐 건설을 당장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영주시 평은·이산면 주민들로 ‘영주댐 수몰민’이다. 4대강 사업의 일부로 영주댐이 건설되면, 마을이 물에 잠겨 삶터를 떠나야 하는 이들이다. 주민들은 “말도 안 되는 보상금 주고 고향 떠나 어디서 살란 말이냐”며 “영주댐 건설 그만두고 그대로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영주댐 건설로 수몰지역에 포함된 주민들은 200여가구 400여명이다.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대대로 한마을에 살아온 60~80대 노인들이다. 주민들은 땅과 건물 등의 보상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이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진영 영주댐 보상현실화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농사밖에 지을 줄 모르는 우리가 하루아침에 집도 땅도 잃고 떠나게 생겼는데 제대로 보상조차 안 해주면 어디 가서 어떻게 살겠냐”며 “다시 감정평가를 해서 현실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주하지 않고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석호수(44·평은면 금광리)씨는 “보상이 주먹구구로 이뤄져 ‘보현산댐’ 지역과 비교해도 형평에 안 맞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보상가가 들쭉날쭉”이라며 “공청회니 뭐니, 했다고 하는데 여지껏 정부에서는 주민들에게 어디로 옮겨가 살 것인지 물어본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살아온 일부 주민들은 보상받을 토지마저 없어 이주 정착금만 받아들고 떠나야 할 처지다.

대책위는 현실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상받기 위해 ‘1000일 수몰민 릴레이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댐공사를 중단한 뒤, 민관 합동으로 댐 건설에 따른 피해조사를 할 수 있도록 시 조례를 제정하고, 피해조사부터 하자는 게 대책위의 요구다.

댐 건설 시행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 영주댐건설단 쪽은 “감정평가 법령에 따라 보상가가 정해지고 민원인이 요청하면 감정평가 내역을 공개한다”며 “희망자를 신청받아 이주단지를 지을 예정이고, 생계가 곤란한 주민들이 살 영구임대주택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댐은 영주시 평은면 금광·용혈리 일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에 짓고 있다. 총저수량 1억8000만㎥ 규모다. 홍수 조절과 하천유지용수 확보, 전력 생산 등이 목적이다. 1999년부터 댐 건설이 추진됐으나, 주민 반발과 사업 타당성 논란으로 미뤄지다 4대강 사업에 포함돼 2009년 말 착공했다. 2014년 완공 예정으로, 2013년 5월께 댐에 물을 채우기 이전에 주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현재 댐 공정률은 23%다.


대구/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