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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제주·강정·구럼비·해적기지

해군기지 경비, 문정현 신부 멱살 잡고 수녀에게 “씨××”

해군기지 경비, 문정현 신부 멱살 잡고, 수녀에게 “씨××”
해군기지 반대 연좌시위장의 미사 방해하며 욕설 퍼부어
문 신부 “성직자도 이렇게 대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떻겠나”

[한겨레] 글 허재현 기자, 영상 강정마을주민회 제공 | 등록 : 2012.04.27 15:16 | 수정 : 2012.04.27 17:11


▲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한 경비직원이 26일 문정현 신부의 멱살을 잡고 때리려 하고 있다. 영상캡처.

26일 오전 11시30분께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 10여명의 시민들이 길 건너편에 앉아 고병수 신부(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 위원장)와 함께 미사를 올리고 있었다.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다 5m 높이의 테트라포드(일명 삼발이)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가 최근 퇴원한 문정현(72) 신부는 공사장 정문 바로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고 있었다. 문 신부의 곁을 육중한 몸집의 경비 용역 직원들이 막고 섰다.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이 미사를 하느님께 봉헌하도록 합시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고 신부가 미사를 집행하자 갑자기 경비 직원들이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은 불법행위이니 중단하시오” 라며 스피커 방송으로 미사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화가 난 문 신부가 벌떡 일어나 경비 용역 직원들과 말싸움을 시작했다.

“말 귀를 알아들어야지.” (문정현 신부)

“아, 왜 이러시냐고요. 진짜.” (경비)

“지금 몰라서 묻냐 이 ××야.” (문정현 신부)

“야, 이 ××놈아.” (경비)

흥분한 20대 경비 용역 직원은 급기야 문 신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문 신부의 멱살을 잡았다. 주변 사람들이 달려와 문 신부와 경비 직원을 떼어 놓자, 경비는 “아, 저 씨×××가 진짜…”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잠시 뒤 한 경비직원은 미사에 참여한 수녀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경비직원은 이 수녀가 공사장 곁을 떠나지 않자 “나가라”고 요구했다.

“나가세요” (경비)

“알았어요. 나갈거예요. 너희들이 폭행적으로 하니까 그렇지. 용역회사면 다야?” (수녀)

“뭐, 씨×?” (경비)

“내가 언제 씨×이라고 했어요.” (수녀)

“이 씨××아.” (경비)

시민들은 경비직원이 수녀에게도 폭언을 퍼붓는 모습을 보자 말싸움을 벌이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사과를 받기는커녕 경비직원들로부터 한동안 욕설을 들었다. 한 경비직원은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시민의 윗옷을 찢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박성수(39)씨는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 박씨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사를 방해한 것도 아니고 평화롭게 미사를 진행하는 것마저 해군기지 경비직원들이 시비를 걸고 있다. 문 신부와 수녀에게조차 욕설을 하는 것을 보고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벌어졌던 일들은 영상에 담겨 트위터 등에 퍼지고 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문정현 신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예수님도 온갖 욕 다 먹고 능욕을 당한 뒤 돌아가셨다. 지금 똑같은 일이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문 신부는 “해군기지 쪽에서 성직자들에게까지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떻겠나. 나는 강정 주민들을 대신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지난 6일 강정마을 서방파제 끝 지점 삼발이에서 해양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이다 5m 이상 높이에서 떨어져 허리 등을 크게 다쳤다. 19일 병원에서 퇴원한 문 신부는 25일 다시 강정마을로 돌아왔다.

문 신부는 “몸이 너무 아프지만 강정을 떠날 수가 없다. 이곳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니까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고 울먹였다. 문 신부는 26일 경비직원들과의 몸싸움으로 통증이 심해져 몸져 누웠다.

경비직원들을 고용한 삼성물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정현 신부가 가만히 있는 경비원들을 먼저 지팡이로 때려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수녀에게 한 욕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회 주민회는 27일 오후 2시30분께 해군과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 해군기지 경비, 문정현 신부 멱살 잡고 수녀에게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