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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제주·강정·구럼비·해적기지

“치유와 평화의 올레에 철조망이…”

“치유와 평화의 올레에 철조망이…”
올레꾼이 보는 해군기지 논란
구럼비해안 장관 7코스
공사로 구럼비바위 못봐
“자연 파괴되면 못되돌려”

[한겨레] 서귀포/정환봉 기자 | 등록 : 2012.03.11 22:03


▲ 11일 오후 아름다운 해안길로 이름난 제주 올레7코스를 찾은 올레꾼들이 구럼비바위 해안길 대신 해군기지 공사장 외곽울타리 옆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다. 서귀포/박종식 기자

바다 한 가운데 20m로 우뚝 솟은 바위덩이인 제주 서귀포시 외돌개에서 월평마을까지 이어지는 제주 올레 7코스는, 올레코스 중에서도 한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해안 길이다.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는 올레 7코스의 중간께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제주해군기지 공사로 길이 막혀 이곳을 찾은 올레꾼들은 시원한 바닷바람과 구럼비해안 대신 해군기지 공사장 외곽의 살풍경한 철조망과 울타리를 따라 걸어야 한다.

지난 10일, 11일 주말을 맞아 올레 7코스를 걷던 올레꾼들은 “강정마을 사람들과 ‘치유와 평화의 올레’를 이런 식으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인과 함께 서울에서 내려와 올레를 걷던 손영섭(46)씨는 “구럼비 발파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며 “중국이 이어도에 관할권을 행사하려한다는 보도를 접할 때는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 왔다는 이예현(24)씨는 “곧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데 정부가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지켜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2007년 9월부터 제주에서 올레길을 내고 있는 서명숙(55)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은 “애초 올레7코스에 구럼비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마을주민들의 오랜 추억이 담긴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을 7코스에 넣었다”며 “해군기지 공사 때문에 구럼비를 걸을 수 없게 됐는데, 자연은 한 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군은 지난 10일까지 나흘째했던 구럼비해안 발파작업을 바람이 세차게 불고 발파 잔해물 처리를 하느라 11일에는 중단했다. 이날 오후 1시 55분께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어선부두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사용할 케이슨(8800t·방파제 축조용 콘크리트 구조물)을 실어나르는 2만t급 바지선이 어선과 충돌해, 어선 2척이 침몰하고 한척이 반파됐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다.


출처 : “치유와 평화의 올레에 철조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