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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추악한 자본

보험사들 소송 남발 소비자 가슴에 ‘피멍’

보험사들 소송 남발 소비자 가슴에 ‘피멍’

보험금 안주려고 ‘금감원 분쟁조정 구속력 없음’ 악용
작년 1518건 걸어



보험료 지급을 두고 보험사와 1년 넘게 재판을 벌여온 이모씨(50·남)는 최근 보험료는커녕 소송비용 170만 원까지 부담해야할 처지가 됐다. 보험사가 보험료 지급을 거부하자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결정까지 받아냈지만, 이에 불복한 보험사와 다퉈온 재판에서 최근 패소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얼마전 소송비용을 내지 않으면 압류절차를 밟겠다는 최고장까지 받았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등 소비자들의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절차가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금감원의 결정을 수용하는 시늉을 하다가 뒤로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롯데·그린·흥국 등 많아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는 소비자상담센터의 보험관련 상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험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소송으로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롯데, 그린, 흥국 등 소형사의 소송제기가 많았다.

녹소연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회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모두 1518건이다. 이중 손해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은 1,378건으로 집계됐다. 소송은 대부분 민사조정 632건(46.6%), 채무부존재 소송 537건(39.6%) 등 보험료 지급액수를 줄이거나 지급을 아예 거부하는데 집중됐다. 소송을 제기한 이후 최종판결까지 평균 190일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소연 측은 특히 손해보험사들이 금감원 분쟁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 착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와의 분쟁에서 보다 수월하게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주홍 소비자상담센터 부장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에 반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금감원이 보험사와의 소송을 진행하거나 최소한 소송을 하는 소비자를 지원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의 '2009년도 금융사 민원평가 결과'를 보면 생보사 절반이 평균 이하의 순위에 오르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총 2만8988건의 금융분쟁 중 보험사가 차지한 건수는 2만1542건으로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이중 생명보험사는 1만1193건으로 전년대비 38.6%나 급증했고, 손해보험사도 1만349건으로 35.7%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이 소비자 소송 지원을

보험소비자연맹 이기욱 정책개발팀장은 "보험사의 소비자보호 인식이 향상되기보다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면서 "보험사의 획기적인 인식변화는 물론, 금감원도 회사별 민원발생 실적을 정확하게 공개해 소비자가 보험사를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