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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읽고

우물이 더럽다고 침 뱉지 마라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는 내게 한 가지를 당부하셨다.

    우물이 아무리 더러워도 침을 뱉지 말라는 거였다.
    그땐 그냥 귓등으로 흘려 들었다.

    연차가 쌓이고 진급을 하고 이직을 하면서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몇 번의 사건들이 있었다.

    한 번은 실력도 없고 지각을 일삼는 상사가 모욕적인 언사로 꾸중을 하자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침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차라 담아두었던 얘길 다 쏟아붓고는 확 그만둬버렸다.

    여행을 다녀오고 새직장을 구하고 나는 그 일을 잊어버렸다.

    몇 년이 지나고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그 상사 때문에 나는 크게 낙담해야만 했다.

    조건이 좋은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관이 그 상사와 첫 직장 동기였던 거다.

    그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나에 대해 물으니 당연히 좋은 소리가 나올리 만무했을 터.

    내가 실력이 형편없다고 무시했던,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았던 한 사람 때문에 기회를 놓치다니!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인생의 기회가 언제 올 지 모르는 것처럼, 태클 역시 뜻밖의 상황에서 벌어진다.

    사람들은 종종 홧김에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다시는 안 올 것처럼 침을 뱉고 돌아선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의 일이라

    언젠가 타는 목마름으로 그 우물을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절대적 비호감인 사람에게도 까치밥만큼의 애정은 남겨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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