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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읽고

중고차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혹시 여기 주차되어 있는 차 주인이세요?"
    "네, 그런데요?"
    대답과 함께, '차를 어디에 주차해 두었지?'라고 자문하며 차를 빼달라는 건가 생각했다.
    "혹시 차 파실 생각 없으세요?"
    "@.@"


    지나가다가 내 차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하긴 13년이 넘었으니 누가 봐도 부담없는(?) 차이긴 하다.
    그는 근처에서 컴퓨터 부품 가게를 운영하는데 자신에게 딱 필요한 차량이라고 했다.
    세상에 내 차를 탐내는 사람도 있구나 싶은 것이 유쾌하기는 했지만 나에게도 필요한 차량이다.
    그 정도 차량은 벼룩시장만 찾아봐도 30만원이면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을 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뿐이 아니다.
    도대체 누가 저런 차량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고 하루에도 몇 장씩 '자동차 담보대출' 명함이 꽂혀 있고는 했다.
    물론 명함을 꽂아둔 사람은 업주와 무관한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하겠지만
    차를 사고 싶다는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을 때처럼 약간의 실소를 머금게 한다.

    지금은 차량을 바꾸었다.
    여전히 중고 차량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벤츠도 부럽지 않은 차종 변경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차량을 바꾼 후부터는 단 한 번도 '자동차 담보대출' 명합이 꽂힌 적이 없다.
    열심히 명함을 돌려봐야 소득이 없었던 그들이 영업장소를 변경했을 확률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이 동네는 가난한 동네일까?
    아니면 부자 동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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