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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읽고

고향




    나에게 고향은 어떤 곳일까?
    깨달은 자의 침묵처럼 어두워진 거리에서 나는 가끔 그렇게 자문한다.
    그리고 검게 변한 강물에 붉은 불빛을 드리운 자동차 행렬들을 볼 때면,
    살았던 시간보다 몇 갑절은 긴 거리를 거슬러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가는 연어들의 회귀를 생각한다.
    구석진 강이라 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연어들의 늙은 회귀처럼 나에게도 돌아갈 고향이 있는 것인가.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서울도 고향이냐고.
    그러나 내 기억의 고향에도 연 날리던 바람 부는 언덕과
    썰매를 지치던 겨울 논바닥이 있으며
    줄을 매달아 그네를 타던 커다란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다.
    여름이면 몰려가서 멱을 감던 냇가와 낚시를 즐기던 저수지까지.

    그러니 추억이 남아 있는 한
    진짜 숲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숲이 자란다고 해도
    여전히 서울도 고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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