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민영화? 사유화!

세계 최고 인천공항 민영화 ‘왜?’

[2008년 8월 19일] [이코노미21]세계 최고 인천공항 민영화 ‘왜?’



“3·4단계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키 위해” … “흑자기업 매각 이해 못해”

인천공항 노조는 12일 성명을 내고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인천공항 소유지분 해외매각 사유화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49% 지분매각(민영화) 결정을 발표한 뒤 하루 만의 일이다.

정부는 13일 “외국의 전문 공항운영기업과의 전략적 제휴(15%)를 포함하여 49%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항공운영 전문회사들의 경영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허브공항으로 만들고 인천공항의 3·4단계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인천공항이 ‘선진화 대상’에 들어간 것 자체를 불명예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공항서비스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국제화물처리에서 세계 2위, 국제여객운송 세계 10위, 경영 효율성에서도 4년 연속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당기순이익은 2005년 1239억원, 2006년 1451억원, 2007년 2071억원으로 매년 수백억원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도에 법인세 700억원을 냈으며, 주주배당으로 350억원을 정부에 환원했다.

인천공항은 세계적으로 공기업의 모델로도 손꼽힌다. 2007년에만 각국에서 500여명의 공항관계자들이 48차례에 걸쳐 벤치마킹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지분 49% 매각하고 51% 정부에 남겨 하지만 정부는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한 반발에 ‘오해’라고 반박한다. 49%의 지분은 매각하지만 51%의 지분을 정부 소유로 남기는 것이고 동일인 지분 한도를 15%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차료와 공항이용료 등에서 소비자에게 가는 피해는 없다고 주장한다.

지분 49% 매각 결정은 완전한 민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13일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민영화 대상에 분명히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끼워 넣었다. 26개의 민영화 대상은 27개가 되었고, 정부 논리대로 보면 분명 인천공항은 ‘민영화 대상’인 셈이다. 오해의 빌미는 국민들이 아니라 정부가 만든 셈이다.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항 민영화 반대자들의 논리는 수그러들 기색이 없다. 인천공항의 초기 시설투자는 국민의 혈세로 충당했는데, 안정된 흑자가 진행되자 공공성마저 포기한 채 민간자본에 넘기겠다는 것은 공항의 실제 주인인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인천국제공항을 매각할 경우 ‘독점’도 문제된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경쟁이 형성되지 않은 독점 공공기관을 외국의 사기업에 매각하면 요금인상, 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된다”고 비난했다. 독점 공기업의 민영화는 99% 실패한다는 것이 신학용 의원의 주장이다. 신 의원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의 실상은 ‘공기업 사유화’라고 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 여당의 실세들이 장악한 공기업은 빠지고 힘없는 기관들만 리스트에 올랐다”고 선정과정의 의혹을 제기했다.

‘공기업 선진화’의 요소는 바로 정부가 누차 강조했듯 수익성과 경영문제(효율성)다. 하지만 2004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은 인천공항은 흑자기업으로 전환해 지난 해 2천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방만한 경영도 문제되지 않는다. 인천공항공사는 전체 인력의 87%에 이르는 6천여명을 38개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의 직원이 지난 해 말 기준 869명밖에 안 된다. 공기업이 아닌 일반기업으로 볼 때도 최고 수준의 가벼운 몸집인 것이다. 민영화한다고 해서 몸집을 더 줄이긴 어려워 보인다.

경쟁구도를 가져와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적인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논리가 남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미 서비스평가에서 3년 연속 세계 1위, 항행안전시설 만족도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이미 ‘세계적인 공항’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공항은 모두 공기업 지난 달 <포브스> 는 2007년 세계 톱10 공항을 발표했다. 인천공항은 종합평가 세계 3위의 영광을 안았다. 그런데 <포브스> 가 발표한 1~5위인 홍콩의 첵랍콕공항,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한국의 인천공항,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공항, 독일의 뮌헨공항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정부에서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공항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 모델로 제시한 곳은 영국공항공사(BAA)가 운영하는 히드로 공항인데, 이용객은 히드로 공항이 높지만 이용객 1인당 매출액은 인천공항이 히드로 공항의 두 배가 넘는다. 히드로공항은 항공컨설팅기관 스카이트랙스가 발표하는 공항 순위에서 민영화 이후 45위에서 103위로 추락했으며, 올해 3월에 수화물 관리 시스템이 멈춰 공항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은 국회 민영화 특위에 출석해 “호주 맥쿼리 공항 하고의 합작을 연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호주 맥쿼리 공항의 경우 주차료를 올리고, 무료로 서비스되던 셔틀버스도 유료화해서 공항의 이익을 내는 곳”이라며 “이렇게 해서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공항 사용료의 경우 공기업인 홍콩 첵랍콕공항은 인천공항의 1.2배지만 민영화된 호주의 시드니공항은 3.3배, 정부가 모델로 제시한 영국 히드로공항은 인천공항의 4.7배나 된다. 인천공항의 경우 공항이용료 2만8천원 가운데 1만원은 관광진흥기금으로, 1천원은 국제빈곤퇴치기금으로 지출되며, 나머지 1만7천원이 공항의 수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