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MB캐년', 어이가 없다
[현장] 낙동강 지천 역행침식과 제방 붕괴... "사고 이어질 듯"
[오마이뉴스] 정수근 | 12.10.04 16:47 | 최종 업데이트 12.10.04 16:48
4대강 사업 공사가 올 8월 말을 기점으로 대부분 완료됐습니다. 물론 문제 많은 합천보와 강정보는 아직 준공을 못했습니다. 4대강에 16개 보를 건설하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를 단 2년 만에 마치려다보니 여러 문제들이 나타났습니다. 보 누수현상, 보 수문 바로 아래 하천바닥의 세굴 현상, 역행침식 등이 그것입니다.
앞으로 시리즈로 4대강 사업 재앙 현장을 집중 조명해볼까 합니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태풍 산바 이후, 그 세 번째 순서로 구미쪽 낙동강 지천인 한천의 변화상을 살펴보겠습니다. - 기자 말
태풍 산바 후 국토부는 "4대강 유역에 홍수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의 주장은 점점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0일 낙동강 지천인 한천을 찾았습니다. 한천은 경북 구미시 산호대교 바로 아래에서 낙동강과 만납니다.
정부는 분명히 홍수 피해가 없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한천에서 제방이 완전히 붕괴된 현장을 어렵지 않게 발견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지난여름 대유행했던 'MB캐년'(4대강 공사 탓에 낙동강 등에서 등장한 협곡으로, 환경운동 활동가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과 흡사했습니다. 완벽한 'MB캐년 부활'이었습니다.
시간을 잠시 뒤로 돌려봅시다. 태풍 산바가 상륙한 지난 9월 17일, 경북지역 평균 강수량은 96.8㎜였습니다. 언론의 우려스런 예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지천 제방이 완전히 붕괴돼 'MB캐년'이 된 겁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날 현장을 오래 관찰한 결과, MB캐년 부활 원인은 두 가지로 파악됩니다.
먼저, 역행침식이 주된 원인으로 보입니다. 역행침식은 본류(낙동강)와 지천(한천)의 강바닥 높이 차이 탓에 발생하는 침식 현상을 말합니다. 과도한 준설로 낙동강 바닥이 낮아지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물살이 빨라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면 낙동강 본류와 지천이 만나는 합수부 지천 바닥 제방에서 침식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어 합수부에서 지천 상류로 거슬러 침식이 벌어지기에 '역행침식'이라 불립니다.
역행침식, 합수부에서 상류 2km까지 진행
문제의 현장인 'MB캐년'은, 한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에서 불과 2km 상류에 있습니다. 충분히 역행침식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게다가 지난해에도 이곳 한천에서는 역행침식 현상으로 하천 양쪽 제방과 강바닥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침식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작년 사고 탓에 하천 양쪽 제방을 따라 하상유지공(하천이나 강바닥이 침식되는 걸 막기 위한 시설) 공사를 거의 1km 가량이나 했더군요.
이렇게 돌망태 사석으로 하상유지공을 깔아둔 곳에서는 침식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상유지공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침식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침식으로 제방이 붕괴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붕괴 현장은 현재 복구된 터라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MB캐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복구 현장 모습만으로도 역행침식이 지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뿐만 아니라 그 상류에서도 얼마든지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MB캐년' 부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이곳의 농지리모델링사업입니다. 2011년 촬영한 이곳의 위성사진을 보면 한창 농지리모델링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붕괴된 문제의 제방도 성토작업을 통해서 리모델링 되고 있습니다.
농지 리모델링이 부른 '인재'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지천 제방 붕괴가 거의 없던 곳입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금, 왜 제방이 무너진 것일까요?
농지리모델링을 하면서 건드린 제방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준설토로 덮여 높아진 제방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았고, 역행침식까지 벌어졌으니 제방이 온전히 버티기 어려웠을 겁니다.
결국 리모델링공사 탓에 제방에 약한 고리가 생겼고, 그 약한 고리를 타고 빗물이 쓰며들면서 허물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제방 붕괴는 낙동강 생태공원의 둔치에서 이미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둔치나 제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이런 붕괴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한천 제방 붕괴는 가벼운 사고가 아닙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붕괴가 조금만 더 심하게 진행됐다면, 인근 양포동 리모델링지구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4대강 사업은 "MB 임기 안에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미명 아래 급하게 추진됐습니다. 따라서 한천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부실한 현장'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위와 같은 리모델링지구에서는 그 양상이 더욱 심할 가능성이 높기에,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멀쩡한 강을 파낸 탓에 멀쩡한 농토와 제방이 붕괴하는 일이 얼마나 더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질까요?
덧붙이는 글 |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수근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출처 : 다시 등장한 'MB캐년', 어이가 없다
[현장] 낙동강 지천 역행침식과 제방 붕괴... "사고 이어질 듯"
[오마이뉴스] 정수근 | 12.10.04 16:47 | 최종 업데이트 12.10.04 16:48
4대강 사업 공사가 올 8월 말을 기점으로 대부분 완료됐습니다. 물론 문제 많은 합천보와 강정보는 아직 준공을 못했습니다. 4대강에 16개 보를 건설하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를 단 2년 만에 마치려다보니 여러 문제들이 나타났습니다. 보 누수현상, 보 수문 바로 아래 하천바닥의 세굴 현상, 역행침식 등이 그것입니다.
앞으로 시리즈로 4대강 사업 재앙 현장을 집중 조명해볼까 합니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태풍 산바 이후, 그 세 번째 순서로 구미쪽 낙동강 지천인 한천의 변화상을 살펴보겠습니다. - 기자 말
▲ 'MB캐년'의 부활 낙동강 구미쪽 지천인 한천 제방이 완전히 붕괴됐다. ⓒ 정수근 |
▲ ▲ MB캐년의 화려한 부활? 낙동강 지천인 한천 제방이 완전히 붕괴됐다. ⓒ 정수근 |
태풍 산바 후 국토부는 "4대강 유역에 홍수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의 주장은 점점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0일 낙동강 지천인 한천을 찾았습니다. 한천은 경북 구미시 산호대교 바로 아래에서 낙동강과 만납니다.
정부는 분명히 홍수 피해가 없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한천에서 제방이 완전히 붕괴된 현장을 어렵지 않게 발견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지난여름 대유행했던 'MB캐년'(4대강 공사 탓에 낙동강 등에서 등장한 협곡으로, 환경운동 활동가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과 흡사했습니다. 완벽한 'MB캐년 부활'이었습니다.
시간을 잠시 뒤로 돌려봅시다. 태풍 산바가 상륙한 지난 9월 17일, 경북지역 평균 강수량은 96.8㎜였습니다. 언론의 우려스런 예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지천 제방이 완전히 붕괴돼 'MB캐년'이 된 겁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 한천 제방 터지다 역행침식 현상이 농지리모델링지구를 강타, 한천 제방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 정수근 |
이날 현장을 오래 관찰한 결과, MB캐년 부활 원인은 두 가지로 파악됩니다.
먼저, 역행침식이 주된 원인으로 보입니다. 역행침식은 본류(낙동강)와 지천(한천)의 강바닥 높이 차이 탓에 발생하는 침식 현상을 말합니다. 과도한 준설로 낙동강 바닥이 낮아지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물살이 빨라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면 낙동강 본류와 지천이 만나는 합수부 지천 바닥 제방에서 침식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어 합수부에서 지천 상류로 거슬러 침식이 벌어지기에 '역행침식'이라 불립니다.
역행침식, 합수부에서 상류 2km까지 진행
문제의 현장인 'MB캐년'은, 한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에서 불과 2km 상류에 있습니다. 충분히 역행침식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게다가 지난해에도 이곳 한천에서는 역행침식 현상으로 하천 양쪽 제방과 강바닥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침식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작년 사고 탓에 하천 양쪽 제방을 따라 하상유지공(하천이나 강바닥이 침식되는 걸 막기 위한 시설) 공사를 거의 1km 가량이나 했더군요.
이렇게 돌망태 사석으로 하상유지공을 깔아둔 곳에서는 침식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상유지공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침식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침식으로 제방이 붕괴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지난 태풍 산바 후 붕괴된 제방을 최근 이렇게 복구했다. ⓒ 정수근 |
▲ 지난 태풍 산바 후 붕괴된 제방을 최근 이렇게 복구했다. 위 사진의 반대편 제방 모습이다. ⓒ 정수근 |
사진에서 보듯, 붕괴 현장은 현재 복구된 터라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MB캐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복구 현장 모습만으로도 역행침식이 지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뿐만 아니라 그 상류에서도 얼마든지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MB캐년' 부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이곳의 농지리모델링사업입니다. 2011년 촬영한 이곳의 위성사진을 보면 한창 농지리모델링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붕괴된 문제의 제방도 성토작업을 통해서 리모델링 되고 있습니다.
▲ 2011년 한창 농지리모델링중인 구미 양포동지구 현장 모습입니다. 붉은 원 부분이 붕괴된 제방이고, 푸른 원은 붕괴된 제방을 복구한 곳입니다. ⓒ 정수근 |
농지 리모델링이 부른 '인재'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지천 제방 붕괴가 거의 없던 곳입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금, 왜 제방이 무너진 것일까요?
농지리모델링을 하면서 건드린 제방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준설토로 덮여 높아진 제방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았고, 역행침식까지 벌어졌으니 제방이 온전히 버티기 어려웠을 겁니다.
결국 리모델링공사 탓에 제방에 약한 고리가 생겼고, 그 약한 고리를 타고 빗물이 쓰며들면서 허물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제방 붕괴는 낙동강 생태공원의 둔치에서 이미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둔치나 제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이런 붕괴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 달성보 둔치 제방 붕괴 지난 8월 달성보 우안 둔치제방이 완전히 붕괴된 모습이다. 둔치는 이처럼 가변적인 공간으로 이런 곳에 생태공원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 정수근 |
한천 제방 붕괴는 가벼운 사고가 아닙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붕괴가 조금만 더 심하게 진행됐다면, 인근 양포동 리모델링지구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4대강 사업은 "MB 임기 안에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미명 아래 급하게 추진됐습니다. 따라서 한천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부실한 현장'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위와 같은 리모델링지구에서는 그 양상이 더욱 심할 가능성이 높기에,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멀쩡한 강을 파낸 탓에 멀쩡한 농토와 제방이 붕괴하는 일이 얼마나 더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질까요?
덧붙이는 글 |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수근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출처 : 다시 등장한 'MB캐년',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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