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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썼다”→“대북심리전”…국정원, 거짓말 들키자 궤변

“글 안썼다”→“대북심리전”…국정원, 거짓말 들키자 궤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파장
“직접 쓴 글 아니다” 입장 뒤집고 “북한 찬양에 대응” 변명
‘김씨 게시글=국정원 업무’ 사실상 시인…‘표현자유’ 강변도

[한겨레] 박현철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3.01.31 20:13 | 수정 : 2013.02.01 10:39


▲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아무개(29)씨가 지난 4일 오후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진보 성향의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벌인 활동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처음으로 ‘김씨가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글을 쓴 적이 없다’는 국정원의 거듭된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또다시 ‘대북심리전 차원의 활동이었다’는 상식을 벗어난 해명을 내놓으며, 여전히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31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한 국정원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한겨레가 보도한 글은 김씨가 북한 아이피(IP)로 작성된 글들이 출몰하고 있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북한 찬양·미화 등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한 글이지, 정치적 목적으로 올린 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보도자료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비판 △대법원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 사건 등을 다룬 김씨의 글을 예로 들어 “이러한 글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게재했다고 오도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대북심리전’을 목적으로 하는 김씨의 업무가 왜 국내 인터넷 누리집에서 일반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야당 비판 및 정부 홍보 등 김씨가 작성한 국내 정치 관련 글이 대북심리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대북심리전은 당연히 북한 주민들을 향해 방송을 하거나 전단지를 뿌리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누리집을 보는 사람들이 북한 사람인가?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북심리전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정원 역할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국정원에선 국내 누리집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을 대북심리전이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그런 일을 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이번 해명은 김씨의 게시글 작성이 ‘국정원 업무’의 하나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정원의 해명대로라면, 국정원이 벌이는 대북심리전 차원에서 김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의도적으로 글을 작성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야당 비판 및 정부 홍보 등 여론조작 활동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범죄심리 전문가이기도 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국정원이 계속 말을 바꾸는 것은 범죄자와 똑같은 심리다. 범죄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다 증거가 나오면 증거가 나온 부분만 인정한다. 그러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 원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변명한다. 국정원이 지금 하는 행동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은 김씨가 지난해 8월부터 90여차례나 대선 관련 글에 추천·반대를 표시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초적인 기본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국정원 직원도 정치적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거나 시국사건 조작에 앞장선 역사가 있고, 그 역사에 비춰 볼 때 국정원 직원의 이런 정치적 의사 표현은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엄정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글 안썼다”→“대북심리전”…국정원, 거짓말 들키자 궤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