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산 사고 사망자, 살 수 있었다
1차 노출 후 바로 병원에 후송했어야... 제도 보완 시급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주영 | 13.01.30 19:13 | 최종 업데이트 13.01.31 10:05
지난 1월 27~28일에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로 하청업체(STI) 직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망자 박아무개씨의 경우 처음 불산에 노출된 시점과 병원 후송 시점 그리고 사망시점 등을 감안할 때 여러 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30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공동조사한 결과 불산 누출 후 삼성의 대처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사고가 난 시각은 27일 오후 1시 22분이다. 그러나 삼성측 설명에 의하면 사망자 박아무개씨가 처음 현장에 투입된 시각은 27일 오후 11시 38분경이라고 한다(삼성측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음). 현장에 나온 고인은 불산 탱크 하부에 있는 밸브 조임작업을 직접 실시하였고(이때 보호장구 착용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음), 28일 오전 3시 32분에 밸브교체를 완료한 후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하여 귀가를 했다고 한다.
이후 현장에 남아있는 인력이 불산 누출 여부를 테스트한 결과 계속적인 누출이 확인되었고, 이미 귀가한 고인에게 연락하여 다시 회사에 출근했다고 한다(CCTV에 오전 4시 38분에 다시 출근하는 것이 기록되었다고 함), 2차로 다시 사고 현장에 투입된 고인은 28일 오전 4시 38분부터 약 8분간 보수작업을 실시하였고(이때는 방제복을 입지 않고 마스크만 착용했다고 함), 가스 누출량이 많아지자 다시 나와 방재복을 입고 오전 4시 59분까지 작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삼성 측의 주장에 따르면 최종 작업이 종료된 시점은 오전 5시 정도인 셈이다.
작업이 정리된 후 보호복을 벗어보니까 목 주위에 반점이 확인되어 사내 구급차를 타고 오전 7시 30분에 3.7km 떨어진 동탄성심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한다. 후송 중 고인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으나 병원 도착 직전(10~15초 전이라고 회사에서 설명함)에 심장 쇼크가 발생하여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한다(이후의 구체적인 병원 기록이나 병원의 조치 내용은 설명하지 않음).
병원에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10시 경에 화상 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할 것을 권유하였고, 그곳으로부터 52km 떨어진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1시 5분에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삼성은 오후 1시 50분에 노동부 경기지청에 최초로 사망사고를 보고한 것이다.
불산에 1차 노출된 후 왜 병원에 후송하지 않았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처음 불산에 1차 노출 후(삼성 측 주장에 의하면 27일 오후 11시 38분) 왜 곧바로 병원 후송을 하지 않고 귀가 조치 후 다시 작업 현장에 투입했는가? 미국에서 사용하는 불산 누출에 대한 응급구조시트(Right to know Hazardous Substance Fact Sheet)를 보면 누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즉시 흐르는 물로 씻어낸 후 중화연고를 바르고,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병원에 후송되면 24~48시간 동안 관찰한 후 문제가 없으면 퇴원조치를 밟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불산의 독특한 독성 때문이다. 즉 불산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거나 혹은 불화가스가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수분에 녹은 불소이온이 혈액 내 칼슘과 결합하여 칼슘농도가 낮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낮아진 칼슘농도를 보상하기 위해 세포내 칼륨이 세포외로 이동하여 혈액 내 칼륨농도가 높아져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혈액 내 칼륨농도가 높아지면 심박세동이 와서 사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불산 농도가 아주 높을 때, 즉 즉시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장해를 초래할 수 있는 농도(IDLH)인 30ppm 이상일 때 위급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농도가 높지 않을 때는 일정한 시간적 경과가 필요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화상에 의한 반점이 생기거나 목 통증과 같은 증상 외에는 별다른 특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은 불산의 이러한 독성학적 특성을 무시하고(알지 못하고), 1차 노출 후 눈에 보이는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자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즉각적인 후송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을 범한 것이다. 더군다나 1차 노출 후 귀가한 사람을 다시 불러 추가노출을 시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명백한 관리 소홀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차 노출 후 바로 병원에 후송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병원 도착 후 적절한 의학적 조치 했는지 확인해야
또 한가지 의문은 병원 도착 후 치료의 과정과 공개되지 않는 의료기록이다. 고인이 처음 병원에 도착 후(28일 오전 7시 30분) 이후에 행해진 의학적 조치 내용이 적절했는지의 문제다. 동탄 성심병원은 2012년 10월에 개원한 대학 병원급으로 그곳에서 가장 큰 최신식의 대형병원이다. 그럼에도 서울에 있는 화상 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한 것은 혹시 불산 노출에 필요한 필수적인 의학 조치를 간과하고 화상치료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지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다른 궁금증은 다른 피해자는 없는가이다. 삼성의 공식 발표는 사망자 1명과 경상자 4명이다. 그러나 4명의 경우도 퇴원 후 다시 입원하였으며,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 외에 추가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나 병원에 입원중인 피해자들이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추가적인 내용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상조사 당시 조사단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과거 불산 누출 등의 유사한 사고들이 있었다고 담당 직원이 진술하였다. 과거의 추가적인 가스 누출사고가 있었다는 것은 그 이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할 때 유사한 사고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며, 인명피해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은폐되고 알려지지 않을 따름이다.
지난해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상주의 염산 누출, 청주의 불산누출, 그리고 삼성전자 등 끊임없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왜 이렇게 원시적인 사고가 반복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 유해 화학물질 관리 법제도 미비 ▲ 사고발생시 화학물질별 수습 관리 체계의 미비 ▲ 재난구조시스템의 미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역사회의 알권리 문제다. 집 담장 밖에 있는 공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취급하고, 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이 제대로 전달되고 이를 요구할 때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감독 기능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서 제도가 보완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윤근씨는 보건학 박사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대행입니다.
출처 : 삼성 불산 사고 사망자, 살 수 있었다
1차 노출 후 바로 병원에 후송했어야... 제도 보완 시급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주영 | 13.01.30 19:13 | 최종 업데이트 13.01.31 10:05
▲ 불산누출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정문에서 30일 오후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 권우성 |
지난 1월 27~28일에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로 하청업체(STI) 직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망자 박아무개씨의 경우 처음 불산에 노출된 시점과 병원 후송 시점 그리고 사망시점 등을 감안할 때 여러 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30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공동조사한 결과 불산 누출 후 삼성의 대처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사고가 난 시각은 27일 오후 1시 22분이다. 그러나 삼성측 설명에 의하면 사망자 박아무개씨가 처음 현장에 투입된 시각은 27일 오후 11시 38분경이라고 한다(삼성측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음). 현장에 나온 고인은 불산 탱크 하부에 있는 밸브 조임작업을 직접 실시하였고(이때 보호장구 착용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음), 28일 오전 3시 32분에 밸브교체를 완료한 후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하여 귀가를 했다고 한다.
이후 현장에 남아있는 인력이 불산 누출 여부를 테스트한 결과 계속적인 누출이 확인되었고, 이미 귀가한 고인에게 연락하여 다시 회사에 출근했다고 한다(CCTV에 오전 4시 38분에 다시 출근하는 것이 기록되었다고 함), 2차로 다시 사고 현장에 투입된 고인은 28일 오전 4시 38분부터 약 8분간 보수작업을 실시하였고(이때는 방제복을 입지 않고 마스크만 착용했다고 함), 가스 누출량이 많아지자 다시 나와 방재복을 입고 오전 4시 59분까지 작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삼성 측의 주장에 따르면 최종 작업이 종료된 시점은 오전 5시 정도인 셈이다.
작업이 정리된 후 보호복을 벗어보니까 목 주위에 반점이 확인되어 사내 구급차를 타고 오전 7시 30분에 3.7km 떨어진 동탄성심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한다. 후송 중 고인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으나 병원 도착 직전(10~15초 전이라고 회사에서 설명함)에 심장 쇼크가 발생하여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한다(이후의 구체적인 병원 기록이나 병원의 조치 내용은 설명하지 않음).
병원에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10시 경에 화상 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할 것을 권유하였고, 그곳으로부터 52km 떨어진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1시 5분에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삼성은 오후 1시 50분에 노동부 경기지청에 최초로 사망사고를 보고한 것이다.
불산에 1차 노출된 후 왜 병원에 후송하지 않았나?
▲ 29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불산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처음 불산에 1차 노출 후(삼성 측 주장에 의하면 27일 오후 11시 38분) 왜 곧바로 병원 후송을 하지 않고 귀가 조치 후 다시 작업 현장에 투입했는가? 미국에서 사용하는 불산 누출에 대한 응급구조시트(Right to know Hazardous Substance Fact Sheet)를 보면 누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즉시 흐르는 물로 씻어낸 후 중화연고를 바르고,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병원에 후송되면 24~48시간 동안 관찰한 후 문제가 없으면 퇴원조치를 밟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불산의 독특한 독성 때문이다. 즉 불산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거나 혹은 불화가스가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수분에 녹은 불소이온이 혈액 내 칼슘과 결합하여 칼슘농도가 낮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낮아진 칼슘농도를 보상하기 위해 세포내 칼륨이 세포외로 이동하여 혈액 내 칼륨농도가 높아져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혈액 내 칼륨농도가 높아지면 심박세동이 와서 사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불산 농도가 아주 높을 때, 즉 즉시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장해를 초래할 수 있는 농도(IDLH)인 30ppm 이상일 때 위급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농도가 높지 않을 때는 일정한 시간적 경과가 필요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화상에 의한 반점이 생기거나 목 통증과 같은 증상 외에는 별다른 특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은 불산의 이러한 독성학적 특성을 무시하고(알지 못하고), 1차 노출 후 눈에 보이는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자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즉각적인 후송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을 범한 것이다. 더군다나 1차 노출 후 귀가한 사람을 다시 불러 추가노출을 시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명백한 관리 소홀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차 노출 후 바로 병원에 후송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병원 도착 후 적절한 의학적 조치 했는지 확인해야
▲ 치료받는 삼성전자 불산누출사고 피해자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 불산 누출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부상자들이 병실로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
또 한가지 의문은 병원 도착 후 치료의 과정과 공개되지 않는 의료기록이다. 고인이 처음 병원에 도착 후(28일 오전 7시 30분) 이후에 행해진 의학적 조치 내용이 적절했는지의 문제다. 동탄 성심병원은 2012년 10월에 개원한 대학 병원급으로 그곳에서 가장 큰 최신식의 대형병원이다. 그럼에도 서울에 있는 화상 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한 것은 혹시 불산 노출에 필요한 필수적인 의학 조치를 간과하고 화상치료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지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다른 궁금증은 다른 피해자는 없는가이다. 삼성의 공식 발표는 사망자 1명과 경상자 4명이다. 그러나 4명의 경우도 퇴원 후 다시 입원하였으며,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 외에 추가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나 병원에 입원중인 피해자들이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추가적인 내용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상조사 당시 조사단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과거 불산 누출 등의 유사한 사고들이 있었다고 담당 직원이 진술하였다. 과거의 추가적인 가스 누출사고가 있었다는 것은 그 이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할 때 유사한 사고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며, 인명피해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은폐되고 알려지지 않을 따름이다.
지난해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상주의 염산 누출, 청주의 불산누출, 그리고 삼성전자 등 끊임없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왜 이렇게 원시적인 사고가 반복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 유해 화학물질 관리 법제도 미비 ▲ 사고발생시 화학물질별 수습 관리 체계의 미비 ▲ 재난구조시스템의 미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역사회의 알권리 문제다. 집 담장 밖에 있는 공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취급하고, 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이 제대로 전달되고 이를 요구할 때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감독 기능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서 제도가 보완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윤근씨는 보건학 박사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대행입니다.
출처 : 삼성 불산 사고 사망자,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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