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산 누출에도 탱크 가동 안 멈췄다"
사고 부상자들 "병원 가는 순간까지 불산 공급 안 멈춰... 사고 핵심 원인"
[오마이뉴스] 이주영 | 13.02.01 15:42 | 최종 업데이트 13.02.01 16:24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유독물질인 불산(불화수소희석액: 액체 상태로 50% 농도의 불산) 누출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시 불산 저장 탱크가 가동되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탱크 밸브 교체작업에 투입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부상자 4명 중 서아무개(56)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같이 주장하며 "삼성전자의 안전조치가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박아무개(33)씨는 "누출 사고가 났던 생산 11라인 탱크룸의 '불산 B탱크'는 저희가 병원에 실려가는 순간까지 공급을 멈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 점이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고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불산 A탱크'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는데, 점검결과상 별문제 없던 B탱크에서 사고가 났으므로 A탱크도 위험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는 건 삼성전자가 최근 사고 때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부상자들은 사고 당시 착용했던 방제복의 품질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아무개(27)씨는 "저희가 입은 방진복 자체도 문제였다"며 "삼성전자에서 주는 방진복은 얇고 헐렁해 기체로 변한 불산이 옷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아무개(26)씨도 "화학약품 처리할 때 입는 방진복은 맞는 것 같지만, 불산 전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고 당시 불산 누출량과 관련해 김씨는 "(삼성전자가 밝힌 불산 누출량 2~3ℓ는)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고 당시 불산 B탱크는 가동을 중단시킨 다음, 탱크 안을 비우고 탱크 연결관을 잠근 상태에서 밸브 교체 작업을 했다"며 "또 다른 불산 저장 탱크(불산 A탱크)를 통해 생산라인을 가동했다"고 반박했다. 부상자들이 문제제기한 방진복과 관련해서는 "당시 작업자들이 입은 옷은 내산복이 맞다"고 말했다.
다음은 부상자 3명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박 "사고 당시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불산이 몸에 남아 있을 수도 있어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담당 의사로부터 들었다."
- 불산 누출사고를 두고 안전조치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했다는 입장이다.
박 "말도 안 된다. 누출 사고가 났던 생산 11라인 탱크룸의 '불산 B탱크'는 저희가 병원에 실려가는 순간까지 공급을 멈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불산도 탱크 안에 들어있는 상태였다. 불산이 없으면 반도체 생산 라인이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산이 누출되고 있는데도 생산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이 점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칠 정도로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이 "저희가 입은 방진복 자체도 문제였다. 언론에는 방제복이라고 보도가 됐는데, 저희가 입은 방진복이 불산 전용 보호복인지는 모르겠다. 불산 전용 보호복은 일회용으로 한 벌에 100만 원 정도로 상태가 좋다고 들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 주는 방진복은 굉장히 얇다. 우비 같다. 목이나 손목 쪽도 고무줄로만 처리가 돼있어서 헐렁하다. 머리에 쓰는 부분도 딱 머리까지만 내려와 마스크를 쓰면 얼굴에 틈새가 생긴다. 기체로 변한 불산이 방진복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다."
- 언론에서 말하는 방제복이란 게 불산을 막아내는 내산복이 아닌 방진복이라는 지적인가.
김 "화학약품 처리를 할 때 입는 방진복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불산 전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별로 안 좋은 옷이었다. 그런 얇은 옷을 한 벌 입고 사고 현장에 들어갔다. 저희는 그 옷 한 벌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저희를 사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이었다."
박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와서 현장조사를 벌이는 모습을 봤다. 다들 방독마스크와 장갑만 착용하고 있었다. 어느 분은 맨손으로 생산라인 시설을 만지는 듯했다. 불산 B탱크만 멈춘 거지, 아직 생산 11라인은 불산 A탱크를 통해 돌아가고 있다. 아직도 삼성전자 측에서는 안전조치에 대한 경각심이 아직도 부족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
- 생산 11라인이 불산 A탱크를 통해 돌아간다는 게 무슨 뜻인가.
박 "최근까지 근무한 동료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사고가 난 생산 11라인은 '불산 A탱크'를 통해 계속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생산 11라인에서는 A탱크와 B탱크가 교대로 불산을 공급해왔는데, B탱크에서 사고가 나자 A탱크 하나로 생산 라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 불산 A탱크는 사고가 나지 않았으므로 가동해도 괜찮지 않나.
박 "점검결과상 별 문제 없던 B탱크에서 사고가 났다. A탱크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A탱크마저 잘못되면 현재 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들의 생명도 보장하지 못한다. 게다가 외부에서 현장조사차 방문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는 건 삼성전자 측에서 누출 사고 때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격이다."
- 사고가 난 생산 11라인의 불산 A탱크도 공급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박 "그렇다. 저희가 다친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재발을 막는 게 우선순위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면서 A탱크 하나로 생산 라인을 돌린다는 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지만 일단 생산은 하자'는 자세나 마찬가지다. 사실 사고가 났는데도 생산 라인을 안 멈추는 인식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 삼성전자의 그러한 인식 때문에 저희가 위험한 불산 누출 현장에 들어가게 된 것 아닌가. 저희는 삼성이 지닌 '생명에 대한 안이한 인식'의 피해자다."
- 사고 당시 누출된 불산의 양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불산 누출량 2~3ℓ라고 밝혔다.
김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2~3ℓ를 몸에 뿌린다거나 직접 코에 대고 흡입했으면 모를까, 그 정도의 양으로는 보호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는 않는다."
출처 "삼성전자, 불산 누출에도 탱크 가동 안 멈췄다"
사고 부상자들 "병원 가는 순간까지 불산 공급 안 멈춰... 사고 핵심 원인"
[오마이뉴스] 이주영 | 13.02.01 15:42 | 최종 업데이트 13.02.01 16:24
▲ 지난 1월 29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불산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유독물질인 불산(불화수소희석액: 액체 상태로 50% 농도의 불산) 누출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시 불산 저장 탱크가 가동되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탱크 밸브 교체작업에 투입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부상자 4명 중 서아무개(56)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같이 주장하며 "삼성전자의 안전조치가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박아무개(33)씨는 "누출 사고가 났던 생산 11라인 탱크룸의 '불산 B탱크'는 저희가 병원에 실려가는 순간까지 공급을 멈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 점이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에도 다른 불산 저장탱크로 생산... 위험하다"
박씨는 "사고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불산 A탱크'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는데, 점검결과상 별문제 없던 B탱크에서 사고가 났으므로 A탱크도 위험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는 건 삼성전자가 최근 사고 때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부상자들은 사고 당시 착용했던 방제복의 품질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아무개(27)씨는 "저희가 입은 방진복 자체도 문제였다"며 "삼성전자에서 주는 방진복은 얇고 헐렁해 기체로 변한 불산이 옷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아무개(26)씨도 "화학약품 처리할 때 입는 방진복은 맞는 것 같지만, 불산 전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고 당시 불산 누출량과 관련해 김씨는 "(삼성전자가 밝힌 불산 누출량 2~3ℓ는)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고 당시 불산 B탱크는 가동을 중단시킨 다음, 탱크 안을 비우고 탱크 연결관을 잠근 상태에서 밸브 교체 작업을 했다"며 "또 다른 불산 저장 탱크(불산 A탱크)를 통해 생산라인을 가동했다"고 반박했다. 부상자들이 문제제기한 방진복과 관련해서는 "당시 작업자들이 입은 옷은 내산복이 맞다"고 말했다.
다음은 부상자 3명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 붕대로 얼굴 감싼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피해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 불산 누출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입원실에서 얼굴에 붕대를 감은 한 부상자가 침대에 누워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박 "사고 당시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불산이 몸에 남아 있을 수도 있어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담당 의사로부터 들었다."
- 불산 누출사고를 두고 안전조치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했다는 입장이다.
박 "말도 안 된다. 누출 사고가 났던 생산 11라인 탱크룸의 '불산 B탱크'는 저희가 병원에 실려가는 순간까지 공급을 멈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불산도 탱크 안에 들어있는 상태였다. 불산이 없으면 반도체 생산 라인이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산이 누출되고 있는데도 생산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이 점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칠 정도로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이 "저희가 입은 방진복 자체도 문제였다. 언론에는 방제복이라고 보도가 됐는데, 저희가 입은 방진복이 불산 전용 보호복인지는 모르겠다. 불산 전용 보호복은 일회용으로 한 벌에 100만 원 정도로 상태가 좋다고 들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 주는 방진복은 굉장히 얇다. 우비 같다. 목이나 손목 쪽도 고무줄로만 처리가 돼있어서 헐렁하다. 머리에 쓰는 부분도 딱 머리까지만 내려와 마스크를 쓰면 얼굴에 틈새가 생긴다. 기체로 변한 불산이 방진복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다."
"사고가 났는데도 생산 안 멈추는 인식이 위험... 저희는 피해자"
- 언론에서 말하는 방제복이란 게 불산을 막아내는 내산복이 아닌 방진복이라는 지적인가.
김 "화학약품 처리를 할 때 입는 방진복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불산 전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별로 안 좋은 옷이었다. 그런 얇은 옷을 한 벌 입고 사고 현장에 들어갔다. 저희는 그 옷 한 벌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저희를 사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이었다."
박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와서 현장조사를 벌이는 모습을 봤다. 다들 방독마스크와 장갑만 착용하고 있었다. 어느 분은 맨손으로 생산라인 시설을 만지는 듯했다. 불산 B탱크만 멈춘 거지, 아직 생산 11라인은 불산 A탱크를 통해 돌아가고 있다. 아직도 삼성전자 측에서는 안전조치에 대한 경각심이 아직도 부족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
- 생산 11라인이 불산 A탱크를 통해 돌아간다는 게 무슨 뜻인가.
박 "최근까지 근무한 동료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사고가 난 생산 11라인은 '불산 A탱크'를 통해 계속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생산 11라인에서는 A탱크와 B탱크가 교대로 불산을 공급해왔는데, B탱크에서 사고가 나자 A탱크 하나로 생산 라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 불산 A탱크는 사고가 나지 않았으므로 가동해도 괜찮지 않나.
박 "점검결과상 별 문제 없던 B탱크에서 사고가 났다. A탱크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A탱크마저 잘못되면 현재 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들의 생명도 보장하지 못한다. 게다가 외부에서 현장조사차 방문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는 건 삼성전자 측에서 누출 사고 때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격이다."
"불산 2~3ℓ 누출된다고 사람 안 죽어"
- 사고가 난 생산 11라인의 불산 A탱크도 공급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박 "그렇다. 저희가 다친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재발을 막는 게 우선순위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면서 A탱크 하나로 생산 라인을 돌린다는 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지만 일단 생산은 하자'는 자세나 마찬가지다. 사실 사고가 났는데도 생산 라인을 안 멈추는 인식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 삼성전자의 그러한 인식 때문에 저희가 위험한 불산 누출 현장에 들어가게 된 것 아닌가. 저희는 삼성이 지닌 '생명에 대한 안이한 인식'의 피해자다."
- 사고 당시 누출된 불산의 양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불산 누출량 2~3ℓ라고 밝혔다.
김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2~3ℓ를 몸에 뿌린다거나 직접 코에 대고 흡입했으면 모를까, 그 정도의 양으로는 보호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는 않는다."
출처 "삼성전자, 불산 누출에도 탱크 가동 안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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