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만들고 쓰고 감추는 기술까지…‘돈의 달인’ 전두환
[아침 햇발] ‘돈의 달인’ 전두환 / 김의겸
[한겨레] 김의겸 논설위원 | 등록 : 2013.06.06 19:04 | 수정 : 2013.06.07 15:54
실화를 영화로 만든 <친구>에서 유오성은 칠성파의 행동대장이다. 그 칠성파의 두목이 이강환(70)이다. 그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고 외톨이였다. 홀몸으로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던 어머니는 동네 아이들에게 돈을 쥐여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냉랭하던 아이들이 돌변했다. 매일 ‘강환아 노~올~자’며 대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이강환은 돈으로 사람을 부리는 법을 깨치기 시작했다. 주먹 한번 쓰지 않고 조폭의 보스가 됐다. 이 얘기는 3대 폭력조직의 하나였던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63)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니, 과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1995년 전두환이 구속될 때 나는 검찰 출입 기자였다. 사건을 취재할수록 전두환은 ‘돈의 달인’이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을 만들 줄 알았고, 돈을 풀어서 사람의 마음을 샀으며, 그 사람들은 더 큰 돈과 권력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돈의 자기증식 과정을 전두환은 뼛속 깊이 체득하고 있었다.
시작은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로부터 비롯된다. 그의 회고록을 보면, 전두환과 이맹희는 ‘죽마고우’다. 전두환 식구들은 빈민촌인 ‘개천 너머’에 살며 삼성의 국수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아마도 어린 전두환은 부잣집 아들과 놀며, 욕망을 손쉽게 해결해주는 돈의 위력을 맛보았을 것이다. 노태우, 정호용, 김복동, 김윤환 등 똘똘한 친구들이 이맹희 곁을 맴도는 이유도 짐작이 됐으리라. 그래서인지 전두환은 이맹희라는 돈줄을 놓지 않는다. ‘육사 11기 동기들 회식비’라는 명목으로 제법 큰 돈을 정기적으로 받아 쓰다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불려가 혼이 나기도 했다. 전두환의 육사 졸업 성적은 126등이었다. 11기 졸업생이 156명이었으니 거의 바닥이다. 그런데도 그가 우두머리가 된 배경에는 이렇듯 돈의 힘을 빠뜨릴 수 없다. 또 5공화국은 탄생의 젖줄 가운데 하나를 삼성가에 대고 있었던 셈이기도 하다.
그의 돈 쓰는 기술은 ‘전설’이다. 그가 주는 전별금에는 항상 ‘0’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는 건 국민 상식이다. 그는 베트남전쟁 때 3개의 무공훈장을 받았는데, 베트콩으로부터 빼앗았다며 상부에 보고한 무기들이 사실은 암시장에서 사온 것들이라는 증언도 있다.
돈을 땡기고 푸는 것보다 더 신묘한 건 감추는 기술이다. 전두환과 비교하니, 비자금이 들통나고 대부분 추징당한 노태우는 확실히 ‘보통 사람’이다.
연희동 사정을 잘 아는 사람한테 최근 들은 얘기다. 12·12 쿠데타의 주역들은 여전히 친분이 돈독하단다. 보는 눈들이 있어 골프는 같이 못 치지만, 모임 회원들 생일 때면 다들 연희동으로 모인다. 거의 한달에 한번꼴이다. 대부분 70~80대 할아버지들인데도 허리는 여전히 꼿꼿하고, 위계질서는 엄격하다. 모임의 막내가 60대인데, 그는 생일 때면 케이크와 포도주를 준비해 오고, 미리 축사를 써 와 전두환의 지시에 따라 낭독식을 한다고 한다.
세상의 거센 비판에도 이들을 묶어주는 힘은 무엇일까? 과거 하나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돈, 계급과 충성을 맞교환하던 거래 형태가 변형된 방식으로 지속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들 전두환의 돈을 은닉해주고, 그 일부를 자신의 소유로 인정받는 공동운명체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누구 하나 입을 잘못 열면 이 공동체가 파산하기에 항상 만나서 우정을 확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장남 전재국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차남 재용은 노숙인까지 동원해 비자금을 차명관리했다니, 그 집요함과 은밀함은 ‘가문의 전통’으로 확립된 듯하다. 그러니 전두환으로부터 돈을 다시 찾으려면 온 국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는 쫑긋 세워야 할 것이다.
출처 : 돈을 만들고 쓰고 감추는 기술까지…‘돈의 달인’ 전두환
[아침 햇발] ‘돈의 달인’ 전두환 / 김의겸
[한겨레] 김의겸 논설위원 | 등록 : 2013.06.06 19:04 | 수정 : 2013.06.07 15:54
▲ 살인마 전두환. |
1995년 전두환이 구속될 때 나는 검찰 출입 기자였다. 사건을 취재할수록 전두환은 ‘돈의 달인’이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을 만들 줄 알았고, 돈을 풀어서 사람의 마음을 샀으며, 그 사람들은 더 큰 돈과 권력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돈의 자기증식 과정을 전두환은 뼛속 깊이 체득하고 있었다.
시작은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로부터 비롯된다. 그의 회고록을 보면, 전두환과 이맹희는 ‘죽마고우’다. 전두환 식구들은 빈민촌인 ‘개천 너머’에 살며 삼성의 국수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아마도 어린 전두환은 부잣집 아들과 놀며, 욕망을 손쉽게 해결해주는 돈의 위력을 맛보았을 것이다. 노태우, 정호용, 김복동, 김윤환 등 똘똘한 친구들이 이맹희 곁을 맴도는 이유도 짐작이 됐으리라. 그래서인지 전두환은 이맹희라는 돈줄을 놓지 않는다. ‘육사 11기 동기들 회식비’라는 명목으로 제법 큰 돈을 정기적으로 받아 쓰다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불려가 혼이 나기도 했다. 전두환의 육사 졸업 성적은 126등이었다. 11기 졸업생이 156명이었으니 거의 바닥이다. 그런데도 그가 우두머리가 된 배경에는 이렇듯 돈의 힘을 빠뜨릴 수 없다. 또 5공화국은 탄생의 젖줄 가운데 하나를 삼성가에 대고 있었던 셈이기도 하다.
그의 돈 쓰는 기술은 ‘전설’이다. 그가 주는 전별금에는 항상 ‘0’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는 건 국민 상식이다. 그는 베트남전쟁 때 3개의 무공훈장을 받았는데, 베트콩으로부터 빼앗았다며 상부에 보고한 무기들이 사실은 암시장에서 사온 것들이라는 증언도 있다.
돈을 땡기고 푸는 것보다 더 신묘한 건 감추는 기술이다. 전두환과 비교하니, 비자금이 들통나고 대부분 추징당한 노태우는 확실히 ‘보통 사람’이다.
▲ 김의겸 논설위원 |
세상의 거센 비판에도 이들을 묶어주는 힘은 무엇일까? 과거 하나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돈, 계급과 충성을 맞교환하던 거래 형태가 변형된 방식으로 지속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들 전두환의 돈을 은닉해주고, 그 일부를 자신의 소유로 인정받는 공동운명체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누구 하나 입을 잘못 열면 이 공동체가 파산하기에 항상 만나서 우정을 확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장남 전재국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차남 재용은 노숙인까지 동원해 비자금을 차명관리했다니, 그 집요함과 은밀함은 ‘가문의 전통’으로 확립된 듯하다. 그러니 전두환으로부터 돈을 다시 찾으려면 온 국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는 쫑긋 세워야 할 것이다.
출처 : 돈을 만들고 쓰고 감추는 기술까지…‘돈의 달인’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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