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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신음하는 4대강 복원이 답이다] 1부 (중) 보 없앴더니 4급수→1급수…고양 공릉천, 건강을 되찾다

[4대강 복원] 1부 (중) 보 없앴더니 4급수→1급수…고양 공릉천, 건강을 되찾다
홍수 위험·녹조현상 사라지고 상·하류서 돌고기·버들매치
생태통로 복원 효과 확인, 줄날도래류 등 생물종도 늘어
주민들 “4대강 보 시범철거로 수질·생태계 변화 지켜보라”

[한겨레] 고양/박경만 기자 | 등록 : 2013.07.29 20:45 | 수정 : 2013.07.30 17:31


지난 10일 발표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은 이명박이 포기했다던 운하를 재추진을 고려해 추진된 사업임이 밝혀졌다. 숨겨졌던 4대강 사업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는 4대강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겨레는 4대강의 현장 집중점검을 시작으로 4대강의 복원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싣는다.


▲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선유동 한강 지류인 공릉천 상류에 설치된 공릉2보가 철거되기 전 모습(왼쪽)과 2006년 4월 철거된 뒤의 모습. 보로 가뒀던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면서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4대강 사업으로 대형 보 16개가 들어선 뒤 4대강 곳곳이 침식, 재퇴적, 녹조 발생, 지하수 침수 등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강 지류인 공릉천(옛 곡릉천)을 가로지르는 보를 철거한 뒤 수질이 개선되고 메기·참게 등이 오가는 등 생태계가 회복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장마가 주춤한 지난 2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선유동과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의 경계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교각 밑 공릉천 상류에서는 주민 50여명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맑은 물가 수초 사이에선 오리떼와 백로들이 한가로이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에서 200m쯤 하류엔 2006년 4월까지 농업용수 확보용 공릉2보(길이 76m, 높이 1.5m)가 가로막고 있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 시범사업’으로 이 보를 철거한 뒤, 보 철거 전후 수질, 하천 모양, 어류·저서동물 등 생태계의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29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08년 3월 환경부에 낸 보고서를 보면, 공릉2보를 철거한 뒤 공릉천 상·하류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부유물질(SS) 등 오염물질의 농도가 크게 낮아졌다.

보 철거로 생태통로가 열리면서 하류에서도 보이지 않던 돌고기·버들매치·왜매치가 보 상·하류에서 모두 관측됐으며, 하류에만 살던 메기·참게 등이 상류에서도 확인돼 생물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보가 철거되자 고이다시피 했던 보 상류 쪽이 흐르는 물로 바뀌어, 하루살이류·줄날도래류 등 곤충이 새로 출현하는 등 생물종 다양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하류가 퇴적하며 강바닥이 빠르게 복원돼 하류부에는 여울과 모래톱(사주) 등 다양한 지형이 형성됐다. 보 상류의 수위가 낮아져 홍수 안전성도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릉천 인근 선유동 주민 유장수씨는 “보 철거 이전에는 보 주변에 녹조 현상이 심했다. 지금은 수질도 좋아져 여름철 물놀이객과 겨울 철새들이 많이 찾아오고 경관도 나아졌다”며 반겼다.

공릉천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 부곡리 개명산에서 발원해 고양시를 거쳐 파주시 교하읍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총길이 45.7㎞의 한강 제1지류다. 공릉2보는 1970년대에 주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축조됐다. 하지만 보 주변이 논농사에서 비닐하우스로 바뀌고 도시개발이 진행돼 더는 필요가 없어졌다.

공릉2보 철거는 하천 인공구조물을 제거함으로써 끊어진 물길을 다시 이어 자연하천을 복원하는 시도로서, ‘보 철거가 생태 복원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실제로 입증한 국내 첫 연구 결과로 평가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와 함께 2007년 3월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중형 보 ‘고탄보’(길이 190m, 높이 2.8m)를 철거하기 전과 후에 변화를 조사했더니 공릉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한탄강에서도 고탄보 철거 이후 하류에 여울과 모래톱, 하중도, 침식이 생겨 다양한 지형으로 바뀌었으며, 부유물질과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의 농도가 크게 떨어졌다. 보 하류에서만 발견되던 멸종위기종 꾸구리가 상류에서도 발견되는 등 생태계 연결성도 회복됐다.

연구를 주도한 안홍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공구조물이 하천을 막으면 생물이 이동하지 못하고 하천 지형의 중요 요소인 토사 공급이 차단되며 물의 정체로 수질이 악화된다. 기능과 용도를 상실한 보부터 없애고 자연하천으로 복원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전 의장은 “공릉천의 보처럼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1곳을 시범사업으로 철거해 수질과 생태계의 변화 추이를 분석해보자”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 하천에는 크고 작은 보 3만4000여개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보 없앴더니 4급수→1급수…고양 공릉천, 건강을 되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