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MB는 뉘우치는 연극도 못하는 독재자”
진보 인사들, 18일 팔순 잔칫상
[경향신문] 글 박주연·사진 김정근 기자 | 입력 : 2012-03-05 21:36:08 | 수정 : 2012-03-05 21:36:08
평생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바쳐온 재야운동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사진)이 올해로 팔순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그를 따르는 수백명의 진보진영 인사들이 오는 18일 서울 세종문회회관 세종홀에서 조촐한 잔칫상을 마련한다.
준비인 명단에는 강기갑·노회찬·문성근·심상정·정동영·홍세화씨 등 정계와 유홍준·강요배·김민기·김정헌·송경동·이애주씨 등 문화예술계, 김세균·손호철 교수 등 학계, 그리고 언론계와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원래 음력 1월생인 백 소장의 팔순 잔치를 3월에야 열게 된 것은 백 소장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남부끄럽다”며 한사코 거부하는 바람에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일 서울 명륜동 통일문제연구소를 찾아갔을 때도 백 소장은 “나이 먹은 게 뭐 자랑이라고 잔치를 하느냐”며 “팔순이라는 얘기는 듣고 싶지도 않고 그날 소주 한잔하자는 말도 싫다”며 손사래부터 쳤다. 건강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불같은 열정과 투지는 여전했고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그는 늘 거리에 있었다. 민주, 통일, 평등을 앞장서서 부르짖었다. MB정부 4년 동안에도 용산 철거민 시위, 광우병 파동, 쌍용자동차 파업, 희망버스 등 우리 사회의 고비고비마다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인터뷰 전날에도 서울 광화문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기자회견과 촛불시위에 나갔다고 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그는 “짓밟힐수록 자꾸 타오르는 저항의 불씨, 즉 ‘서돌’이 내 힘의 원천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년 내내 길바닥에서 싸웠어. 작년이 가장 힘들었지. 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살리겠다고 희망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탔는데, 박정희·전두환에게 당한 고문 때문에 문제가 생긴 고관절이 더 망가졌거든. 요즘엔 5분을 서 있기가 힘들어. 난 자유당 때부터 독재와 싸워왔지만 그중에서 내 앞을 가장 가로막는 게 이명박이야. 자기만 잘났다면서 밀어붙이고 탄압을 해. 게다가 뉘우치는 연극조차 할 줄 모르는 엉터리 독재자지. 타도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 늙은이가 나설 수밖에 없어.”
그런 그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는 일 중 하나는 ‘민중미학특강’이다. 오는 4월3일부터 6월12일까지 서울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모두 10차례에 걸쳐 연다. 노나메기(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벗나래(세상)) 사상의 핵심 내용을 연속 특강 형식을 빌려 풀어내는 자리다. 무료로 수강하는 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백 소장은 노나메기문화원 창립 모금을 위한 ‘벽돌 300만장 쌓기 운동’도 벌인다.
“미학이라는 말이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우리 삶 자체가 미학이니까 알아야 해. 한데 돈놀이하는 자본가들의 미학과 노동자들의 미학은 따로 있어. 난 노동으로 먹고사는 사람, 즉 민중의 미학을 이야기하려는 거야. 예를 들어볼까. 누룽지를 끓여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당신은 남은 멀건 물만 드시던 우리 어머니가 저녁거리가 없으면 꼭 바구니를 들고 나물을 캐러 뒷동산에 가셨어. 그런데 어떤 나물은 캐지 않고 그냥 가셔. 뒤쫓던 나도 못 뜯게 해. 왜냐고 물으니 ‘어람’이기 때문이라는 거야. 너무나 예쁘고 귀여워서 짓밟고 싶지 않다는 거야. 이게 어람이야. 인류의 문화는 이렇게 보듬고 싶은 싹을 안 뜯어서 창달한 거야. 이게 민중미학이지. 그런데 자본가들은 돈이 된다고 하면 다 짓밟잖아.”
‘용이냐 이심이냐’(1강), ‘저치 가는 이야기’(2강) 등 특강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우리말 사랑은 유별나다. 외래어 사용을 질색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남산터널을 뚫을 때 터널이라는 외래어 대신 순수 우리말인 맞뚜레를 붙이자고 청와대에 전화했다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권총 든 요원들에게 흠씬 얻어맞은 그다. 그는 “우리말은 인류 문화”라며 “우리 민족의 낱말을 언젠가는 정리해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팔십 평생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외로웠어.” 돌아온 그의 말은 너무나 의외였다.
“외로울 때 어떤 사람은 혼자 걷고, 어떤 사람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고,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지. 한데 달래도 안되는 외로움이 있어. 군부독재가 끝나고 민간인 대통령인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 되면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어. 국수 한 그릇, 소주 한잔 먹자는 놈이 없었어. 내가 혼자 얼마나 울었는데. 그 외로움을 달래려고 벽시를 써서 밖에 내보였더니 ‘너 왜 이런 거 써놨냐. 죽지’라고 써놓은 사람이 많아. 결국 난 만신창이가 돼 벽시를 뜯어냈어. 붙들 게 나밖에 없는데 나도 없었어.”
그는 관절뿐 아니라 심장병과 위장병, 당뇨병도 앓고 있다. 그런데도 건강검진 받는 것을 싫어한다. 겨울이면 주변에서 권유하는 폐렴 예방주사도 거부한다. “사회가 병들었는데 몸뚱이 하나만 챙기면 다이겠느냐”는 이유에서란다. 그는 “나는 죽을 때 마빡(이마) 위에다 약병을 두고 죽을 생각이 없다. 부정부패와 싸우는 현장에서 죽는 게 나의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백기완 “MB는 뉘우치는 연극도 못하는 독재자”
진보 인사들, 18일 팔순 잔칫상
[경향신문] 글 박주연·사진 김정근 기자 | 입력 : 2012-03-05 21:36:08 | 수정 : 2012-03-05 21:36:08
평생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바쳐온 재야운동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사진)이 올해로 팔순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그를 따르는 수백명의 진보진영 인사들이 오는 18일 서울 세종문회회관 세종홀에서 조촐한 잔칫상을 마련한다.
준비인 명단에는 강기갑·노회찬·문성근·심상정·정동영·홍세화씨 등 정계와 유홍준·강요배·김민기·김정헌·송경동·이애주씨 등 문화예술계, 김세균·손호철 교수 등 학계, 그리고 언론계와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원래 음력 1월생인 백 소장의 팔순 잔치를 3월에야 열게 된 것은 백 소장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남부끄럽다”며 한사코 거부하는 바람에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일 서울 명륜동 통일문제연구소를 찾아갔을 때도 백 소장은 “나이 먹은 게 뭐 자랑이라고 잔치를 하느냐”며 “팔순이라는 얘기는 듣고 싶지도 않고 그날 소주 한잔하자는 말도 싫다”며 손사래부터 쳤다. 건강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불같은 열정과 투지는 여전했고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 오는 18일 팔순 잔칫상을 받는 재야운동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
그는 늘 거리에 있었다. 민주, 통일, 평등을 앞장서서 부르짖었다. MB정부 4년 동안에도 용산 철거민 시위, 광우병 파동, 쌍용자동차 파업, 희망버스 등 우리 사회의 고비고비마다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인터뷰 전날에도 서울 광화문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기자회견과 촛불시위에 나갔다고 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그는 “짓밟힐수록 자꾸 타오르는 저항의 불씨, 즉 ‘서돌’이 내 힘의 원천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년 내내 길바닥에서 싸웠어. 작년이 가장 힘들었지. 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살리겠다고 희망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탔는데, 박정희·전두환에게 당한 고문 때문에 문제가 생긴 고관절이 더 망가졌거든. 요즘엔 5분을 서 있기가 힘들어. 난 자유당 때부터 독재와 싸워왔지만 그중에서 내 앞을 가장 가로막는 게 이명박이야. 자기만 잘났다면서 밀어붙이고 탄압을 해. 게다가 뉘우치는 연극조차 할 줄 모르는 엉터리 독재자지. 타도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 늙은이가 나설 수밖에 없어.”
그런 그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는 일 중 하나는 ‘민중미학특강’이다. 오는 4월3일부터 6월12일까지 서울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모두 10차례에 걸쳐 연다. 노나메기(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벗나래(세상)) 사상의 핵심 내용을 연속 특강 형식을 빌려 풀어내는 자리다. 무료로 수강하는 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백 소장은 노나메기문화원 창립 모금을 위한 ‘벽돌 300만장 쌓기 운동’도 벌인다.
“미학이라는 말이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우리 삶 자체가 미학이니까 알아야 해. 한데 돈놀이하는 자본가들의 미학과 노동자들의 미학은 따로 있어. 난 노동으로 먹고사는 사람, 즉 민중의 미학을 이야기하려는 거야. 예를 들어볼까. 누룽지를 끓여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당신은 남은 멀건 물만 드시던 우리 어머니가 저녁거리가 없으면 꼭 바구니를 들고 나물을 캐러 뒷동산에 가셨어. 그런데 어떤 나물은 캐지 않고 그냥 가셔. 뒤쫓던 나도 못 뜯게 해. 왜냐고 물으니 ‘어람’이기 때문이라는 거야. 너무나 예쁘고 귀여워서 짓밟고 싶지 않다는 거야. 이게 어람이야. 인류의 문화는 이렇게 보듬고 싶은 싹을 안 뜯어서 창달한 거야. 이게 민중미학이지. 그런데 자본가들은 돈이 된다고 하면 다 짓밟잖아.”
‘용이냐 이심이냐’(1강), ‘저치 가는 이야기’(2강) 등 특강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우리말 사랑은 유별나다. 외래어 사용을 질색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남산터널을 뚫을 때 터널이라는 외래어 대신 순수 우리말인 맞뚜레를 붙이자고 청와대에 전화했다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권총 든 요원들에게 흠씬 얻어맞은 그다. 그는 “우리말은 인류 문화”라며 “우리 민족의 낱말을 언젠가는 정리해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팔십 평생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외로웠어.” 돌아온 그의 말은 너무나 의외였다.
“외로울 때 어떤 사람은 혼자 걷고, 어떤 사람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고,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지. 한데 달래도 안되는 외로움이 있어. 군부독재가 끝나고 민간인 대통령인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 되면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어. 국수 한 그릇, 소주 한잔 먹자는 놈이 없었어. 내가 혼자 얼마나 울었는데. 그 외로움을 달래려고 벽시를 써서 밖에 내보였더니 ‘너 왜 이런 거 써놨냐. 죽지’라고 써놓은 사람이 많아. 결국 난 만신창이가 돼 벽시를 뜯어냈어. 붙들 게 나밖에 없는데 나도 없었어.”
그는 관절뿐 아니라 심장병과 위장병, 당뇨병도 앓고 있다. 그런데도 건강검진 받는 것을 싫어한다. 겨울이면 주변에서 권유하는 폐렴 예방주사도 거부한다. “사회가 병들었는데 몸뚱이 하나만 챙기면 다이겠느냐”는 이유에서란다. 그는 “나는 죽을 때 마빡(이마) 위에다 약병을 두고 죽을 생각이 없다. 부정부패와 싸우는 현장에서 죽는 게 나의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백기완 “MB는 뉘우치는 연극도 못하는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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