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없다 ‘죽음의 호수’가 있을 뿐
30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처참했다.
강은 ‘죽음의 호수’로 변했고, 지천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크고 작은 보강공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세금으로 건설사 배만 불리고 있었다.
[시사IN 311호] |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승인 2013.09.06 08:32:13
전문가가 살펴본 ‘4대강 파괴’ 현장
4대강이 들끓는다. 폭염으로 악화된 녹조는 낙동강·영산강에 이어 금강 상류까지 집어삼켰다. 4대강 인근 또한 농지 침수와 역행침식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을 상대로 국민소송을 추진하겠다고 8월19일 밝혔다.
엉망이 된 4대강을 어찌할 것인가. 8월20~21일 <시사IN>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사진)와 함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는 낙동강 일대를 돌아보았다. 역대 정부의 수자원 정책을 30년 가까이 조언해온 환경법학자이자 4대강 사업을 초기부터 반대했던 전문가의 눈을 통해 4대강 문제를 풀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다. 곧이어 한강 구간도 돌아볼 계획이다.
환경과 자원에 관한 법을 전공한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 하천을 살펴볼 기회가 많았다. 한강·낙동강 등 우리 강도 여러 곳 돌아보았다.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공사가 계속되는 현장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국민 여론과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참담하다. 강은 녹조로 덮였고, 제방과 지천은 무너지고 있다. 30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이 사업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8월20일과 21일 필자는 현지 사정에 밝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 인제대 박재현 교수와 함께 낙동강 전 구간을 둘러보았다. 4대강 사업이 끝난 후로는 현장을 처음 가본 셈인데, 예상했던 대로였다. 반만년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낙동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거대한 ‘죽음의 호수’가 연이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낙동강은 관리하기가 어렵다. 한강은 수도권 2000만 인구의 식수원이지만 수량이 풍부해서 수질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가 없다. 영산강은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오히려 관리하기가 홀가분하다. 낙동강은 지류와 지천이 많을뿐더러 내륙 도시와 공업단지가 배출하는 오·폐수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어렵다. 영남의 젖줄을 살리려는 노력이 각별했던 것은 낙동강을 관리하고 보호하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낙동강이 이만큼 지켜진 것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이어온 일관성 있는 국가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 26조원을 투입해서 임기 내내 맑은 물 공급정책을 편 김영삼 정부의 업적은 기억돼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20년간 애써 이룬 성과는 4대강 사업으로 일순간에 뿌리가 뽑히고 말았다.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 황지부터 부산 을숙도를 거쳐 남해로 흘러들어가는 낙동강 물길은 1300리(525㎞)에 이른다. 하지만 원래 낙동강은 상주부터 700리(280㎞) 물길을 일컬었다고 한다. ‘낙동강’이란 명칭도 ‘상락(上洛·상주의 옛 이름)의 동쪽을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라고 전해진다. 안동댐을 거쳐 오느라 물길이 줄어든 낙동강은 깨끗한 모래로 유명한 내성천에서 맑은 물을 공급받고 난 후 제법 강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낙동강에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하는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 산간 지역을 흘러 예천군 회룡포를 굽이돈 후, 문경 산골을 흘러내려온 금천과 만나 낙동강과 합류한다. 이렇게 세 개의 강이 합치는 곳이 삼강리인데, 여기에 이름난 삼강주막이 있었다. 원래 있었던 허름한 주막 건물은 사라지고 지금은 민속촌처럼 꾸며놓은 초가 몇 채가 있으나 거기서 세월과 역사를 느낄 수는 없다.
낙동강 탐사는 낙동강과 내성천이 만나는 모습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삼강교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삼강교에서 상류 쪽을 내려다보면 정말 장관(壯觀)이다. 문제는 그런 장관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성천 상류에 건설 목적도 불분명한 영주댐 공사가 한창이라서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은 더 이상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모래 공급이 줄어드는 데다 바로 아래에 건설된 상주보 때문에 역행침식 현상이 생기면 내성천도 허물어져갈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삼강교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인데, 그 점을 우려했는지 정부 당국은 서둘러 교각 보강공사를 했다고 한다.
사라진 백사장과 녹색 호수에 뜬 경천대
삼강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경천대에 이른다. 낙동강 제1경이라고 불리는 경천대는 상주의 자랑이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경천대 아래로는 맑은 강물이 흘러가고 반대편에는 깨끗한 모래사장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경천대를 휘감아 흐르는 낙동강도 4대강 사업으로 수난을 당했다. 낙동강 8개 보 중 최상류에 위치한 상주보 공사 때문이다. 경천대에서 보이던 백사장은 준설로 완전히 사라졌고, 경천대는 짙푸른 호수에 떠 있는 형상이다.
도대체 경천대의 경관을 망쳐가면서 준설을 하고 바로 아래에 상주보를 건설한 이유는 무엇일까? 4대강 사업은 홍수를 막고 물 부족을 해소하고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데, 어느 것 하나 상주에 들어맞는 말이 없다. 그렇다면 답은 역시 대운하밖에 없다. 한반도대운하 계획에 따르면 여의도선착장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팔당댐을 힘들게 올라간 후 여주에서 보를 두 차례 올라타고 충주 조정지댐에 도착한다. 그런 다음 리프트를 타고 산맥을 넘거나 산맥 아래를 뚫은 터널을 통해 문경터미널을 거쳐 상주터미널에 닿게 된다. 그래서 경천대 주변 낙동강을 준설하고 상주에 보를 건설한 것이다.
상주보는 맑은 물이 흐르던 낙동강 상류 풍경을 호수로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다른 보와 마찬가지로 상주보 아래에도 세굴 현상이 일어나서 수심이 깊어졌을 것이다. 가장 상류에 위치한 상주보에서도 녹조가 대단했다. 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의 마크가 선명한 작은 모터보트가 수면을 휘젓고 다니면서 녹조를 분산시키고 있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심 측정을 위해 보트를 띄웠다”라고 말했지만, 정수근 국장은 “박석순 교수의 이론을 실천하고 있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4대강 사업을 옹호했고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 원장을 지낸 박석순 교수의 별명은 ‘스크류 박’이다. ‘강에 배가 많이 다니면 스크류 때문에 물이 맑아진다’고 주장해서 얻은 별명이다.
상주보 바로 아래에서 병성천이 합수하는데, 상주시가 주관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역행침식으로 병성천 강바닥 아래에 부설한 상수도관이 드러나자 유실을 우려한 상주시가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작한 공사였다. 얼마 전 박창근 교수(관동대)가 이끄는 4대강 민간조사단이 그곳에 갔을 때 공사를 알리는 안내문이 알려져서 화제가 되었다. “기존 상수관로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유속 증가로 관보호공 일부가 노출돼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교체공사를 실시한다”라는 내용이었다.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심각함을 상주시가 솔직히 인정한 셈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 부분이 흰 페인트로 지워져 있었다. 아마도 국토부가 상주시청에 호통을 친 모양인데, 아직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측은하다.
거짓말, 너무도 뻔뻔한 거짓말
상주보 아래에는 낙단보와 구미보가 있다. 왜 이렇게 보가 조밀하게 있어야 하는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낙단보와 구미보도 이미 대운하 계획에 나와 있다. 상주보·낙단보·구미보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갑문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천의 수위차(水位差)를 극복해 선박이 안전하게 상·하류로 이동하도록 하는 시설이 바로 갑문인데, 현재 설치되어 있는 가동보(可動洑)의 이동 수문에 약간의 공사를 하면 갑문이 된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는 지도 한 장에 16개 보를 건설한다고만 해놓았고, 그 지점에 왜 보를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설명이 없다. 홍수를 막고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보 건설이라면 상주·구미 등이 보 건설지로 부합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없으니 낙동강에 건설된 8개 보는 운하 목적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천대부터 잠겨 있는 낙동강 물은 짙은 녹색이었다. 그 녹색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진해져서 낙단보에 이르면 녹조 현상이 두드러진다. 낙동강 하류에서나 이따금 생기던 남조류가 중상류 지점인 낙단보에서 나타났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낙동강은 경천대부터 썩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강을 살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강을 완전히 죽여버린 것이다.
낙단보에는 공사 중 발견된 마애불이 서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1000년 된 마애불이라고 추정하는데, 오른쪽 위 광배 부분에 난 구멍은 마애불이 하마터면 폭파될 뻔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생각해볼 일이 있다. 4대강 공사 중 발견된 문화재가 낙단보 마애불뿐이었을까? 토목공사 도중 문화재가 발견되면 공사가 중단되는 등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토건회사들이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적당히 묻어버리거나 파괴한 문화재가 한둘이었겠는가.
낙단보를 지나면 구미보에 이른다. 구미보 역시 녹조가 대단했다. 녹조는 전에도 낙동강 하류, 충주호 등지에서 간혹 생기곤 했다. 녹조는 여러 조건이 있어야 생긴다. 녹조가 번창할 수 있는 부영양화 현상이 있어야 하고 수온이 높아야 한다. 흐르는 깨끗한 물에서는 녹조가 생길 수 없다. 4대강 사업의 적법성을 다투는 소송에서 정부 측 증인으로 나온 전문가들은 소양강댐을 예로 들면서 보를 세우면 수심이 깊어져 수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류 번식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거짓말을 하려면 아주 세게 해야 그럴싸하게 들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도 뻔뻔한 거짓말이라 우리 증인들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낙동강 물이 온통 녹조로 뒤덮인 모습을 보니 그때 법정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한 인간들에게 ‘녹조라떼’를 한 잔씩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30조원을 들여서 수질이 개선되기는커녕 녹조가 매년 여름 생기는 상황이면 그것만으로도 4대강 사업은 허황된 사기극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칠곡보로 인해 날벼락 맞은 농가들
4대강 소송을 진행하던 중 운하반대교수모임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저명한 하천학자 한스 베른하르트 박사는 “본류를 준설하면 지류에 역행침식 재앙이 일어난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0년 여름에 그런 현상으로 지천 바닥 아래에 파묻었던 수도관이 파괴되어 구미 주민들이 큰 고생을 했다. 낙동강 지류에는 그런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을 것이다.
대구 부근에는 칠곡보, 강정고령보 그리고 달성보가 촘촘하게 건설됐다. 그중 한반도대운하 계획에 포함됐던 보는 지금 강정고령보 부근에 계획됐던 사문진보뿐이다. 경부운하 계획에는 대구 부근에 보가 한 개 있었는데, 4대강 사업에서는 3개로 늘어난 것이다. 대구가 물이 워낙 부족해서 대형 보를 세 개나 세워야 했나? 아니면 대구가 홍수에 워낙 취약해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보가 세 개나 필요했나?
대운하 계획에 없던 칠곡보를 건설해야 했던 이유는 선박 운항으로밖에 볼 수 없다. “구미보에서 강정고령보까지는 제법 길어서 배가 다니려면 준설을 더욱 깊이 해야 하는데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칠곡보를 건설했을 것이다”라고 박재현 교수는 설명한다. 칠곡보로 인해 주변 농가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농지가 물에 잠기고 땅을 50㎝만 파도 물이 나와서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한다. 현지에서 만난 나이 든 주민은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녹조가 썩어 메탄가스마저 올라와
낙동강 8개 보 중에서 칠곡보는 가장 못생겼다. 구미와 대구의 중간에 있다 보니 모양을 낼 일도 없어서 대충 설계한 것 같으니, 이 역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칠곡보부터는 녹조가 너무 심해서 녹색 페인트를 강에 뿌린 모습이다. 수면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면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현상을 보인다. 녹조 사체가 바닥에서 썩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하니, 이제는 4대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마저 방출되는 형상이다. 보 아래로 소용돌이치며 내려가는 더러운 강물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니 하수처리장에서나 날 법한 역한 냄새가 올라와서 어지럼증이 일었다.
칠곡보 아래에는 강정고령보가 있다. 원래는 강정보라고 불렸는데, 고령군이 자기네 지명도 넣어달라고 해서 강정고령보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보에 자기네 명칭이 들어가면 군(郡)의 명예가 드높아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강정고령보 자리에는 원래 강정수중보가 있었다. 대구시 취수장이 강물을 안정적으로 취수하기 위해서였는데, 원래 수중보에 고무보를 설치했던 것도 강물을 보다 많이 안정적으로 취수하기 위함이었다. 고무보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4대강 사업본부장을 지낸 심명필 교수다. 심 교수는 고무보를 설치하면 수질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폭기조 같은 수질 정화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던 그가 4대강 사업본부장이 되고 난 후에는 보를 건설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나팔을 불었다.
강정고령보는 디자인이 뛰어나고 주변에 위락·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다. 물위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한껏 모양을 냈다. 하지만 강정고령보는 대구시민의 식수원이어서 주변은 수도법에 의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독극물이라도 던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비난이 일자 급하게 자전거 도로에 철제 울타리를 쳤지만 이 역시 전시행정일 뿐이다.
4대강 보 주변에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느라 정부는 돈을 많이 들였다. 우리 일행은 자전거를 타고 4대강 도로를 누비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어떤 이는 4대강 사업으로 자전거 도로라도 만들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지자체가 도심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은 공익을 위함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만든 자전거 도로가 잘 이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자전거로 4대강 도로를 누비는 사람들은 사이클링이 취미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특정한 레저 활동을 돕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자전거 동호회를 위해 막대한 세금을 썼다면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와 스킨스쿠버 동호회를 위해서도 세금을 써야 할 것이 아닌가.
강정고령보에서 약간 내려가면 달성보가 나온다. 대운하 계획에는 없던 달성보가 4대강 사업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알려진 바가 없다. 4대강 마스터플랜을 짠 김창완 박사(당시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 등 설계진이 대구 주변 낙동강 수위를 정확히 계측해보니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보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재현 교수는 다음과 같은 추론을 제시한다. 강정고령보 바로 아래에는 금호강이 합류하는데, 금호강 아래에 달성보를 건설하지 않으면 역행침식으로 인해 금호강이 깎여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달성보를 세웠다는 것이다. 만일 금호강이 침식으로 무너져내릴 경우 대구 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어찌됐든 대구시 달성군에 위치한 달성보도 강정고령보 못지않게 외관이 훌륭하다. 강정고령보와 달성보는 ‘명품보’라고 부르는데, 폭까지 넓어서 건설비가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담고 있는 호숫물엔 녹조가 창궐하고 악취마저 진동했다. 강정고령보·달성보 등에 만들어놓은 어도(魚道)에는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썩은내 나는 녹색 물만 콸콸 흐르고 있었다. 필자는 오래전 미국 서북부 컬럼비아강 하류에 건설한 보너빌 댐과 댈러스 댐에 가본 적이 있다. 이 댐들에 설치된 계단식 어도에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달성보 아래는 인근 농공단지에서 본류로 흘러 들어가는 용호천이라는 작은 지천이 있다. 달성보에서 가까운 용호천은 역행침식 직격탄을 맞아 합수부가 완전히 부서져나갔다. 용호천 바로 아래에는 본류 제방이 무너져서 보강공사가 한창이었다. 준설과 세굴로 깊어진 본류 물이 휘돌아 흐르면서 제방을 무너뜨린 측방침식의 현장이었다. 무너진 제방 위에는 5번 국도가 있으니 그대로 두면 국도도 무너질 판국이라 급하게 공사를 하는 것이다.
보수공사로 또 돈 버는 건설사들
달성보 아래에는 합천창녕보가 있다. 원래는 합천보였는데 창녕군과도 연결된다 해서 합천창녕보로 명칭을 바꾸었다. 여기에 다다르면 낙동강은 단순한 호수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바다처럼 광활하다. 문제는 이 광활한 호수가 녹조로 병들었다는 것이다. 지류와 만나면서 물이 고여 있는 지점에서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합천창녕보 아래에서는 황강이 합류한다. 황강 역시 역행침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덕교에서 황강을 내려다보면 하천변 양쪽이 무너져내린 모습이 역력하다. 모래가 깎여 나가서 우리가 서 있는 청덕교도 불안해 보였는데, 교각 한 개에는 최근에 보강공사를 한 흔적이 보였다. 4대강 사업 때문에 제방을 고치고 교량을 보완하는 등 공무원들이 애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건설회사들은 본공사에서 벌고 또 이런 보수공사로 수입을 올리고 있을 것이니, 이래저래 세금 내는 국민만 바보인 셈이다.
낙동강 8개 보 중 가장 하류에 있는 함안보(창녕함안보)의 모습은 평범하지만 역시 거대하다. 함안보는 플래카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강변여과수 개발에 결사반대하는 플래카드로 도배를 했기 때문이다. 진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지리산댐 건설이 불확실해지자 수자원공사는 함안보 부근에서 대규모 강변여과수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자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인데, 4대강 사업 때문에 대한민국이 분쟁의 도가니가 된 꼴이다.
부산시장과 대구시장은 4대강 사업에 찬성했는데, 그러면서도 취수원을 옮겨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4대강 사업은 수질을 개선하고 수자원 공급을 늘리자는 것인데, 대구시는 구미 상류로 취수장을 옮겨달라 했고 부산시는 지리산 기슭에 댐을 세워서 물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두 사업은 비용이 각각 1조원이나 소요되는 데다 구미와 진주 주민들이 반대해서 실현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대구시와 부산시의 취수장 이전 요구는 4대강 사업이 거대한 모순임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함안보 주변은 지하수위 상승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커서 관리 수위를 낮추어 설계를 다시 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동행한 박재현 교수가 그때 큰 기여를 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낙동강 지역을 하도 많이 다녀서 4년 전에 산 자동차가 벌써 20만㎞를 달렸다고 한다. 인제대학교는 박 교수 때문에 정부로부터 이런저런 외압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대학 창립자인 이사장이 교수의 학술적 사회활동에 대해 대학이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바람막이 구실을 해주었다고 한다.
함안보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창원시에 물을 공급하는 본포 취수장을 만나게 된다. 녹조가 둥둥 떠다니는 더러운 물이 취수구로 들어가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자 취수장 측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다. 수돗물 호스에 구멍을 내서 취수구 앞에 분수처럼 물을 뿜어내어 녹조를 쫓고 있었던 것.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낙동강 주변에 생태공원을 95곳이나 만들었는데 구미보·강정고령보·달성보 등 보 주변에 만든 몇 개를 제외하고는 쓸모없게 되었다고 정수근 국장이 전했다. 실제로 우리가 본 공원이라는 곳은 억지로 심어놓은 나무가 죄다 고사하고 잡풀만 무성한 황무지였다. 사실 공원이란 것은 대도시 중심에 있어야 제구실을 한다. 자연을 잃어버린 도시민들이 녹색에 대한 욕구를 푸는 곳이 공원이다. 낙동강 주변은 낙동강과 산으로 온통 자연뿐인데, 거기다가 바닥에 벽돌을 박고 자라지도 못할 나무를 심어놓고 ‘생태공원’이라고 간판을 달았으니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오만한 정권이 자연을 상대로 저지른 악행
낙동강은 강바닥이 모래이기 때문에 그 위에 서 있는 보가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보를 넘어 내려온 물살로 강바닥이 파헤쳐지는 세굴 현상이 심하다고 한다. 세굴 현상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하상유지공(강바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설치하는 구조물)을 몇 차례나 보강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칠곡보 등 몇 군데에서는 누수 현상이 보이기도 한다. 몇 개 보에서는 수문 작동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이런 상태에서 강력한 태풍이라도 불어온다면 어떤 재앙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낙동강은 지금 전쟁 상태다. 자연을 상대로 이명박 정부가 거대한 해악을 저질러서 자연이 다시 반격을 하는 양상이다. 우리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권이 자연을 상대로 저지른 악행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반만년 우리 역사와 함께 흘러온 낙동강 등 4대강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우리는 지금이라도 큰 성찰을 해야 한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4대강을 복원하기 위한 대장정의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출처 : 낙동강은 없다 ‘죽음의 호수’가 있을 뿐
30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처참했다.
강은 ‘죽음의 호수’로 변했고, 지천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크고 작은 보강공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세금으로 건설사 배만 불리고 있었다.
[시사IN 311호] |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승인 2013.09.06 08:32:13
전문가가 살펴본 ‘4대강 파괴’ 현장
4대강이 들끓는다. 폭염으로 악화된 녹조는 낙동강·영산강에 이어 금강 상류까지 집어삼켰다. 4대강 인근 또한 농지 침수와 역행침식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을 상대로 국민소송을 추진하겠다고 8월19일 밝혔다.
엉망이 된 4대강을 어찌할 것인가. 8월20~21일 <시사IN>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사진)와 함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는 낙동강 일대를 돌아보았다. 역대 정부의 수자원 정책을 30년 가까이 조언해온 환경법학자이자 4대강 사업을 초기부터 반대했던 전문가의 눈을 통해 4대강 문제를 풀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다. 곧이어 한강 구간도 돌아볼 계획이다.
▲ ⓒ시사IN 이명익 |
환경과 자원에 관한 법을 전공한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 하천을 살펴볼 기회가 많았다. 한강·낙동강 등 우리 강도 여러 곳 돌아보았다.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공사가 계속되는 현장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국민 여론과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참담하다. 강은 녹조로 덮였고, 제방과 지천은 무너지고 있다. 30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이 사업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8월20일과 21일 필자는 현지 사정에 밝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 인제대 박재현 교수와 함께 낙동강 전 구간을 둘러보았다. 4대강 사업이 끝난 후로는 현장을 처음 가본 셈인데, 예상했던 대로였다. 반만년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낙동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거대한 ‘죽음의 호수’가 연이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녹조가 짙게 낀 합천창녕보 위로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
낙동강은 관리하기가 어렵다. 한강은 수도권 2000만 인구의 식수원이지만 수량이 풍부해서 수질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가 없다. 영산강은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오히려 관리하기가 홀가분하다. 낙동강은 지류와 지천이 많을뿐더러 내륙 도시와 공업단지가 배출하는 오·폐수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어렵다. 영남의 젖줄을 살리려는 노력이 각별했던 것은 낙동강을 관리하고 보호하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낙동강이 이만큼 지켜진 것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이어온 일관성 있는 국가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 26조원을 투입해서 임기 내내 맑은 물 공급정책을 편 김영삼 정부의 업적은 기억돼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20년간 애써 이룬 성과는 4대강 사업으로 일순간에 뿌리가 뽑히고 말았다.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 황지부터 부산 을숙도를 거쳐 남해로 흘러들어가는 낙동강 물길은 1300리(525㎞)에 이른다. 하지만 원래 낙동강은 상주부터 700리(280㎞) 물길을 일컬었다고 한다. ‘낙동강’이란 명칭도 ‘상락(上洛·상주의 옛 이름)의 동쪽을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라고 전해진다. 안동댐을 거쳐 오느라 물길이 줄어든 낙동강은 깨끗한 모래로 유명한 내성천에서 맑은 물을 공급받고 난 후 제법 강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낙동강에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하는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 산간 지역을 흘러 예천군 회룡포를 굽이돈 후, 문경 산골을 흘러내려온 금천과 만나 낙동강과 합류한다. 이렇게 세 개의 강이 합치는 곳이 삼강리인데, 여기에 이름난 삼강주막이 있었다. 원래 있었던 허름한 주막 건물은 사라지고 지금은 민속촌처럼 꾸며놓은 초가 몇 채가 있으나 거기서 세월과 역사를 느낄 수는 없다.
낙동강 탐사는 낙동강과 내성천이 만나는 모습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삼강교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삼강교에서 상류 쪽을 내려다보면 정말 장관(壯觀)이다. 문제는 그런 장관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성천 상류에 건설 목적도 불분명한 영주댐 공사가 한창이라서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은 더 이상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모래 공급이 줄어드는 데다 바로 아래에 건설된 상주보 때문에 역행침식 현상이 생기면 내성천도 허물어져갈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삼강교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인데, 그 점을 우려했는지 정부 당국은 서둘러 교각 보강공사를 했다고 한다.
사라진 백사장과 녹색 호수에 뜬 경천대
▲ 역행침식으로 깎여나간 상주보 아래 병성천 합수 구간 제방 공사 현장. ⓒ시사IN 이명익 |
삼강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경천대에 이른다. 낙동강 제1경이라고 불리는 경천대는 상주의 자랑이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경천대 아래로는 맑은 강물이 흘러가고 반대편에는 깨끗한 모래사장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경천대를 휘감아 흐르는 낙동강도 4대강 사업으로 수난을 당했다. 낙동강 8개 보 중 최상류에 위치한 상주보 공사 때문이다. 경천대에서 보이던 백사장은 준설로 완전히 사라졌고, 경천대는 짙푸른 호수에 떠 있는 형상이다.
도대체 경천대의 경관을 망쳐가면서 준설을 하고 바로 아래에 상주보를 건설한 이유는 무엇일까? 4대강 사업은 홍수를 막고 물 부족을 해소하고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데, 어느 것 하나 상주에 들어맞는 말이 없다. 그렇다면 답은 역시 대운하밖에 없다. 한반도대운하 계획에 따르면 여의도선착장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팔당댐을 힘들게 올라간 후 여주에서 보를 두 차례 올라타고 충주 조정지댐에 도착한다. 그런 다음 리프트를 타고 산맥을 넘거나 산맥 아래를 뚫은 터널을 통해 문경터미널을 거쳐 상주터미널에 닿게 된다. 그래서 경천대 주변 낙동강을 준설하고 상주에 보를 건설한 것이다.
상주보는 맑은 물이 흐르던 낙동강 상류 풍경을 호수로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다른 보와 마찬가지로 상주보 아래에도 세굴 현상이 일어나서 수심이 깊어졌을 것이다. 가장 상류에 위치한 상주보에서도 녹조가 대단했다. 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의 마크가 선명한 작은 모터보트가 수면을 휘젓고 다니면서 녹조를 분산시키고 있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심 측정을 위해 보트를 띄웠다”라고 말했지만, 정수근 국장은 “박석순 교수의 이론을 실천하고 있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4대강 사업을 옹호했고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 원장을 지낸 박석순 교수의 별명은 ‘스크류 박’이다. ‘강에 배가 많이 다니면 스크류 때문에 물이 맑아진다’고 주장해서 얻은 별명이다.
상주보 바로 아래에서 병성천이 합수하는데, 상주시가 주관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역행침식으로 병성천 강바닥 아래에 부설한 상수도관이 드러나자 유실을 우려한 상주시가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작한 공사였다. 얼마 전 박창근 교수(관동대)가 이끄는 4대강 민간조사단이 그곳에 갔을 때 공사를 알리는 안내문이 알려져서 화제가 되었다. “기존 상수관로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유속 증가로 관보호공 일부가 노출돼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교체공사를 실시한다”라는 내용이었다.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심각함을 상주시가 솔직히 인정한 셈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 부분이 흰 페인트로 지워져 있었다. 아마도 국토부가 상주시청에 호통을 친 모양인데, 아직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측은하다.
거짓말, 너무도 뻔뻔한 거짓말
상주보 아래에는 낙단보와 구미보가 있다. 왜 이렇게 보가 조밀하게 있어야 하는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낙단보와 구미보도 이미 대운하 계획에 나와 있다. 상주보·낙단보·구미보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갑문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천의 수위차(水位差)를 극복해 선박이 안전하게 상·하류로 이동하도록 하는 시설이 바로 갑문인데, 현재 설치되어 있는 가동보(可動洑)의 이동 수문에 약간의 공사를 하면 갑문이 된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는 지도 한 장에 16개 보를 건설한다고만 해놓았고, 그 지점에 왜 보를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설명이 없다. 홍수를 막고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보 건설이라면 상주·구미 등이 보 건설지로 부합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없으니 낙동강에 건설된 8개 보는 운하 목적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천대부터 잠겨 있는 낙동강 물은 짙은 녹색이었다. 그 녹색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진해져서 낙단보에 이르면 녹조 현상이 두드러진다. 낙동강 하류에서나 이따금 생기던 남조류가 중상류 지점인 낙단보에서 나타났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낙동강은 경천대부터 썩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강을 살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강을 완전히 죽여버린 것이다.
▲ 녹조로 뒤덮인 경천대 카누체험교실. ⓒ시사IN 이명익 |
낙단보에는 공사 중 발견된 마애불이 서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1000년 된 마애불이라고 추정하는데, 오른쪽 위 광배 부분에 난 구멍은 마애불이 하마터면 폭파될 뻔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생각해볼 일이 있다. 4대강 공사 중 발견된 문화재가 낙단보 마애불뿐이었을까? 토목공사 도중 문화재가 발견되면 공사가 중단되는 등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토건회사들이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적당히 묻어버리거나 파괴한 문화재가 한둘이었겠는가.
낙단보를 지나면 구미보에 이른다. 구미보 역시 녹조가 대단했다. 녹조는 전에도 낙동강 하류, 충주호 등지에서 간혹 생기곤 했다. 녹조는 여러 조건이 있어야 생긴다. 녹조가 번창할 수 있는 부영양화 현상이 있어야 하고 수온이 높아야 한다. 흐르는 깨끗한 물에서는 녹조가 생길 수 없다. 4대강 사업의 적법성을 다투는 소송에서 정부 측 증인으로 나온 전문가들은 소양강댐을 예로 들면서 보를 세우면 수심이 깊어져 수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류 번식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거짓말을 하려면 아주 세게 해야 그럴싸하게 들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도 뻔뻔한 거짓말이라 우리 증인들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낙동강 물이 온통 녹조로 뒤덮인 모습을 보니 그때 법정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한 인간들에게 ‘녹조라떼’를 한 잔씩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30조원을 들여서 수질이 개선되기는커녕 녹조가 매년 여름 생기는 상황이면 그것만으로도 4대강 사업은 허황된 사기극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칠곡보로 인해 날벼락 맞은 농가들
4대강 소송을 진행하던 중 운하반대교수모임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저명한 하천학자 한스 베른하르트 박사는 “본류를 준설하면 지류에 역행침식 재앙이 일어난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0년 여름에 그런 현상으로 지천 바닥 아래에 파묻었던 수도관이 파괴되어 구미 주민들이 큰 고생을 했다. 낙동강 지류에는 그런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을 것이다.
대구 부근에는 칠곡보, 강정고령보 그리고 달성보가 촘촘하게 건설됐다. 그중 한반도대운하 계획에 포함됐던 보는 지금 강정고령보 부근에 계획됐던 사문진보뿐이다. 경부운하 계획에는 대구 부근에 보가 한 개 있었는데, 4대강 사업에서는 3개로 늘어난 것이다. 대구가 물이 워낙 부족해서 대형 보를 세 개나 세워야 했나? 아니면 대구가 홍수에 워낙 취약해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보가 세 개나 필요했나?
대운하 계획에 없던 칠곡보를 건설해야 했던 이유는 선박 운항으로밖에 볼 수 없다. “구미보에서 강정고령보까지는 제법 길어서 배가 다니려면 준설을 더욱 깊이 해야 하는데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칠곡보를 건설했을 것이다”라고 박재현 교수는 설명한다. 칠곡보로 인해 주변 농가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농지가 물에 잠기고 땅을 50㎝만 파도 물이 나와서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한다. 현지에서 만난 나이 든 주민은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녹조가 썩어 메탄가스마저 올라와
낙동강 8개 보 중에서 칠곡보는 가장 못생겼다. 구미와 대구의 중간에 있다 보니 모양을 낼 일도 없어서 대충 설계한 것 같으니, 이 역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칠곡보부터는 녹조가 너무 심해서 녹색 페인트를 강에 뿌린 모습이다. 수면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면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현상을 보인다. 녹조 사체가 바닥에서 썩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하니, 이제는 4대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마저 방출되는 형상이다. 보 아래로 소용돌이치며 내려가는 더러운 강물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니 하수처리장에서나 날 법한 역한 냄새가 올라와서 어지럼증이 일었다.
칠곡보 아래에는 강정고령보가 있다. 원래는 강정보라고 불렸는데, 고령군이 자기네 지명도 넣어달라고 해서 강정고령보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보에 자기네 명칭이 들어가면 군(郡)의 명예가 드높아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강정고령보 자리에는 원래 강정수중보가 있었다. 대구시 취수장이 강물을 안정적으로 취수하기 위해서였는데, 원래 수중보에 고무보를 설치했던 것도 강물을 보다 많이 안정적으로 취수하기 위함이었다. 고무보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4대강 사업본부장을 지낸 심명필 교수다. 심 교수는 고무보를 설치하면 수질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폭기조 같은 수질 정화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던 그가 4대강 사업본부장이 되고 난 후에는 보를 건설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나팔을 불었다.
강정고령보는 디자인이 뛰어나고 주변에 위락·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다. 물위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한껏 모양을 냈다. 하지만 강정고령보는 대구시민의 식수원이어서 주변은 수도법에 의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독극물이라도 던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비난이 일자 급하게 자전거 도로에 철제 울타리를 쳤지만 이 역시 전시행정일 뿐이다.
4대강 보 주변에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느라 정부는 돈을 많이 들였다. 우리 일행은 자전거를 타고 4대강 도로를 누비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어떤 이는 4대강 사업으로 자전거 도로라도 만들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지자체가 도심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은 공익을 위함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만든 자전거 도로가 잘 이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자전거로 4대강 도로를 누비는 사람들은 사이클링이 취미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특정한 레저 활동을 돕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자전거 동호회를 위해 막대한 세금을 썼다면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와 스킨스쿠버 동호회를 위해서도 세금을 써야 할 것이 아닌가.
강정고령보에서 약간 내려가면 달성보가 나온다. 대운하 계획에는 없던 달성보가 4대강 사업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알려진 바가 없다. 4대강 마스터플랜을 짠 김창완 박사(당시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 등 설계진이 대구 주변 낙동강 수위를 정확히 계측해보니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보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재현 교수는 다음과 같은 추론을 제시한다. 강정고령보 바로 아래에는 금호강이 합류하는데, 금호강 아래에 달성보를 건설하지 않으면 역행침식으로 인해 금호강이 깎여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달성보를 세웠다는 것이다. 만일 금호강이 침식으로 무너져내릴 경우 대구 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어찌됐든 대구시 달성군에 위치한 달성보도 강정고령보 못지않게 외관이 훌륭하다. 강정고령보와 달성보는 ‘명품보’라고 부르는데, 폭까지 넓어서 건설비가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담고 있는 호숫물엔 녹조가 창궐하고 악취마저 진동했다. 강정고령보·달성보 등에 만들어놓은 어도(魚道)에는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썩은내 나는 녹색 물만 콸콸 흐르고 있었다. 필자는 오래전 미국 서북부 컬럼비아강 하류에 건설한 보너빌 댐과 댈러스 댐에 가본 적이 있다. 이 댐들에 설치된 계단식 어도에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달성보 아래는 인근 농공단지에서 본류로 흘러 들어가는 용호천이라는 작은 지천이 있다. 달성보에서 가까운 용호천은 역행침식 직격탄을 맞아 합수부가 완전히 부서져나갔다. 용호천 바로 아래에는 본류 제방이 무너져서 보강공사가 한창이었다. 준설과 세굴로 깊어진 본류 물이 휘돌아 흐르면서 제방을 무너뜨린 측방침식의 현장이었다. 무너진 제방 위에는 5번 국도가 있으니 그대로 두면 국도도 무너질 판국이라 급하게 공사를 하는 것이다.
보수공사로 또 돈 버는 건설사들
달성보 아래에는 합천창녕보가 있다. 원래는 합천보였는데 창녕군과도 연결된다 해서 합천창녕보로 명칭을 바꾸었다. 여기에 다다르면 낙동강은 단순한 호수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바다처럼 광활하다. 문제는 이 광활한 호수가 녹조로 병들었다는 것이다. 지류와 만나면서 물이 고여 있는 지점에서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합천창녕보 아래에서는 황강이 합류한다. 황강 역시 역행침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덕교에서 황강을 내려다보면 하천변 양쪽이 무너져내린 모습이 역력하다. 모래가 깎여 나가서 우리가 서 있는 청덕교도 불안해 보였는데, 교각 한 개에는 최근에 보강공사를 한 흔적이 보였다. 4대강 사업 때문에 제방을 고치고 교량을 보완하는 등 공무원들이 애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건설회사들은 본공사에서 벌고 또 이런 보수공사로 수입을 올리고 있을 것이니, 이래저래 세금 내는 국민만 바보인 셈이다.
낙동강 8개 보 중 가장 하류에 있는 함안보(창녕함안보)의 모습은 평범하지만 역시 거대하다. 함안보는 플래카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강변여과수 개발에 결사반대하는 플래카드로 도배를 했기 때문이다. 진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지리산댐 건설이 불확실해지자 수자원공사는 함안보 부근에서 대규모 강변여과수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자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인데, 4대강 사업 때문에 대한민국이 분쟁의 도가니가 된 꼴이다.
부산시장과 대구시장은 4대강 사업에 찬성했는데, 그러면서도 취수원을 옮겨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4대강 사업은 수질을 개선하고 수자원 공급을 늘리자는 것인데, 대구시는 구미 상류로 취수장을 옮겨달라 했고 부산시는 지리산 기슭에 댐을 세워서 물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두 사업은 비용이 각각 1조원이나 소요되는 데다 구미와 진주 주민들이 반대해서 실현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대구시와 부산시의 취수장 이전 요구는 4대강 사업이 거대한 모순임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함안보 주변은 지하수위 상승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커서 관리 수위를 낮추어 설계를 다시 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동행한 박재현 교수가 그때 큰 기여를 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낙동강 지역을 하도 많이 다녀서 4년 전에 산 자동차가 벌써 20만㎞를 달렸다고 한다. 인제대학교는 박 교수 때문에 정부로부터 이런저런 외압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대학 창립자인 이사장이 교수의 학술적 사회활동에 대해 대학이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바람막이 구실을 해주었다고 한다.
함안보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창원시에 물을 공급하는 본포 취수장을 만나게 된다. 녹조가 둥둥 떠다니는 더러운 물이 취수구로 들어가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자 취수장 측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다. 수돗물 호스에 구멍을 내서 취수구 앞에 분수처럼 물을 뿜어내어 녹조를 쫓고 있었던 것.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낙동강 주변에 생태공원을 95곳이나 만들었는데 구미보·강정고령보·달성보 등 보 주변에 만든 몇 개를 제외하고는 쓸모없게 되었다고 정수근 국장이 전했다. 실제로 우리가 본 공원이라는 곳은 억지로 심어놓은 나무가 죄다 고사하고 잡풀만 무성한 황무지였다. 사실 공원이란 것은 대도시 중심에 있어야 제구실을 한다. 자연을 잃어버린 도시민들이 녹색에 대한 욕구를 푸는 곳이 공원이다. 낙동강 주변은 낙동강과 산으로 온통 자연뿐인데, 거기다가 바닥에 벽돌을 박고 자라지도 못할 나무를 심어놓고 ‘생태공원’이라고 간판을 달았으니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오만한 정권이 자연을 상대로 저지른 악행
낙동강은 강바닥이 모래이기 때문에 그 위에 서 있는 보가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보를 넘어 내려온 물살로 강바닥이 파헤쳐지는 세굴 현상이 심하다고 한다. 세굴 현상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하상유지공(강바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설치하는 구조물)을 몇 차례나 보강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칠곡보 등 몇 군데에서는 누수 현상이 보이기도 한다. 몇 개 보에서는 수문 작동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이런 상태에서 강력한 태풍이라도 불어온다면 어떤 재앙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낙동강은 지금 전쟁 상태다. 자연을 상대로 이명박 정부가 거대한 해악을 저질러서 자연이 다시 반격을 하는 양상이다. 우리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권이 자연을 상대로 저지른 악행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반만년 우리 역사와 함께 흘러온 낙동강 등 4대강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우리는 지금이라도 큰 성찰을 해야 한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4대강을 복원하기 위한 대장정의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출처 : 낙동강은 없다 ‘죽음의 호수’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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