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청소기 ‘특허소송’ 조용한 날 없는 삼성전자

이번엔 청소기 ‘특허소송’ 조용한 날 없는 삼성전자
‘모션싱크’ 방향전환 방식 두고 영 다이슨, 특허침해 소송 제기
삼성 “회전축 다르다” 주장
삼성, 특허소송 매년 느는 추세... ‘카피캣’ 논란 재점화될 수도
[한겨레] 이형섭 기자 | 등록 : 2013.09.21 18:58 | 수정 : 2013.09.21 21:07



“모션싱크 진공 청소기는 한국 거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자기 이익만 생각해 만든 모조품(cynical rip-off)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고의적으로 또는 무모하게 다이슨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다. 소송에 비용을 쓰느니 차라리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영국 고등법원에 제소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청소기 제조업체인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발명가인 제임스 다이슨이 직접 발표한 공식 성명의 내용이다. 그는 지난 16일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공식 성명을 내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모션싱크를 지난 6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 이파(IFA)에서 공개한 지 몇 일 지나지 않아 곧바로 소송을 낸 것이다.

미국의 특허침해 소송 분석 사이트인 ‘페이텍시아’의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43건의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렸다. 소송 건수는 2010년 7건, 2011년 23건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20일 현재까지 이미 27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대부분 삼성전자가 소송을 당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보호하기 위해 건 소송은 몇 건 되지 않는다. 특허침해 소송은 보통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전체 소송 건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슨이 건 소송은 청소기의 방향을 전환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여름 출시한 모션싱크는 바퀴와 본체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로 돼 있다. 다이슨이 판매해온 ‘DC37’과 ‘DC39’도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모션싱크는 출시 시점부터 외관과 작동방식 등이 모두 다이슨의 청소기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있었고, 삼성전자는 둘을 직접 비교해 보라며 모션싱크와 다이슨 청소기 DC37을 기자실에 갖다놓기까지 했다.

삼성전자 쪽은 두 제품이 얼핏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구동 메커니즘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을 보면, 모션싱크는 커다란 뒷바퀴 쪽이 축이 되어 움직이며, 먼지통과 흡입시스템을 포함한 본체는 방향을 전환하는 역할만 한다. 다이슨은 먼지통을 포함한 머리쪽이 움직이고, 흡입시스템을 포함한 본체는 이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큰 바퀴로, 다이슨은 본체 아래 조그만 바퀴로 움직인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하지만 다이슨이 갖고 있는 특허가 ‘호스의 좌우 움직임에 따라 먼지통이 회전하는 구조’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서는 모션싱크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현재 몸통이 분리돼 움직이는 청소기는 다이슨 제품과 삼성전자 모션싱크 뿐이다.

삼성전자는 다이슨의 특허 소송이 후발업체 견제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이슨은 400달러 이상 고급 청소기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모션싱크로 이 시장에 처음 진입하자마자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영국 최고 권위의 헤롯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내는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자 다이슨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이슨이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애플과 피튀기는 소송을 벌인 경험이 있는 만큼, 허술하게 처신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특허침해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개발 단계에서 특허를 피해갈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에 이어 또다시 대표적인 ‘혁신 기업’의 제품을 모방했다는 논란이 커진다면, 애플과의 소송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카피캣’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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