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판 영화, 만들지 않을 이유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또 하나의 가족>... 삼성 반도체 피해자가 실제 모델
[오마이뉴스] 성하훈 | 13.10.07 14:17 | 최종 업데이트 13.10.07 16:33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딸을 백혈병으로 잃은 아버지. 자본의 힘을 동원해 백혈병 유발 원인을 제공한 공장의 사정을 은폐하고, 피해자들을 회유해 진실을 숨기려는 거대기업. 또 다른 피해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힘을 합쳐 맞서 싸우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려는 사람은 없고 대다수가 외면한다. 그나마 정의감 넘치는 노무사마저 없었다면 제대로 된 시작도 못 해 볼 싸움이다. 그렇다고 달걀로 바위 치기를 감행하는, 골리앗 기업에 맞선 작은 민초의 저항은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들의 싸움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은 산재를 은폐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반성은커녕 온갖 술수만을 부리는 한 거대기업에 대한 고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진성으로 표현됐지만, 그 기업이 삼성임은 누구든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치보다는 자본이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거대기업에게 노동자들은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게 보인다.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돈을 앞세운 재벌기업의 만행은 씁쓸한 기분만을 안겨준다. 더욱이 바로 지금 이 순간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에 착잡함은 배가 된다.
거대기업을 향한 힘없는 피해자들의 분노
가난하지만 착실하게 살아온 속초의 택시 운전사 한상구. 고등학교 졸업 후 대기업 반도체 공장에 취직한 상구의 딸 윤미는 백혈병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 후 요양하며 치료를 받는다. 건강하던 딸이 큰 병에 걸린 것을 그저 개인적인 질병으로 치부하지만, 같은 작업장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의문이 싹튼다.
집으로 찾아온 회사 직원은 사직서를 받아가면서 500만 원을 제시해 주고는 산재 신청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작업 환경이 질병의 원인이랄 수 있는 의심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개인적인 발병일 뿐이라며 발뺌한다. 뒤로 다른 직원들에게는 윤미에 대한 면회나 연락도 금지할 만큼 거대기업의 태도는 위선적이고 교활하기만 하다. 산재 신청도 거부당하면서 상구는 딸에게 생긴 질병의 원인이 회사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동분서주하지만, 윤미는 끝내 상구가 운전하는 택시 뒷자리에서 눈을 감는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은 커다란 분노와 함께 더 이상 같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결심으로 이어지면서 거대기업을 향한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헤치려는 노무사와 뜻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만, 언제나 좌절의 연속일 뿐.
거대기업은 자본의 힘을 활용해 비겁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질병의 원인인 작업장의 현실을 은폐하기 위해 최고 안전 사업장으로 포장한다. 겉과 속이 다른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거대기업의 이중성은 자본의 시대 거대기업의 오만함을 겨냥한다. 그렇지만 정의가 설 땅은 별로 없어 보인다. 힘없는 서민이 거대 자본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음이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그렇지만 영화는 패배감보다는 작은 희망을 담고 있다. 99번의 싸움에서 져도 한 번의 승리를 염원하는 민초들의 의지와 역할이 모여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보잘 것 없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승리일지언정 그 가치가 소중하고 짜릿하게 다가온다.
힘없는 사람들의 거대기업 밀어붙이기가 마냥 통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부도덕한 자본의 힘이 더 유리하고 승리하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떨고 있는 기업의 모습이 드러난다. 재판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겠다며 합의를 요청하는 액수가 그렇다. 양심적이지 못한 야만적 행동을 일삼는 거대기업을 향해 던져지는 피해자들의 달걀이 바위처럼 단단한 기업에게 흡집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교훈이다.
자신의 택시 뒤에서 숨져간 딸의 모습에 통곡하는 상구의 모습은 가슴 아릴 정도로 슬픔을 자극한다. 노동자들을 부속품으로 생각하는 양심 없는 비인간적 기업의 위선을 까발리는 목소리는 힘이 느껴진다. 자본의 불의를 못 지나치는 노무사의 헌신과 지칠 법한 상황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며 일어서는 피해자 가족들. 그것이 거대기업의 위선적 구호를 빗대 붙였지만, 그 실질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또 하나의 가족>이 알려준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영화를 만들지 않아야 할 이유 없었다"
1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 <또 하나의 가족>이지난 4일 처음 공개됐다. 삼성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에 들어갔을 때부터 화제가 됐던 <또 하나의 가족>은 예매가 매진될 만큼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되는 작품. 첫 상영 역시 모든 좌석이 가득 찬 가운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이 나와 관객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영화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가족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를 모델로 하고 있다. 황유미씨는 21살이던 2003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2005년 급성골수병 진단을 받았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삼성전자 측은 황상기씨에게 유미씨의 백혈병은 개인 질병일 뿐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발뺌했으나, 황상기씨는 산재 인정과 함께 다른 피해자들의 사례까지 취합하며 삼성에 맞서 싸우고 있다.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으로 만들어져 지난 5월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는데,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에 대한 극영화 버전인 셈이다. 이날 상영에는 황상기씨도 직접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작품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은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주위에서 다들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이유는 "다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세상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구 역을 맡아 주연으로 열연한 배우 박철민씨는 "시나리오를 먼저 읽어본 딸이 꼭 하라고 했다"고 말하고, 주특기인 애드리브와 관련해 "지금까지 애드리브를 안 한 영화가 <혈의 누> 한 편이었다"면서 "이번에는 애드리브 한 부분이 한 장면 있었는데, 편집됐다"고 말했다. 박철민씨는 <또 하나의 가족>에서 상당히 진지한 모습으로만 등장한다.
엄마 역을 맡은 윤유선씨는 영화의 소재에 대한 부담이 없었냐는 질문에 "친구들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간 대기업 드라마도 많이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딸 윤미와 아들 역할로 나오는 배우 박희정, 정영기씨는 "시나리오가 좋아 역할을 해보고 싶었고 주변에서는 괜찮겠냐고 했지만 여기까지 왔다"면서 "배우의 꿈을 이루게 돼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작두레 계속 모금 중... 제작보다는 상영이 더 관건
이날 관객과의 만남에는 제작자인 박성일 윤기호 PD 등도 자리를 함께했는데, 이들은 제작비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 제작두레를 통한 모금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가족>은 작품의 내용이 거대기업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의 투자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6500명 정도가 참여해 2억7천만 원 정도를 모금했다. 제작비가 8억 원 정도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아직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어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여기까지 왔다면서 관객들의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면 영화는 상식대로 갈 수 있다"면서 "제작 과정에서 쫄았던 면도 있었고 자기검열도 생겼던 것 같으나, 생각했던 만큼 어떤 방해를 받거나 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의 실제 모델인 황상기씨는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영화를 잘 만들었냐는 얼마나 많이 보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조연으로 노무사 역할에 김규리, 변호사 역에 박혁권, 판사에 정진영씨 등 이른바 '개념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한편 국내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제작 과정에서 방해가 없었다고는 해도 상영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최근 <천안함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삼성 비판 영화에 대해 CJ나 중앙일보가 지분을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 상영관 등이 극장을 쉽게 열어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관객들과 만나는 개봉 과정에서 대기업 자본의 방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삼성 비판 영화, 만들지 않을 이유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또 하나의 가족>... 삼성 반도체 피해자가 실제 모델
[오마이뉴스] 성하훈 | 13.10.07 14:17 | 최종 업데이트 13.10.07 16:33
▲ 1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삼성 반도체 피해자들의 이야기 <또 하나의 가족> ⓒ 부산국제영화제 |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딸을 백혈병으로 잃은 아버지. 자본의 힘을 동원해 백혈병 유발 원인을 제공한 공장의 사정을 은폐하고, 피해자들을 회유해 진실을 숨기려는 거대기업. 또 다른 피해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힘을 합쳐 맞서 싸우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려는 사람은 없고 대다수가 외면한다. 그나마 정의감 넘치는 노무사마저 없었다면 제대로 된 시작도 못 해 볼 싸움이다. 그렇다고 달걀로 바위 치기를 감행하는, 골리앗 기업에 맞선 작은 민초의 저항은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들의 싸움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은 산재를 은폐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반성은커녕 온갖 술수만을 부리는 한 거대기업에 대한 고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진성으로 표현됐지만, 그 기업이 삼성임은 누구든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치보다는 자본이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거대기업에게 노동자들은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게 보인다.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돈을 앞세운 재벌기업의 만행은 씁쓸한 기분만을 안겨준다. 더욱이 바로 지금 이 순간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에 착잡함은 배가 된다.
거대기업을 향한 힘없는 피해자들의 분노
가난하지만 착실하게 살아온 속초의 택시 운전사 한상구. 고등학교 졸업 후 대기업 반도체 공장에 취직한 상구의 딸 윤미는 백혈병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 후 요양하며 치료를 받는다. 건강하던 딸이 큰 병에 걸린 것을 그저 개인적인 질병으로 치부하지만, 같은 작업장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의문이 싹튼다.
집으로 찾아온 회사 직원은 사직서를 받아가면서 500만 원을 제시해 주고는 산재 신청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작업 환경이 질병의 원인이랄 수 있는 의심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개인적인 발병일 뿐이라며 발뺌한다. 뒤로 다른 직원들에게는 윤미에 대한 면회나 연락도 금지할 만큼 거대기업의 태도는 위선적이고 교활하기만 하다. 산재 신청도 거부당하면서 상구는 딸에게 생긴 질병의 원인이 회사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동분서주하지만, 윤미는 끝내 상구가 운전하는 택시 뒷자리에서 눈을 감는다.
▲ 영화 <또 하나의 가족>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은 커다란 분노와 함께 더 이상 같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결심으로 이어지면서 거대기업을 향한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헤치려는 노무사와 뜻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만, 언제나 좌절의 연속일 뿐.
거대기업은 자본의 힘을 활용해 비겁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질병의 원인인 작업장의 현실을 은폐하기 위해 최고 안전 사업장으로 포장한다. 겉과 속이 다른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거대기업의 이중성은 자본의 시대 거대기업의 오만함을 겨냥한다. 그렇지만 정의가 설 땅은 별로 없어 보인다. 힘없는 서민이 거대 자본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음이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그렇지만 영화는 패배감보다는 작은 희망을 담고 있다. 99번의 싸움에서 져도 한 번의 승리를 염원하는 민초들의 의지와 역할이 모여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보잘 것 없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승리일지언정 그 가치가 소중하고 짜릿하게 다가온다.
힘없는 사람들의 거대기업 밀어붙이기가 마냥 통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부도덕한 자본의 힘이 더 유리하고 승리하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떨고 있는 기업의 모습이 드러난다. 재판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겠다며 합의를 요청하는 액수가 그렇다. 양심적이지 못한 야만적 행동을 일삼는 거대기업을 향해 던져지는 피해자들의 달걀이 바위처럼 단단한 기업에게 흡집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교훈이다.
자신의 택시 뒤에서 숨져간 딸의 모습에 통곡하는 상구의 모습은 가슴 아릴 정도로 슬픔을 자극한다. 노동자들을 부속품으로 생각하는 양심 없는 비인간적 기업의 위선을 까발리는 목소리는 힘이 느껴진다. 자본의 불의를 못 지나치는 노무사의 헌신과 지칠 법한 상황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며 일어서는 피해자 가족들. 그것이 거대기업의 위선적 구호를 빗대 붙였지만, 그 실질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또 하나의 가족>이 알려준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영화를 만들지 않아야 할 이유 없었다"
▲ 지난 4일 저녁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또 하나의 가족> 제작진과 연출자 배우들. ⓒ 성하훈 |
1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 <또 하나의 가족>이지난 4일 처음 공개됐다. 삼성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에 들어갔을 때부터 화제가 됐던 <또 하나의 가족>은 예매가 매진될 만큼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되는 작품. 첫 상영 역시 모든 좌석이 가득 찬 가운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이 나와 관객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영화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가족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를 모델로 하고 있다. 황유미씨는 21살이던 2003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2005년 급성골수병 진단을 받았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삼성전자 측은 황상기씨에게 유미씨의 백혈병은 개인 질병일 뿐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발뺌했으나, 황상기씨는 산재 인정과 함께 다른 피해자들의 사례까지 취합하며 삼성에 맞서 싸우고 있다.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으로 만들어져 지난 5월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는데,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에 대한 극영화 버전인 셈이다. 이날 상영에는 황상기씨도 직접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작품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은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주위에서 다들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이유는 "다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세상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구 역을 맡아 주연으로 열연한 배우 박철민씨는 "시나리오를 먼저 읽어본 딸이 꼭 하라고 했다"고 말하고, 주특기인 애드리브와 관련해 "지금까지 애드리브를 안 한 영화가 <혈의 누> 한 편이었다"면서 "이번에는 애드리브 한 부분이 한 장면 있었는데, 편집됐다"고 말했다. 박철민씨는 <또 하나의 가족>에서 상당히 진지한 모습으로만 등장한다.
엄마 역을 맡은 윤유선씨는 영화의 소재에 대한 부담이 없었냐는 질문에 "친구들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간 대기업 드라마도 많이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딸 윤미와 아들 역할로 나오는 배우 박희정, 정영기씨는 "시나리오가 좋아 역할을 해보고 싶었고 주변에서는 괜찮겠냐고 했지만 여기까지 왔다"면서 "배우의 꿈을 이루게 돼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작두레 계속 모금 중... 제작보다는 상영이 더 관건
▲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실제 모델인 황상기씨가 4일 부산국제영화에서의 첫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성하훈 |
이날 관객과의 만남에는 제작자인 박성일 윤기호 PD 등도 자리를 함께했는데, 이들은 제작비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 제작두레를 통한 모금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가족>은 작품의 내용이 거대기업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의 투자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6500명 정도가 참여해 2억7천만 원 정도를 모금했다. 제작비가 8억 원 정도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아직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어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여기까지 왔다면서 관객들의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면 영화는 상식대로 갈 수 있다"면서 "제작 과정에서 쫄았던 면도 있었고 자기검열도 생겼던 것 같으나, 생각했던 만큼 어떤 방해를 받거나 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의 실제 모델인 황상기씨는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영화를 잘 만들었냐는 얼마나 많이 보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조연으로 노무사 역할에 김규리, 변호사 역에 박혁권, 판사에 정진영씨 등 이른바 '개념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한편 국내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제작 과정에서 방해가 없었다고는 해도 상영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최근 <천안함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삼성 비판 영화에 대해 CJ나 중앙일보가 지분을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 상영관 등이 극장을 쉽게 열어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관객들과 만나는 개봉 과정에서 대기업 자본의 방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삼성 비판 영화, 만들지 않을 이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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