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공세탓 대화록 공개했다더니…그 이전부터 ‘기획’ 드러나
4월19일 “대통령기록물 맞나” 공문
댓글사건 검찰 송치되자 즉각 대응
공개 염두에 두고 기록원에 확인작업
국가기록원서 원하는 대답 못듣자
5월8일, 이번엔 법제처에 다시 물어
[한겨레] 송호진 기자 | 등록 : 2013.09.30 08:47 | 수정 : 2013.09.30 23:20
국가정보원은 지금까지 ‘야당의 왜곡 주장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강변해왔다.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고 발언한 것처럼 국정원이 대화록을 짜깁기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지난해 대선에서 활용했다고 주장하니까 그 대응 차원에서 대화록을 전면 공개했다는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6월2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야당이 자꾸 왜곡하니까 국정원의 명예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그랬다(공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6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과 청와대의 대화록 공개 시나리오 의혹을) 주장하자, 남재준 원장이 의문 해소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29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한겨레>에 단독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박영선 의원이 발언하기 훨씬 전인 4월부터 대화록 공개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치밀한 준비 작업을 진행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정원이 자신들이 보관하던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법령해석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한 시점이 ‘4월19일’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간 국정원은 대화록 공개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니라며 “검찰도 지난 2월 ‘국정원 관리 대화록은 공공기록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해왔다. 국정원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이 ‘결론’을 내려줬음에도 불필요한 유권해석을 굳이 국가기록원에 다시 요청한 셈이 된다.
하지만 경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정치관여 금지)로 검찰에 송치한 4월18일,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해당 사건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예고하자 국정원의 대응도 긴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동욱 검찰총장은 수사팀에 “국정원 관련 의혹사건 일체는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인 만큼 한점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게, 사상 처음 꾸려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제청·임명된 채 총장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전반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국정원은 몹시 긴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채동욱표 검찰’이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사건으로 결론 낼 경우 국정원 개혁 요구가 높아질 것에 대비해 이를 반전시키려고 ‘대화록 공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정원은 국가기록원이 유권해석 답변서에서 “국정원이 대화록을 생산·보관하고 있다면 공공기록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회담을 주관한 기관이 어디인지 등 사실관계에 따라서 기록물의 성격이 달라질 여지가 있으며, 국정원 보관 대화록과 동일한 기록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도 존재하면 대통령기록물에 준해 관리돼야 한다”고 해석하자, 5월8일 법제처에 해석을 재의뢰했다. 더구나 국정원은 국가기록원의 유권해석 회신이 5월10일에 나왔는데도, 회신 내용을 미리 알아낸 뒤 8일에 국가기록원의 해석을 담아 법제처에 다시 의뢰하는 등 다급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6월14일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등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과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그 여파로 6월20일 오전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에 의견접근을 이루자, 국정원은 급기야 이날 오후 대화록 발췌본, 24일 대화록 전문 공개 카드를 꺼냈다. 이후 정국은 국정원의 의도대로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고, 민주당이 국회 의결을 통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나서면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한동안 잊혀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줄 알았던 대화록을 찾지 못하는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사초 실종 논란’이 검찰 수사로 번졌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국정원은 처음부터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열람·공개로 방향을 정한 뒤, (최소한의 법적근거를 위해) 대통령기록관과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의뢰했다가 답변이 무시되자 무단 공개를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야당공세탓 대화록 공개했다더니…그 이전부터 ‘기획’ 드러나
4월19일 “대통령기록물 맞나” 공문
댓글사건 검찰 송치되자 즉각 대응
공개 염두에 두고 기록원에 확인작업
국가기록원서 원하는 대답 못듣자
5월8일, 이번엔 법제처에 다시 물어
[한겨레] 송호진 기자 | 등록 : 2013.09.30 08:47 | 수정 : 2013.09.3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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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지금까지 ‘야당의 왜곡 주장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강변해왔다.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고 발언한 것처럼 국정원이 대화록을 짜깁기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지난해 대선에서 활용했다고 주장하니까 그 대응 차원에서 대화록을 전면 공개했다는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6월2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야당이 자꾸 왜곡하니까 국정원의 명예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그랬다(공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6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과 청와대의 대화록 공개 시나리오 의혹을) 주장하자, 남재준 원장이 의문 해소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29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한겨레>에 단독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박영선 의원이 발언하기 훨씬 전인 4월부터 대화록 공개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치밀한 준비 작업을 진행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정원이 자신들이 보관하던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법령해석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한 시점이 ‘4월19일’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간 국정원은 대화록 공개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니라며 “검찰도 지난 2월 ‘국정원 관리 대화록은 공공기록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해왔다. 국정원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이 ‘결론’을 내려줬음에도 불필요한 유권해석을 굳이 국가기록원에 다시 요청한 셈이 된다.
하지만 경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정치관여 금지)로 검찰에 송치한 4월18일,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해당 사건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예고하자 국정원의 대응도 긴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동욱 검찰총장은 수사팀에 “국정원 관련 의혹사건 일체는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인 만큼 한점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게, 사상 처음 꾸려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제청·임명된 채 총장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전반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국정원은 몹시 긴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채동욱표 검찰’이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사건으로 결론 낼 경우 국정원 개혁 요구가 높아질 것에 대비해 이를 반전시키려고 ‘대화록 공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정원은 국가기록원이 유권해석 답변서에서 “국정원이 대화록을 생산·보관하고 있다면 공공기록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회담을 주관한 기관이 어디인지 등 사실관계에 따라서 기록물의 성격이 달라질 여지가 있으며, 국정원 보관 대화록과 동일한 기록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도 존재하면 대통령기록물에 준해 관리돼야 한다”고 해석하자, 5월8일 법제처에 해석을 재의뢰했다. 더구나 국정원은 국가기록원의 유권해석 회신이 5월10일에 나왔는데도, 회신 내용을 미리 알아낸 뒤 8일에 국가기록원의 해석을 담아 법제처에 다시 의뢰하는 등 다급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6월14일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등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과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그 여파로 6월20일 오전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에 의견접근을 이루자, 국정원은 급기야 이날 오후 대화록 발췌본, 24일 대화록 전문 공개 카드를 꺼냈다. 이후 정국은 국정원의 의도대로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고, 민주당이 국회 의결을 통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나서면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한동안 잊혀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줄 알았던 대화록을 찾지 못하는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사초 실종 논란’이 검찰 수사로 번졌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국정원은 처음부터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열람·공개로 방향을 정한 뒤, (최소한의 법적근거를 위해) 대통령기록관과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의뢰했다가 답변이 무시되자 무단 공개를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야당공세탓 대화록 공개했다더니…그 이전부터 ‘기획’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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