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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트위터 대선개입’] NLL로 문재인 비방, 단일화 땐 안철수 공격… 박근혜엔 ‘찬양’만

[국정원 ‘트위터 대선개입’] NLL로 문재인 비방, 단일화 땐 안철수 공격
박근혜에게는 ‘찬양’만
[경향신문] 이효상·조형국 기자 | 입력 : 2013-10-21 06:00:16 | 수정 : 2013-10-21 07:42:23


원세훈 국가정보원’은 2012년 대선 일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대선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하면 그때마다 트위터에 글을 작성하고 퍼날랐다. 이 작업은 지난해 대선 직전인 12월18일까지 계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9월1일부터 대선 전날까지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는 트위터 게시글과 퍼나른 글(리트윗) 5만5689건을 찾아냈다. 하루평균 510건씩 밤낮없이 작성하고, 퍼나른 셈이다.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계정들은 작성된 트위터 글을 조직적으로 올렸고, 글들은 때로는 초 단위로 유포됐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 국정원 직원들은 ‘환부’를 더 벌리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때는 국정원 직원들은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국정원은 ‘누군가의 등은 떠밀고, 누군가의 발은 걸기도’ 하면서, 숨가쁘게 대선 레이스를 달린 셈이다.


▲ 국정원, 이슈 때마다 트위터 글 작성·퍼날라
박근혜 후보 인혁당 재판 사과 회피 땐 ‘고요’
선거 개입 의혹 나오자 박 지지글 더 많아져



■ 안 후보 측 “새누리당 협박” 폭로하자, 안 후보 비난

안철수 후보가 출마의사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9월6일 안 후보 측의 금태섭 변호사는 “새누리당 대선기획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전화해와 안 원장의 출마를 막으며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 공보위원이 폭로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안 원장이 과거 산업은행에서 투자를 받으며 투자팀장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과 ‘안 원장이 최근까지 음대 출신 30대 여성과 사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안 후보 측은 새누리당 측에서 제기한 의혹을 공개하면서 박근혜 후보 측을 공격하는 전략을 택했다.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국정원 트위터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 트위터는 그날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금일 안철수의 뇌물과 여자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한 안철수와 측근 아이들…이 아이들은 대통령선거를 뭐 학교반장선거 인 줄 아나 폭로가 5000만 국민이 지들편을 들지 아나보네요. 누가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르는…”이라고 트위터 글을 퍼날랐다.

9월16일 민주당은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문 후보는 정치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13개지역 경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대선 정국의 한 축이 확정된 날 국정원 트위터는 ‘민주당 경선을 폄하하는 글’을 쏟아냈다. 한 트위터는 “민통당 경선을 야구용어로 정리하면? 문재인-무관심 도루왕. 손학규-루킹삼진왕. 경선 자체는 퓨처스리그(2군리그)”라고 썼다.

사흘 뒤에는 안철수 원장이 무소속 대선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작성된 글 대부분은 안 후보를 공격하는 글들이었다. 한 트위터 계정은 “안철수가 확보한 첫 땅은 농민을 후려쳐서 (편법으로?) 산 땅이고, 안철수가 확보한 첫 집은 철거민 후려쳐서 산 집이다. 이런 안철수를 치어리더로 써먹겠다고 눈독 들이는 문재인은 또? 뭐?”라는 글을 쓰며 안철수 후보와 관련된 그간의 의혹을 복기했다.


■ 박 후보, 과거사 사과하자, 문 후보에 공세

9월10일 박근혜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해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야당이 박 후보에게 끈질기게 촉구하던 ‘과거사 반성’ 요구를 또다시 회피한 것이다.

박 후보를 비판하는 글과 성명들이 잇달았지만 국정원 트위터는 고요했다. 오히려 안 후보의 ‘의혹’을 계속해서 작성·유포했다. 하지만 박 후보를 비판하는 글이 트위터상에 다수 유포되자 국정원 트위터도 행동에 나섰다. 발언 당일 한 국정원 트위터는 “박정희의 딸이라서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연좌제의 함정에 여전히 빠져들고 있는 것. 부디 정책을 보시길~”이라는 글을 퍼날랐다.

9월24일에는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를 반성하라는 비판 여론에 떠밀려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간 ‘과거사’ 논쟁이 나올 때마다 박 후보를 방어하는 데만 급급하던 국정원 트위터들은 이날을 기화로 적극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박 후보가 사과했으니 문 후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오를 사과하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한 트위터는 “박근혜가 과거사에 대해 국민 앞에 밝혔다. 이제는 문재인 차례다. 노통 시절 친히 주도했던 각종 의혹들에 대해 국민 앞에 밝혀야. 노통의 죽음에 대해, 권양숙의 거금수수, 국민노름판 바다이야기, 과거사위원회에서 뒤집은 22개의 보안사건, 캠코시티 3000억 증발”이라는 글을 올렸다.

안 후보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진 28일에는 안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공격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트위터는 “안철수, 다운계약서 이어 이번에는 서울대 채용 때 제출한 논문이…충격: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공동저자로 등재된 학술 논문이 저자 중 한 명의 석사 논문을 그대로 ‘재탕’한 것 아니냐는…”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글은 안 후보를 ‘까도남’이라 지칭하며 “안철수 본인명의 다운계약서? 논문재탕 논란: ???? 까도 까도 뭔가 더 나오는 남자… ‘까도남’ 등장”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 정문헌 의원 ‘NLL 포기발언’ 폭로 게시글로 트위터 ‘도배’

10월 한 달을 통틀어 가장 빈번히 오간 트위터 글은 해가 바뀐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글이었다. 이슈의 골자는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처음 제기한 이 이슈는 10월 둘째주에 처음 제기돼 대선이 끝날 때까지 국정원의 트위터를 장악했다. 한 트위터 계정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과 NLL 발언을 연결시키며 “北이 준 녹취록, 현재 통일부·국정원 보관 정문헌 에쿠쿠 자살한 이유가 있었넹”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전날 정수장학회 이슈가 터졌다. 정수장학회 측이 문화방송과 협의해 장학사업을 벌이겠다는 게 골자가 됐다. 국정원 트위터는 NLL 발언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지만 일부 트위터는 “전 민주당 국회의원 김원길이 밝히는 정수장학회 진실(동영상 꼭 보시고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같은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10월21일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자 국정원 트위터는 박 후보의 발언을 옹호하는 글을 다수 작성했다. 한 트위터는 “박근혜 정수작학회 회견-원고 없이 명쾌한 답변 일사천리..;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정수작학회에 대한 기자회견을 방금 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와는 달리 원고도 없이 대단히 단호하고 명쾌하며 빠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일주일 뒤인 28일에는 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 공방이 있었다. 한 트위터는 “개민주당 떨그지들..투표시간 저녁 8시까지 연장하라고, 쌩쑈를 하는데. 거까짓거~~밤 11시까지 연장해주지? 개종북 싫어하는 무당중도파들..글구 거동불편하신 어르신들 제다 투표장으로 몰려와서 개종북이들의 집합소 민주당과 문씨~”라는 글을 작성해 유포했다.


■ 문·안 단일화 논의하자, 공격글

11월에 들어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무르익자 단일화를 공격하는 글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다. 11월5일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단일화 회동을 제안한 날이 시작이 됐다. 한 트위터는 “일부 국민을 그냥 바보 만드는 후보 단일화 정치적 욕망이 국민의 희생을 요구해서 되나”라는 글을 썼다. 11월19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대화록 공개를 거부했다며 원세훈 국정원장을 고발하자 한 트위터는 “문재인 NLL 거짓말로 넘어가는데 원세훈 국정원장은 노무현, 김정일 대화록 있고, 심지어 음성파일도 있고, 여야가 공개할 수 있다 했는데, 공개 안해,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어제 검찰고발해놓은 상태입니다”라고 썼다. 11월22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회동이 있을 때 단일화를 비방하는 글이 다시 나타났다. 한 트위터는 “지금 안철수 문재인이 하는 이야기는 솔직히 대학학부생 수준도 안된다. 특히 경제부분 이야기는 알맹이는 없다. 저 정도 이야기면 말주변 있는 경제 혹은 경영학부 1학년이면 경제학개론 목차 보고 할 수 있는…”이라고 썼다.

11월23일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양보에도 단일화라는 야권의 대명제는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를 놓치지 않고 국정원 트위터는 “문재인 똥됐다! 찰스가 새 정치는 뒤로 미룬단다…결국 불쏘시개는 무대 뒤로 아웃”라고 썼다.


■ 12월엔 비방보다 박후보 지지 글

12월 들어 후보자 TV토론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4일 1차 TV토론 이후에는 “종북당 종북녀가 오늘 tv대선토론에서 박근혜 저격수 역할을 하러 나왔구나, 그 미친년은 말도 잘하네, 지가 불리한 건 무조건 아니라하고 답도 안하고 자기 질문에 자기 미화만 하는구나, 종북당 너희들이 당 자체 행사 시에 애국가를 언제 불렀다고 말이야”라는 글이 게재됐다. 10일 2차 TV토론 이후에도 비슷한 글들이 게재됐다. 박근혜 후보가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들도 잇따랐다. 한 트위터는 “박근혜 후보가 생각보다 오늘 선방하고 있네요. 선거운동하느라 과로했는지 얼굴이 꽤 부어보이는데 토론은 문재인 이정희 균형자 역할 잘하고 있군요. 안정감이 있네요”라는 글을 리트윗했다.

16일 3차 TV토론은 박 후보와 문 후보의 1:1토론으로 이뤄졌다. 트위터는 “박근혜 후보는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지율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늘 국민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닥민심이 튼튼하다. 결과도 예상 밖으로 잘 나올 것이다. #대선”이라고 썼다.

12월은 대체로 문 후보를 비방하기보다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왔다. 대선이 가까워 오며 글 작성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12월11일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에 경찰이 수사를 착수한 이후에도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트위터를 통한 글 작성은 대선 전날인 12월18일까지 계속됐다.


출처 : [국정원 ‘트위터 대선개입’] NLL로 문재인 비방, 단일화 땐 안철수 공격… 박근혜엔 ‘찬양’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