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 개통 전까지 ‘면허 발급 위법’ 알릴 시간 있다”
‘철도파업, 끝나지 않은 이야기’ 나눈 노조원·가족·시민
[경향신문] 박철응·김지원 기자 | 입력 : 2014-02-06 21:32:52 | 수정 : 2014-02-06 21:32:52
철도노조 조합원과 가족,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물었던 대학생, 파업을 지지했던 시민, 철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해 말 23일간 이어졌던 철도파업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철도노조 주관으로 지난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열린 ‘철도파업,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집담회였다. 신동호 서울 차량지부 조합원(정비사)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필수 근무자들이 ‘형평성 기금’이라고 이름붙여 모두 임금을 가져와서 나누고 있다”며 “‘우리는 하나’라는 그런 생각으로 23일 동안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투쟁이 두렵지 않고 파업이 불안하지 않은 노동자는 없어… 삶의 가치 찾기 위한 것”
■ “자부심 높은 파업… 우리의 꿈은 하나였다”
참석자들은 정보기술의 힘과 도움이 컸다고 했다. 박세증 철도노조 청량리 기관차 승무지부장(기관사)은 “예전에는 파업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유선으로 일일이 확인했는데 이번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헛소문이 돌아도 바로 확인해 사실관계를 증명해줬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나누면서 심리적으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큰 힘은 국민적 지지였다”고 말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도 옆에서 주된 동력이 됐다. 신동호 조합원은 “우리 문제이고 안 할 수 없으니까 맞고 깨지더라도 하자고 파업에 나선 건데, 대자보 이후에 조합원들 얼굴색이 바뀌었다”며 “모두들 들떠서 대자보 얘기하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느끼는 문제를 우리를 통해서 나누는구나’ 싶은 자부심으로 파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네트워크’에 참여한 김예찬씨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무슨 일인가 싶어 캠퍼스에 가봤더니 말도 안되는 일이 펼쳐져 있었다. 대학을 7년 다녔는데 의대생이 대자보를 붙인 건 처음 봤다”면서 “정말 감동받은 것은 대학생뿐 아니라 혼나고 징계받는 걸 감수해야 하는 청소년들까지 직접 대자보를 붙였다는 것이다. 눈물이 났다. 그런 걸 보면서 철도 민영화뿐 아니라 국정원 선거개입, 밀양 송전탑 등의 부당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들불처럼 번져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섭 조합원의 아내인 민양운씨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남편이 파업 준비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심란함이 느껴졌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나에게 오는 잔을 피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왔었다”고 말했다.
힘든 파업 기간이었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했던 연장선인 듯 집담회 분위기도 무겁지 않았다. 신동호 조합원은 “처음에 파업 돌입할 때는 선배들과 며칠 낚시나 가야겠다고 했는데, 막상 파업 들어가니까 노조 지도부가 매일 출퇴근시켜서 낚시 가방을 들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지지해주는 여론이 많았지만 황당한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 사회를 본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철도노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와 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해서 반갑게 응대했는데, ‘너네 선물은 해고야’ 하고 끊어버리거나 ‘종북’을 외치고 끊는 전화도 있었다”며 웃었다.
■ “철도 경쟁의 허구 알려내겠다”
김기태 전 철도노조 위원장은 “투쟁이 두렵지 않고 파업이 불안하지 않은 노동자는 없다”면서 “하지만 조합원들이 10여년간 투쟁을 통해 정부와 회사 측 대응 매뉴얼을 예상하고 있었다. 파업 때 전국을 돌며 조합원들을 만났는데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투쟁을 통해 자기 삶의 가치를 찾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철도파업은 국회 소위원회 구성을 조건으로 마무리됐다. 소위에 참여하고 있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대한 면허 발급이 위법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려내야 한다”면서 “철도 경쟁으로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시뮬레이션해서 얼마나 허구적이고 국민 부담만 키우는지를, 민간 자본의 배불리는 문제점을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수서발 KTX 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충분히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김기태 전 위원장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정말 열심히 투쟁했는데 그걸 받아안을 정치 세력이 없었다고 본다. 항구적인 입법화 등으로 가져가지 못한 것이 아쉽고 정치 세력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코레일이 노조에 청구한 152억원의 손해배상은 ‘발등의 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철도노조가 규모가 크다고 해도 감당하기 힘들다. 예전에는 구류 며칠 살고 나오는 식이었는데 요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몇 백만원씩 벌금을 때리는 게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돼버렸다”고 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손배 흐름을 깨기 위해서는 파업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알려져야 한다. 아래로부터 힘을 모아서 역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수서발 KTX 개통 전까지 ‘면허 발급 위법’ 알릴 시간 있다”
‘철도파업, 끝나지 않은 이야기’ 나눈 노조원·가족·시민
[경향신문] 박철응·김지원 기자 | 입력 : 2014-02-06 21:32:52 | 수정 : 2014-02-06 21:32:52
철도노조 조합원과 가족,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물었던 대학생, 파업을 지지했던 시민, 철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해 말 23일간 이어졌던 철도파업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철도노조 주관으로 지난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열린 ‘철도파업,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집담회였다. 신동호 서울 차량지부 조합원(정비사)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필수 근무자들이 ‘형평성 기금’이라고 이름붙여 모두 임금을 가져와서 나누고 있다”며 “‘우리는 하나’라는 그런 생각으로 23일 동안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가슴 벅찬 대화 지난 5일 저녁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에서 열린 ‘철도파업,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토론회에서 사회를 본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왼쪽)과 철도노조 기관사·정비사, 조합원 가족,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창길 기자 |
▲ “투쟁이 두렵지 않고 파업이 불안하지 않은 노동자는 없어… 삶의 가치 찾기 위한 것”
■ “자부심 높은 파업… 우리의 꿈은 하나였다”
참석자들은 정보기술의 힘과 도움이 컸다고 했다. 박세증 철도노조 청량리 기관차 승무지부장(기관사)은 “예전에는 파업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유선으로 일일이 확인했는데 이번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헛소문이 돌아도 바로 확인해 사실관계를 증명해줬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나누면서 심리적으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큰 힘은 국민적 지지였다”고 말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도 옆에서 주된 동력이 됐다. 신동호 조합원은 “우리 문제이고 안 할 수 없으니까 맞고 깨지더라도 하자고 파업에 나선 건데, 대자보 이후에 조합원들 얼굴색이 바뀌었다”며 “모두들 들떠서 대자보 얘기하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느끼는 문제를 우리를 통해서 나누는구나’ 싶은 자부심으로 파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네트워크’에 참여한 김예찬씨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무슨 일인가 싶어 캠퍼스에 가봤더니 말도 안되는 일이 펼쳐져 있었다. 대학을 7년 다녔는데 의대생이 대자보를 붙인 건 처음 봤다”면서 “정말 감동받은 것은 대학생뿐 아니라 혼나고 징계받는 걸 감수해야 하는 청소년들까지 직접 대자보를 붙였다는 것이다. 눈물이 났다. 그런 걸 보면서 철도 민영화뿐 아니라 국정원 선거개입, 밀양 송전탑 등의 부당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들불처럼 번져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섭 조합원의 아내인 민양운씨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남편이 파업 준비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심란함이 느껴졌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나에게 오는 잔을 피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왔었다”고 말했다.
힘든 파업 기간이었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했던 연장선인 듯 집담회 분위기도 무겁지 않았다. 신동호 조합원은 “처음에 파업 돌입할 때는 선배들과 며칠 낚시나 가야겠다고 했는데, 막상 파업 들어가니까 노조 지도부가 매일 출퇴근시켜서 낚시 가방을 들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지지해주는 여론이 많았지만 황당한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 사회를 본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철도노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와 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해서 반갑게 응대했는데, ‘너네 선물은 해고야’ 하고 끊어버리거나 ‘종북’을 외치고 끊는 전화도 있었다”며 웃었다.
■ “철도 경쟁의 허구 알려내겠다”
김기태 전 철도노조 위원장은 “투쟁이 두렵지 않고 파업이 불안하지 않은 노동자는 없다”면서 “하지만 조합원들이 10여년간 투쟁을 통해 정부와 회사 측 대응 매뉴얼을 예상하고 있었다. 파업 때 전국을 돌며 조합원들을 만났는데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투쟁을 통해 자기 삶의 가치를 찾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철도파업은 국회 소위원회 구성을 조건으로 마무리됐다. 소위에 참여하고 있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대한 면허 발급이 위법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려내야 한다”면서 “철도 경쟁으로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시뮬레이션해서 얼마나 허구적이고 국민 부담만 키우는지를, 민간 자본의 배불리는 문제점을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수서발 KTX 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충분히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김기태 전 위원장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정말 열심히 투쟁했는데 그걸 받아안을 정치 세력이 없었다고 본다. 항구적인 입법화 등으로 가져가지 못한 것이 아쉽고 정치 세력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코레일이 노조에 청구한 152억원의 손해배상은 ‘발등의 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철도노조가 규모가 크다고 해도 감당하기 힘들다. 예전에는 구류 며칠 살고 나오는 식이었는데 요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몇 백만원씩 벌금을 때리는 게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돼버렸다”고 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손배 흐름을 깨기 위해서는 파업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알려져야 한다. 아래로부터 힘을 모아서 역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수서발 KTX 개통 전까지 ‘면허 발급 위법’ 알릴 시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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