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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삼성 경비가 자작극 벌여 고발"

“1인 시위가 귀찮았는지 삼성 경비가 자작극 벌여 고발
[인터뷰] 1인시위 중 삼성측 고발, 법원에선 무죄판결...삼성전자 산재 피해 가족 유영종 씨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발행시간 2014-07-01 12:06:34 | 최종수정 2014-07-01 13:16:28


▲ 딸 명화(33) 씨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증증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려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 위해 싸우고 있는 유영종(58) 씨. 그는 2011년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삼성 경비에게 고발을 당해 벌금 200만원을 통지 받았다. 그러나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해 1심과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유 씨는 삼성 경비들이 자작극을 벌여 자신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2011년 6월 23일 오전 유영종(58) 씨는 황상기 씨와 함께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을 찾았다.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황 씨가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다. 황 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 숨진 딸 유미 씨(2003년 기흥공장 입사, 2005년 백혈병 발병, 23살되던 2007년 사망)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을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코 잡고 쓰러지더니
제가 머리로 박았다고 거짓말"
벌금 200만원 나와 정식 재판 청구 무죄 판결 받아
재판에서 키도 재, 유 씨 머리 경비 코에 닿지도 않아

충북 단양에서 올라온 유 씨와 강원도 속초에서 올라온 황 씨는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뒤, 오후에는 함께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황유미 등에 대한 산재 인정 판결을 내렸다)

황 씨가 먼저 도착하고 유 씨가 조금 늦게 도착했다. 황 씨는 본관 앞에 있었고 유 씨는 멀찍이 떨어져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본관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삼성 경비 직원이 유 씨 앞을 막아섰다.

"그날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본관 뒤로 돌아가는데 경비가 막아서더니 배로 저를 밀쳤어요. 제가 뒤로 자빠져서 옷이 다 젖었어요. 툭툭 털고 일어나는데 다른 경비가 제 뒤에서 제 엉덩이를 밀었어요. (제 몸이 앞으로 쏠리자) 제 앞에 서 있던, 저를 배로 밀쳤던 그 경비가 코를 잡고 뒤로 넘어졌어요. 그러더니 내가 자기를 끌어안고 머리로 코를 박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코를 잡고 쓰러진 경비는 유 씨를 고발했고, 유 씨는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상황이 촬영된 영상을 판독하면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어요. 경찰이 그러더군요. '아저씨는 잘못이 없네요. 저 경비 잘못이네요.' 그래서 저는 안심하고 있었죠. 그런데 코뼈 3주 진단이 나왔다고, 저는 들이받지도 않았는데 벌금 200만원이 나왔어요."

궁금해서 유 씨에게 물었다. "아니 경찰도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고 했고, 경비와는 전혀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벌금 200만원이 나왔나요?"

유 씨가 답했다. "사건을 조작을 한 거예요. 저를 조사했던 경찰서에 항의를 하려고 갔더니 담당 경찰관은 파견을 갔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재판 진행할 때 보니까 증거자료로 삼성이 찍은 영상을 제출했는데, 경비가 배로 저를 밀치는 장면 등은 다 빠져 있더군요."

유 씨는 국선변호사를 선임해서 정식 재판을 요청했고, 결국 1심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에서 영상 판독을 다 하고, 저와 경비를 세워놓고 키도 재 봤어요. 저는 작고 경비는 커서 제 머리가 그 경비 코에 닿지도 않았어요."

딸이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것도 가슴 아픈데
생전 처음 경찰서 가고 재판도 받아
"삼성이 경비 앞세워 이러는 거는 피해자 가족 두 번 세 번 울리는 일
모든 고소 고발 취하해야"

유 씨는 딸이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생전 처음 경찰서도 가 보고 재판까지 받아봤다.

"제 딸이 안 아팠으면 제가 거기(삼성전자 본관)에 갈 일도 없었을 테죠. (삼성이) 돈과 힘을 갖고 경비를 앞 세워서 이런 일을 하는 거는 피해자 가족들을 두 번 세 번 울리는 일예요. 자기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1인 시위를 하는 게 귀찮으니까 계획적으로 경비들이 고소·고발을 하고 그런 건데, 정말 나쁜 짓이죠."

유 씨는 "돈이 없어서 (딸을) 대학에 못 보낸 게 부모로서 가슴이 아프고 죄인이고 그렇죠"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강남 성모병원에서 유 씨를 만난 자리에는 딸 명화(33) 씨와 유 씨의 아내도 함께 있었는데 인터뷰를 하라며 잠시 자리를 비켜줬다. 유 씨 가족은 명화 씨의 치료를 위해 대전에서 서울에 올라왔다가 진료를 받고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명화 씨는 대전여상 3학년 때인 2000년 6월 28일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딸이 큰 회사에 들어갔다고 좋아했던 유 씨는 딸의 입사일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명화 씨는 고온테스트 공정에서 일했다. 반도체 칩을 고온 설비에 넣어 테스트 하고 통과한 칩을 육안으로 재차 검사해 불량을 가려내는 작업이었다.

"닥트 시설이 다 돼 있어서 안 좋은 공기가 다 빠져 나간 다음에 검사를 하면 되는데, 성과 시스템 때문에 (안전에 신경을 안 쓰고) 빨리 빨리 하고 그랬나봐요. 휘발유 냄새도 많이 나고..."

명화 씨는 일한지 1년 반만에 '중증재생불량성빈혈'이란 병을 얻었다. 작년 5월 명화 씨는 어머니의 모혈세포를 받아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혈소판 수치가 7만까지 올랐어요. 정상인은 혈소판 수치가 15만 가량 된대요. 항암 치료로 몸이 다 망가졌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어요. 수술 후 1년이 넘으면 우리 어렸을 때 예방접종을 맞듯이 하나씩 순차적으로 예방접종을 맞아요. 오늘 병원에 와서 예방접종을 맞았어요."

유 씨는 "삼성이 앞으로 커 나가는데 단 한 명의 환자도 생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안전 문제에 철저해야 한다는 당부다.

삼성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측은 현재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3차 교섭까지 진행했는데, 삼성이 그간 제기한 고소·고발 건 취하와 관련해 양측의 마찰이 있었다.

반올림에 따르면, 양측은 5월 28일 2차 교섭에서 대화를 새로 시작하기 위한 신뢰 회복의 일환으로 피해 가족과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를 약속했다. 이에따라 삼성은 고소·고발 취하를 진행했는데, 현재 재판이나 경찰 조사를 진행 중인 4건 중 일부 사건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하했다. 반올림과 연대 활동을 하다 고소·고발된 삼성일반노조 관계자 등은 고소 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삼성측의 고소로 고통을 당했던 유영종 씨는 고소 취하를 약속했던 삼성이 일부에 대해서만 취하를 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일반노조나 다른 단체 사람들도 삼성 피해가 가족들을 위해서 활동한 사람들예요. 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과 교섭이 이뤄지게 된 거고요. 그 사람들도 우리 피해자 가족들과 다 똑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처 : “1인 시위가 귀찮았는지 삼성 경비가 자작극 벌여 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