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기업 공장에서 똑같은 사고로 노동자가 죽을까
[민중의소리]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05-04 19:20:22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죽지 않고 일할 생명권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기본이 무시되는 대기업 현장에서 하청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더구나 사고 당일은 노동자의 생일이라 할 수 있는 125주년 세계노동절 전날이었다.
4월 30일 점심시간을 가져야 할 낮 12시 30분경,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내 신축된 공장(M14라인)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8층 배기탁트(넓이 5㎡, 깊이 3m) 설비 내부를 점검하러 들어갔다가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또한, 4명의 노동자는 뒤늦게 사망자들을 구하러 내부로 들어갔다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현재까지 이번 사고의 가장 주된 원인은 원청인 SK하이닉스의 공사기간 단축으로 보인다. M14라인 가동을 한 달 앞당기기 위한 무리한 작업지시로 24시간 야간작업에, 점심시간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러온 참사인 것이다. 수많은 노동 현장의 중대산업재해가 이와 같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보다는 사업주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작업이 버젓이 허용되면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하청노동자들은 위험하고 무리하다고 알면서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업 현장을 제 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적정공사기간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중대재해 발생시 원청을 포함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기업살인법 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일과건강은 지난 1월 12일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LG파주 디스플레이 질소누출 사고 당시 밀폐 공간 내 작업 시 미흡한 안전조치와 형식적인 화학물질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당국이 지난해 5월 발표했던 ‘산업분야 사고예방제도 개선방안’의 추진결과를 공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지 3개월 남짓 만에 판박이 같은 참사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밀폐공간 내 질식사고는 보다 강력한 안전조치 의무화로 사고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막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밀폐공간 내 작업 시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현재 구출 시에만 강제하고 있는 조치를 작업과정에서도 반드시 착용하도록 강화해야 한다.
제10장 밀폐공간 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
제619조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등)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내용이 포함된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1. 작업 시작 전 공기 상태가 적정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평가
2. 응급조치 등 안전보건 교육 및 훈련
3.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이하 이 장에서 "송기마스크등"이라 한다)의 착용과 관리
4. 그 밖에 밀폐공간 작업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관한 사항
제626조 (구출 시 송기마스크등의 사용)
①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위급한 근로자를 구출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그 구출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송기마스크등을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는 제1항에 따라 지급된 보호구를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착용하여야 한다
이번 사고를 낸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이산화규소 가스와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 누출로 각각 노동자 2명과 13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일어났던 사업장이다.
당시 관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중대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자 처벌이나 별도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중대재해를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대재해의 발생빈도를 논할 때 하인리히의 법칙을 인용하곤 한다. 그것은 바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중대재해와 경상인 재해, 아차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법칙이다. 이것은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고 후 성남지청 한 관계자의 언론인터뷰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옛 속담이 떠오른다. 못하는 것도 아니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왜 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나서야 한다고 하는 걸까.
이 관계자는 “앞의 두 차례 사고 때는 부상자들이 병원 치료 후 ‘실질적인 부상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 해당 사업장에 대해 별도의 안전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일어난 만큼, 면밀히 조사해 안전관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현재순 칼럼] 왜 대기업 공장에서 똑같은 사고로 노동자가 죽을까
[민중의소리]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05-04 19:20:22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죽지 않고 일할 생명권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기본이 무시되는 대기업 현장에서 하청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더구나 사고 당일은 노동자의 생일이라 할 수 있는 125주년 세계노동절 전날이었다.
4월 30일 점심시간을 가져야 할 낮 12시 30분경,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내 신축된 공장(M14라인)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8층 배기탁트(넓이 5㎡, 깊이 3m) 설비 내부를 점검하러 들어갔다가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또한, 4명의 노동자는 뒤늦게 사망자들을 구하러 내부로 들어갔다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 30일 낮 12시23분께 경기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신축 공사장인 8층짜리 반도체공장 건물 옥상 스크러버(유기화학물 소각·배기장치) 안에서 서모(41)씨 등 인부 3명이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뉴시스 |
현재까지 이번 사고의 가장 주된 원인은 원청인 SK하이닉스의 공사기간 단축으로 보인다. M14라인 가동을 한 달 앞당기기 위한 무리한 작업지시로 24시간 야간작업에, 점심시간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러온 참사인 것이다. 수많은 노동 현장의 중대산업재해가 이와 같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보다는 사업주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작업이 버젓이 허용되면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하청노동자들은 위험하고 무리하다고 알면서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업 현장을 제 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적정공사기간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중대재해 발생시 원청을 포함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기업살인법 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계속되는 같은 유형의 화학사고, 대기업 현장마저 기본이 무시되면 답이 없다
일과건강은 지난 1월 12일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LG파주 디스플레이 질소누출 사고 당시 밀폐 공간 내 작업 시 미흡한 안전조치와 형식적인 화학물질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당국이 지난해 5월 발표했던 ‘산업분야 사고예방제도 개선방안’의 추진결과를 공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지 3개월 남짓 만에 판박이 같은 참사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 산업분야별 사고유형 ⓒ일과건강 제공 |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밀폐공간 내 질식사고는 보다 강력한 안전조치 의무화로 사고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막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밀폐공간 내 작업 시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현재 구출 시에만 강제하고 있는 조치를 작업과정에서도 반드시 착용하도록 강화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0장 밀폐공간 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
제619조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등)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내용이 포함된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1. 작업 시작 전 공기 상태가 적정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평가
2. 응급조치 등 안전보건 교육 및 훈련
3.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이하 이 장에서 "송기마스크등"이라 한다)의 착용과 관리
4. 그 밖에 밀폐공간 작업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관한 사항
제626조 (구출 시 송기마스크등의 사용)
①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위급한 근로자를 구출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그 구출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송기마스크등을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는 제1항에 따라 지급된 보호구를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착용하여야 한다
▲ 30일 오후 신축공사장에서 공기조화기를 점검하던 작업자 3명이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에서 경영지원부문장 김준호 사장이 이번 사고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
아차사고, 부상사고에 대한 조치만 제대로 하면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번 사고를 낸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이산화규소 가스와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 누출로 각각 노동자 2명과 13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일어났던 사업장이다.
당시 관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중대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자 처벌이나 별도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중대재해를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대재해의 발생빈도를 논할 때 하인리히의 법칙을 인용하곤 한다. 그것은 바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중대재해와 경상인 재해, 아차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법칙이다. 이것은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고 후 성남지청 한 관계자의 언론인터뷰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옛 속담이 떠오른다. 못하는 것도 아니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왜 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나서야 한다고 하는 걸까.
이 관계자는 “앞의 두 차례 사고 때는 부상자들이 병원 치료 후 ‘실질적인 부상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 해당 사업장에 대해 별도의 안전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일어난 만큼, 면밀히 조사해 안전관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현재순 칼럼] 왜 대기업 공장에서 똑같은 사고로 노동자가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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