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분신’ 독립투사 후손의 유서에 담긴 뜨거운 ‘나라사랑’

‘분신’ 독립투사 후손의 유서에 담긴 뜨거운 ‘나라사랑’
“조국을 껴안고 후회없는 나의 길 나라 살리는 길을 내 발로 걸어가기를”
[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8-15 10:47:31


▲ 최근 일본의 군사재무장 움직임, 박근혜 동생 박근령의 망언 등에 항거해 12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최현열 선생이 분신 하루 전 찍은 사진.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모임

지난 12일 일본의 군사재무장 움직임, 박근혜 동생 박근령의 망언 등에 항거해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80)씨의 유서에서 드러난 뜨거운 ‘나라사랑’이 감동을 주고 있다.

최씨는 전신 60%에 가깝게 3도 화상을 입은 상태로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14일 오전 한강성심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 됐으나 17일까지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최현열 선생이 분신 당시 가방 속에 아들딸에게 남기는 유서 등과 함께 언론사와 7천만 동포에게 남긴 유서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 1쪽.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모임

사경을 오가고 있는 최씨는 분신 당시 가방 속에 2가지 유서를 소지했으며, 이를 채 뿌리지 못했다. 아들 딸에게 남긴 3장짜리 유서와 함께 ‘7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5장짜리 국민들과 언론에 보낼 유서가 준비돼 있었다.

14일 오전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모임’(최현열 대책위) 기자회견에서 ‘7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란 유서와 시 ‘나라사랑’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 유서에서 “나라는 찾았어도 친일파 민족반역자들과 일제에 동조했던 부유층, 영어를 좀 배웠다는 친미주의자들은 낯짝 좋게 떵떵거리며 다니고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은 거리를 헤매고 있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위안부정신대들이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눈물로 하소연해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일본놈들은 기가 더 살아나 잘못된 과거사를 낙서 지우듯 하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웃 중국이나 동남아 여러 나라들과 힘을 합쳐 저들의 약탈, 만행, 살상을 폭로하고 지금 벌이고 있는 1억명 서명운동을 힘있게 전개하고 외교력을 총동원해 전 세계 여성단체와 유엔 인권위원회에 회부시켜 전 세계인 앞에서 국제망신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에게도 “선친이신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대일청구권 자금을 피해자들 위해서는 별로 변상해 준 것 없이 조국건설에 쏟아 부어 이만큼 나라를 발전시켰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부임하신 후로 한일문제나 여성단체를 위해 해 놓은 것이 무엇인가?”라며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의 원만한 해결을 당부했다.

아울러 박근혜 동생 박근령에게도 “아무리 일제 때 일본육사에 입학하려고 혈서까지 쓴 박정희 대통령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딸이라 하지만 전 국민더러 들으라고 그런 막말을 세계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 최현열 선생이 분신 당시 가방 속에 아들딸에게 남기는 유서 등과 함께 언론사와 7천만 동포에게 남긴 유서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 마지막 장.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모임

뿐만 아니라 최씨는 아들 딸에게 남긴 유서에도 지극한 ‘나라사랑’을 담았다.

최씨는 “인간의 가치를 물질세계의 비전한 잣대로 해결하고 이기주의 때문에 이해관계로 날만 새면 싸움질이나 하고 남이야 어찌되였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썩어 문드러진 세상에서 나도 이대로 두면 썩은 것 중에서 더 많이 썩어 곰팡이가 될 개같은 목숨 살면 무엇을 하나 나같은 놈은 죽어야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날 것”이라며 “내 목숨보다 조국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니 내 발로 걸어다닐 수 있을 때 그동안 길러온 내공으로 과거사를 뉘우치면서 창도 방패도 내던져 버리고 국가와 민족의 안녕을 위해 하얀 옷 입고 순수한 얼굴로 조국을 위해 불타는 마음 불나비처럼 뛰어들어 대한민국 제단에 바치고 역사의 향기가 풍기는 나의 조국을 껴안고 후회없는 나의 길 나라 살리는 길을 내 발로 걸어가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나의 이 행동이 가족들의 앞날을 가로막는 일이 되지나 않을까 싶어 밥도 물도 잘 넘어가지 않고 잠도 잘 오지 않는다”면서도 “장부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고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은 너희들을 잘 지켜주리라 믿고 너희들 곁을 떠난다”고 적었다.

이 유서에서 최씨는 “피 눈물 닦던 손으로 억울하고 분해도 찍소리 한번 못 해보고 살았던 가슴 맺힌 한과 고독을 달래보려고 칠십이 넘어서야 쓸 줄 모르는 시를 써봤다”며 “시는 고독한 존제를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요 슬픔을 견디게 하는 안식처요 불안을 덜어주는 스승이요 자신을 지켜주는 유일한 무기였다”고 고백해 ‘나라사랑’이란 시가 어떻게 창작됐는지를 짐작케 했다.

이처럼 2가지 유서와 시를 통해 최씨는 진정한 ‘나라사랑’이 무엇인지를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는 우리에게 알려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편, 14일 최현열 대책위가 전국차원으로 조직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에서도 활동의 근간이 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등이 중심이 돼 광주진보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전남추모연대 등과 함께 광주대책위를 꾸리고 있다.

아울러 대책위는 최현열씨의 뜻을 알리고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을 모으기 위해 온라인 까페를 개설했다. ‘최현열 선생의 나라사랑’(http://cafe.daum.net/70th815)으로, 대책위 관계자는 이 까페에 최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 최현열씨가 분신 당시 가지고 있던 유서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을 각 언론사에 보내기 위해 복사해서 라벨을 붙여놨다. 당초 자식들에게 남긴 유서와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 그리고 언론에 보내는 편지 등 3가지 유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언론용과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형 기자


최현열씨 시 ‘나라사랑’


나라 사랑


조국 너는
더는 타인이 아니요
칠천만 동포가
천년이고 만년이고 살아 갈
사랑하는 우리의 성지이니
너를 버리지 않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왔다.

조국을 버리는 것은 생명을 버리는 것
하늘의 뜻을 거스리는 것
비가 오나 눈보라가 치나
일편단심 너를 섬기는 것은
아버지의 피가 숨여 있고
어머니의 눈물이 배어 있고
화랑도 같은 애국심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조상의 피를 받아
이 땅에 뿌리박고 살고있는
훌륭한 자손들이여
내가 서 있는 땅은 누구의 땅이고
나는 누구의 자식이며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에서 지랐는가
나를 낳고 길러 준
고맙고 은혜로운 조국아
조국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어머님 가슴같은
따스한 온정이 살아 있기 때문이요
우리가 꽃으로 피여 날 땅이기에
우리의 마음속에
국왕처럼 너를 뫼시고
햇살처럼 기대고 산다.

나를 키워주고 안아 준
영혼의 나라 나의 조국아
너 없는 우리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기에
언제나 나라가 무성하기를
자나 깨나 염원하는 백성이다.
아~이름부르기에도 영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
너를 가진 기쁨 무한한 가능성
자랑스럽구나!

우리가 진실로 대한민국의
아들 딸이라면
풀 한 포기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물 한 방울이라도 버리지 않고
발바닥이 닳도록 거닐고 싶은
내 땅 내 조국
우리의 삶을 이 땅에 발붙이고 살고 싶거든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몸과 마음을 바치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36년간 일제에 니라를 빼앗기고
해방이 되자 우리 몸
두 동강이로 갈라져
찢어지고 허물어져
포연이 하늘을 덮었어도
황토빛 눈물을 흘리며
무거운 짐 이끌고 힘있게 살아 온 민족이다.
불멸의 역사 위에 뼈를 묻히고 싶거든
어디서 어떻게 죽든
한 줌의 연기로 사라져도
우리의 핏속엔 민족의 혼이 살아 있으니
우리의 역사가 다시는
굽은 길을 걷지 않도록
조국을 구하고 세계를 구할려면은
녹슬고 정체된 우리들의 의식부터 뜯어 고치고
잠 자던 민족혼을 일깨워
스스로 깨닫게 하고
계속 타오르는 열정으로
우리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
시뻘건 쇳물처럼 녹여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다.

일어나라 조국은 우리를 부른다.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있는 칠천만 동포여!
조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을 곳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생명의 날개로 달고 훨훨 날아
역사의 향기가 풍기는
우리들의 큰 사랑 대한민국을
우리 능력의 열쇠로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꺼져가는 민족혼을 살리고
천 년이고 만 년이 지나도
역사의 향기가 풍기는 부끄럽지 않는

우리들의 큰 사랑
내 조국을 꼭 끌어 안고
불 속이고 물 속이고 뛰어 들어야 한다.
이것이 겨레의 소망이자 사명이다.


출처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의 유서에 담긴 뜨거운 ‘나라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