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펀드’ 만든다고? 펀드가 없어서 일자리가 안 생기나
전시행정에 시장 교란 불 보듯, 혼란만 가중시킬 박근혜의 청년 일자리펀드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15 18:53:21
기자가 종합지 경제부 증권 담당 기자로 일하던 2005년 7월,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 사재 8000만 원을 털어 주식형 펀드 8개에 각 1000만 원씩 가입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주변 동료 선배 기자들로부터 “대통령이 가입했다는 펀드가 뭐냐? 빨리 좀 확인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그걸 알아서 뭐 하시게요?”라고 물어봤더니 선배 기자들은 “이 기자는 그 동안 증권기자 생활 허투로 했구먼.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가 설마 손해를 보겠어? 펀드매니저들이 목숨을 걸고 수익을 낼 거 아냐? 그 펀드에 가입하면 무조건 수익이 나게 돼 있는 거 몰라?”라고 답했다.
간접투자의 싹이 막 꽃피우던 10년 전의 일화였다. 기자가 “선배들이야말로 금융시장을 너무 모르시네요. 한국 금융시장은, 펀드매니저가 ‘대통령 펀드’라는 이유로 수익을 내겠다고 악을 쓰고 덤벼서 수익을 낼 수 있는 3류 시장이 아니에요. 그런 건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라고요”라고 설명을 해도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물론 선배 기자들의 그런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었다. 1970년대만 해도 정부가 대한투자신탁이나 한국투자신탁, 심지어 주요 증권사들까지 관리하며 “이번 주는 화학주를 집중 매도해서 주가를 떨어뜨리고, 건설주를 집중 매수해서 3% 이상 주가를 올려라”는 지시를 시도 때도 없이 했었으니까 말이다.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가 설마 마이너스 수익이 나겠느냐?”는 그들의 생각은 바로 이런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 고정관념이었다. 수 십 년 이어온 독재정부의 관치금융이 얼마나 큰 선입관을 남겼는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10년 전에도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무시했던 이 관치금융의 폐해가 2015년 백주대낮에 진짜로 벌어질 판이다. 박근혜가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청년 일자리펀드’라는 것을 조성한다는 소식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제안으로 국가 최고 지도층이 참여해 조성되는 사회적 펀드는 국내외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당연히 국내외적으로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사례가 없는 이유는 박근혜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런 유형의 펀드가 애초부터 엄청난 시장 교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짓이기 때문에 사례가 없다는 뜻이다.
청년 일자리펀드의 구체적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안종범 수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해진 것은 △정부에서 만드는 펀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조성하는 펀드이고 △ 박근혜의 급여의 일정액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1호 기부자로 참여하며 △ 국무 위원들도 동참하고 △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기부를 받는다는 정도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펀드’가 되려면 박근혜 급여 일부분을 떼어내는 정도로는 아무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현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대부분 꽤 큰 재산을 굴리는 자산가들이긴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큰돈을 내놓아도 펀드가 ‘펀드의 가치’를 발휘할 정도가 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재원의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 구해야 한다. 펀드의 자산이 의미 있는 규모가 되려면 결국 대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얼마가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펀드의 주요 재원은 정부의 압박에 못 이긴 재벌 대기업들의 자발적(?) 기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재원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청와대는 청년 창업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청년 교육에 자금을 쓸 것이라고 한다. 최근 극심한 청년 실업 문제는 청년 교육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5대 재벌이 앞 다퉈 ‘디딤돌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교육에 발 벗고 나서는데, 이게 청년 실업 해소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관련기사 : 5대 재벌이 ‘앞다퉈’ 밝힌 청년고용계획의 진실)
그렇다면 유일하게 효과를 기댈 수 있는 분야는 펀드가 청년 창업 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일이 진짜로 벌어진다면 엄청난 시장 교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식형 펀드 투자와 달리 이번 사회적 펀드의 청년 기업 투자는 투자 대상이 분명히 알려진다. 투자를 받은 기업은 ‘대통령이 투자한 기업’의 위상을 진짜로 얻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투자한 기업’은 공정한 시장 경쟁에서 매우 큰 교란 요인이다. 우선 관납시장에서부터 교란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공무원이 감히 대통령이 투자한 기업이 망하는 꼴을 보려고 하겠는가? “사회적 펀드여서 펀드 수익이 박근혜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는 말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박근혜의 투자 펀드는 전시행정이다. 박근혜의 주머니를 채우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체면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사적 기업들의 거래에서도 ‘대통령 펀드 투자 기업’이라는 칭호는 무조건 플러스 요인이다.
대통령 펀드의 투자 자금은 단지 몇 억 원의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많은 중소 벤처 기업들의 대표이사가 청년으로 교체되고, 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청년 기업으로 포장돼 재창업하는 회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펀드에 가입하면서 가입 펀드 이름을 철저히 비밀에 붙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펀드를 조성해 청년 창업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문제는 이게 애초부터 될 일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 부족으로 고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한국의 재벌들은 지금 금고에 돈을 쌓아두고 있다. 10대 재벌의 현금성 자산은 500조 원이 넘는다. 청년 일자리가 늘려면 이 돈이 제대로 풀려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가 펀드 하나 만들어 대기업으로부터 ‘삥’을 좀 뜯는다고 해서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실제 수많은 청년 기업들에게 제대로 된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가려면 ‘삥’의 규모가 엄청나야 한다. 최소한 수 조 원대 규모로 펀드가 조성돼야 그나마 많은 청년 기업들에게 평등하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혜택을 받는 기업이 많아야 앞에서 언급한 시장 교란도 줄어든다.
하지만 정부가 펀드의 성공을 위해 대기업으로부터 수 조 원의 삥을 뜯는데 성공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시장경제 원리와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법인세 1% 올리는 것도 시장경제가 교란된다며 벌벌 떠는 정부가 대기업으로부터 수 조 원 대의 삥을 뜯을 의지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 펀드는 애초부터 박근혜의 자애로운 마음만을 드러내는 ‘전시 펀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부터 이런 방식으로 청년 기업에 지원을 한다는 자체가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청년 실업률이 도무지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침체의 핵심 원인은 청와대도 인정하는 것처럼 소비가 늘지 않아서다. 소비의 침체는 거의 100% 부의 양극화 현상에 기인한다. 대기업이 500조 원을 쌓아두고 풀지를 않으니, 국민들이 쓸 돈이 부족한 것이다.
펀드를 조성해 대기업으로부터 삥을 뜯는 방식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구조적으로 재벌 대기업이 독점한 부를 공정한 방식으로 사회에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청년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는 지금도 충분하다. 문제는 그 제도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만큼 정부가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자 감세로 국고가 바닥났는데, 청년 창업 기업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돈이 충분할 리가 없다.
청년 창업 기업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아주 간단하고 합리적인 방법이 있다.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로 국고를 채우고, 그 국고를 이용해 규정에 맞는 공정한 심사를 거쳐 청년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고,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사회적 경제의 초석을 닦는 방법으로도 맞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본인의 인기 유지를 하라고 만들어 놓은 자리가 아니다. 효과는커녕 시장 교란만 가져올 이 엉터리 전시 행정은 즉시 중단돼야 마땅하다. 박근혜가 그토록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나도 청년들이 불쌍해 기부했어요”라는 쇼가 아니라, 청년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국고를 확보하는 일이다. 설마 그 방법이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라는 간단한 사실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하나?
출처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펀드’ 만든다고? 펀드가 없어서 일자리가 안 생기나
전시행정에 시장 교란 불 보듯, 혼란만 가중시킬 박근혜의 청년 일자리펀드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15 18:53:21
기자가 종합지 경제부 증권 담당 기자로 일하던 2005년 7월,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 사재 8000만 원을 털어 주식형 펀드 8개에 각 1000만 원씩 가입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주변 동료 선배 기자들로부터 “대통령이 가입했다는 펀드가 뭐냐? 빨리 좀 확인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그걸 알아서 뭐 하시게요?”라고 물어봤더니 선배 기자들은 “이 기자는 그 동안 증권기자 생활 허투로 했구먼.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가 설마 손해를 보겠어? 펀드매니저들이 목숨을 걸고 수익을 낼 거 아냐? 그 펀드에 가입하면 무조건 수익이 나게 돼 있는 거 몰라?”라고 답했다.
간접투자의 싹이 막 꽃피우던 10년 전의 일화였다. 기자가 “선배들이야말로 금융시장을 너무 모르시네요. 한국 금융시장은, 펀드매니저가 ‘대통령 펀드’라는 이유로 수익을 내겠다고 악을 쓰고 덤벼서 수익을 낼 수 있는 3류 시장이 아니에요. 그런 건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라고요”라고 설명을 해도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물론 선배 기자들의 그런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었다. 1970년대만 해도 정부가 대한투자신탁이나 한국투자신탁, 심지어 주요 증권사들까지 관리하며 “이번 주는 화학주를 집중 매도해서 주가를 떨어뜨리고, 건설주를 집중 매수해서 3% 이상 주가를 올려라”는 지시를 시도 때도 없이 했었으니까 말이다.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가 설마 마이너스 수익이 나겠느냐?”는 그들의 생각은 바로 이런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 고정관념이었다. 수 십 년 이어온 독재정부의 관치금융이 얼마나 큰 선입관을 남겼는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10년 전에도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무시했던 이 관치금융의 폐해가 2015년 백주대낮에 진짜로 벌어질 판이다. 박근혜가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청년 일자리펀드’라는 것을 조성한다는 소식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제안으로 국가 최고 지도층이 참여해 조성되는 사회적 펀드는 국내외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당연히 국내외적으로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사례가 없는 이유는 박근혜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런 유형의 펀드가 애초부터 엄청난 시장 교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짓이기 때문에 사례가 없다는 뜻이다.
청년 일자리펀드, 어떻게 조성하고 뭘 하겠다는 것인가?
청년 일자리펀드의 구체적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안종범 수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해진 것은 △정부에서 만드는 펀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조성하는 펀드이고 △ 박근혜의 급여의 일정액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1호 기부자로 참여하며 △ 국무 위원들도 동참하고 △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기부를 받는다는 정도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펀드’가 되려면 박근혜 급여 일부분을 떼어내는 정도로는 아무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현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대부분 꽤 큰 재산을 굴리는 자산가들이긴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큰돈을 내놓아도 펀드가 ‘펀드의 가치’를 발휘할 정도가 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재원의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 구해야 한다. 펀드의 자산이 의미 있는 규모가 되려면 결국 대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얼마가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펀드의 주요 재원은 정부의 압박에 못 이긴 재벌 대기업들의 자발적(?) 기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재원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청와대는 청년 창업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청년 교육에 자금을 쓸 것이라고 한다. 최근 극심한 청년 실업 문제는 청년 교육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5대 재벌이 앞 다퉈 ‘디딤돌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교육에 발 벗고 나서는데, 이게 청년 실업 해소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관련기사 : 5대 재벌이 ‘앞다퉈’ 밝힌 청년고용계획의 진실)
그렇다면 유일하게 효과를 기댈 수 있는 분야는 펀드가 청년 창업 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일이 진짜로 벌어진다면 엄청난 시장 교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식형 펀드 투자와 달리 이번 사회적 펀드의 청년 기업 투자는 투자 대상이 분명히 알려진다. 투자를 받은 기업은 ‘대통령이 투자한 기업’의 위상을 진짜로 얻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투자한 기업’은 공정한 시장 경쟁에서 매우 큰 교란 요인이다. 우선 관납시장에서부터 교란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공무원이 감히 대통령이 투자한 기업이 망하는 꼴을 보려고 하겠는가? “사회적 펀드여서 펀드 수익이 박근혜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는 말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박근혜의 투자 펀드는 전시행정이다. 박근혜의 주머니를 채우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체면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사적 기업들의 거래에서도 ‘대통령 펀드 투자 기업’이라는 칭호는 무조건 플러스 요인이다.
청년 창업 기업 지원? 애초부터 될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통령 펀드의 투자 자금은 단지 몇 억 원의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많은 중소 벤처 기업들의 대표이사가 청년으로 교체되고, 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청년 기업으로 포장돼 재창업하는 회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펀드에 가입하면서 가입 펀드 이름을 철저히 비밀에 붙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펀드를 조성해 청년 창업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문제는 이게 애초부터 될 일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 부족으로 고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한국의 재벌들은 지금 금고에 돈을 쌓아두고 있다. 10대 재벌의 현금성 자산은 500조 원이 넘는다. 청년 일자리가 늘려면 이 돈이 제대로 풀려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가 펀드 하나 만들어 대기업으로부터 ‘삥’을 좀 뜯는다고 해서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실제 수많은 청년 기업들에게 제대로 된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가려면 ‘삥’의 규모가 엄청나야 한다. 최소한 수 조 원대 규모로 펀드가 조성돼야 그나마 많은 청년 기업들에게 평등하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혜택을 받는 기업이 많아야 앞에서 언급한 시장 교란도 줄어든다.
하지만 정부가 펀드의 성공을 위해 대기업으로부터 수 조 원의 삥을 뜯는데 성공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시장경제 원리와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법인세 1% 올리는 것도 시장경제가 교란된다며 벌벌 떠는 정부가 대기업으로부터 수 조 원 대의 삥을 뜯을 의지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 펀드는 애초부터 박근혜의 자애로운 마음만을 드러내는 ‘전시 펀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부터 이런 방식으로 청년 기업에 지원을 한다는 자체가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놓고 전시행정, 문제 원인을 못 보는 청와대
청년 실업률이 도무지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침체의 핵심 원인은 청와대도 인정하는 것처럼 소비가 늘지 않아서다. 소비의 침체는 거의 100% 부의 양극화 현상에 기인한다. 대기업이 500조 원을 쌓아두고 풀지를 않으니, 국민들이 쓸 돈이 부족한 것이다.
펀드를 조성해 대기업으로부터 삥을 뜯는 방식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구조적으로 재벌 대기업이 독점한 부를 공정한 방식으로 사회에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청년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는 지금도 충분하다. 문제는 그 제도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만큼 정부가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자 감세로 국고가 바닥났는데, 청년 창업 기업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돈이 충분할 리가 없다.
청년 창업 기업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아주 간단하고 합리적인 방법이 있다.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로 국고를 채우고, 그 국고를 이용해 규정에 맞는 공정한 심사를 거쳐 청년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고,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사회적 경제의 초석을 닦는 방법으로도 맞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본인의 인기 유지를 하라고 만들어 놓은 자리가 아니다. 효과는커녕 시장 교란만 가져올 이 엉터리 전시 행정은 즉시 중단돼야 마땅하다. 박근혜가 그토록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나도 청년들이 불쌍해 기부했어요”라는 쇼가 아니라, 청년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국고를 확보하는 일이다. 설마 그 방법이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라는 간단한 사실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하나?
출처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펀드’ 만든다고? 펀드가 없어서 일자리가 안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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