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터널 폭발 사고, 위험은 여전하다
시한폭탄을 안고 전국을 달린다
[민중의소리] 현재순(일과건강 기획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10-27 17:04:59
10월 26일 12시 8분쯤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 상주터널 안에서 시너를 싣고 가던 트럭이 전복되며 폭발하여 운전자를 포함한 21명이 중경상을 입고 10여대의 차량이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터널 안 옆차선과 뒤따르는 차량이 유독물 탱크로리 차량이어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시너의 성분은 신경독성, 발달독성, 생식독성이 있는 톨루엔을 비롯해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함유된 나프타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인체 흡입 시 구토, 호흡곤란, 두통, 질식, 의식불명,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장기간 노출 시 신경계통과 생식계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폭발성이 강한 물질이다.
현재까지 사고원인은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운전자 과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화학물질 운송차량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사고가 제도적인 문제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첫째로 화물차 운반의 적법성을 따져봐야 한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은 시너 등 유해화학물질을 운반하려는 자는 영업허가를 받고 운반계획서를 지방환경청에 제출하고 운반차량에는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표시를, 운반하는 자는 안전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각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게 문제이다.
탱크로리와 트레일러 등 화학물질 운반차량은 사전 등록되어 환경부 관리감독 대상이지만 인력과 비용 등의 문제로 전체를 감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일반화물차에 적재되는 화학물질은 그나마 1톤 이상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운반은 사각지대이다. 특히나 일반화물차로 운반할 경우 적재 시 안전조치 준수여부를 관리 감독하기는 쉽지 않다. 조사과정에서 운송차량의 적합성 여부와 안전운행 절차 준수여부가 조사되어야 한다.
둘째는 운송체계 문제점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9월 13일 전남 여수산단 진입도로에서 염산을 실은 탱크로리 차량이 전도되면서 염산이 누출되어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조사와 인터뷰에 따르면 운반차량 노후화와 운송체계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운전자 피로누적이 원인이었다.
불규칙한 운송날짜와 운송시간 등으로 몇 시간씩 대기한다거나 촉박한 운송시간 등으로 안전한 운송을 책임질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들어났던 것이다. 탱크로리 운전자는 “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전국을 휘젓고 다닌다”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유독물인 화학물질 운송은 일반화물과 다른 관점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화학물질 운송차를 지입차가 아닌 화학물질을 운반하려는 사업장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총괄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셋째는 환경부의 화학물질 안전관리 대책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2013년 구미불산 누출사고 이후 계속된 화학물질사고를 막기 위한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당시 언론에 주목을 받았던 사업은 인공위성을 동원한 ‘화학물질 운송차량실시간 추적시스템 구축’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책 활동이 가능하다며 도입 의지를 밝혔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가지만 연구조사사업도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때뿐인 대책으로 사고는 막을 수 없다.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와 사고대응체계에 있어서 미국, 캐나다 등에서 검증된 제도적 장치인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의 조속한 도입을 요구해왔다.
세계 화학물질 사고의 교훈은 정부나 기업 주도만의 관리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화학물질 운송뿐 아니라 전반적인 화학물질관리과 비상대응을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와 알권리가 보장된 지역통합적관리체계인 지역사회알권리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20%에 못 미치는 화학물질공개율을 높이고 중앙에만 있는 화학물질관리 책임과 의무를 지역의 노사민정이 함께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관련된 법안인 ‘화학물질관리법 일부개정안’이 작년 5월에 발의된 상태이다. 1년이 넘게 계류 중인 법안이 이번 11월 국회에서 상정, 통과되길 바란다.
출처 [현재순 칼럼] 상주터널 폭발 사고, 위험은 여전하다
시한폭탄을 안고 전국을 달린다
[민중의소리] 현재순(일과건강 기획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10-27 17:04:59
10월 26일 12시 8분쯤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 상주터널 안에서 시너를 싣고 가던 트럭이 전복되며 폭발하여 운전자를 포함한 21명이 중경상을 입고 10여대의 차량이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터널 안 옆차선과 뒤따르는 차량이 유독물 탱크로리 차량이어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시너의 성분은 신경독성, 발달독성, 생식독성이 있는 톨루엔을 비롯해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함유된 나프타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인체 흡입 시 구토, 호흡곤란, 두통, 질식, 의식불명,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장기간 노출 시 신경계통과 생식계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폭발성이 강한 물질이다.
화학사고 중 20%를 차지하는 운송차량사고
현재까지 사고원인은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운전자 과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화학물질 운송차량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사고가 제도적인 문제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첫째로 화물차 운반의 적법성을 따져봐야 한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은 시너 등 유해화학물질을 운반하려는 자는 영업허가를 받고 운반계획서를 지방환경청에 제출하고 운반차량에는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표시를, 운반하는 자는 안전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각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게 문제이다.
탱크로리와 트레일러 등 화학물질 운반차량은 사전 등록되어 환경부 관리감독 대상이지만 인력과 비용 등의 문제로 전체를 감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일반화물차에 적재되는 화학물질은 그나마 1톤 이상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운반은 사각지대이다. 특히나 일반화물차로 운반할 경우 적재 시 안전조치 준수여부를 관리 감독하기는 쉽지 않다. 조사과정에서 운송차량의 적합성 여부와 안전운행 절차 준수여부가 조사되어야 한다.
26일 상주터널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한국도로공사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화물차
둘째는 운송체계 문제점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9월 13일 전남 여수산단 진입도로에서 염산을 실은 탱크로리 차량이 전도되면서 염산이 누출되어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조사와 인터뷰에 따르면 운반차량 노후화와 운송체계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운전자 피로누적이 원인이었다.
불규칙한 운송날짜와 운송시간 등으로 몇 시간씩 대기한다거나 촉박한 운송시간 등으로 안전한 운송을 책임질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들어났던 것이다. 탱크로리 운전자는 “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전국을 휘젓고 다닌다”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유독물인 화학물질 운송은 일반화물과 다른 관점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화학물질 운송차를 지입차가 아닌 화학물질을 운반하려는 사업장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총괄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셋째는 환경부의 화학물질 안전관리 대책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2013년 구미불산 누출사고 이후 계속된 화학물질사고를 막기 위한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당시 언론에 주목을 받았던 사업은 인공위성을 동원한 ‘화학물질 운송차량실시간 추적시스템 구축’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책 활동이 가능하다며 도입 의지를 밝혔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가지만 연구조사사업도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때뿐인 대책으로 사고는 막을 수 없다.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와 사고대응체계에 있어서 미국, 캐나다 등에서 검증된 제도적 장치인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의 조속한 도입을 요구해왔다.
세계 화학물질 사고의 교훈은 정부나 기업 주도만의 관리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화학물질 운송뿐 아니라 전반적인 화학물질관리과 비상대응을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와 알권리가 보장된 지역통합적관리체계인 지역사회알권리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20%에 못 미치는 화학물질공개율을 높이고 중앙에만 있는 화학물질관리 책임과 의무를 지역의 노사민정이 함께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관련된 법안인 ‘화학물질관리법 일부개정안’이 작년 5월에 발의된 상태이다. 1년이 넘게 계류 중인 법안이 이번 11월 국회에서 상정, 통과되길 바란다.
출처 [현재순 칼럼] 상주터널 폭발 사고, 위험은 여전하다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靑, ‘국정화 비밀TF’에 “국감 위해 한시적 파견” 앞뒤 안 맞는 말만 (0) | 2015.10.29 |
---|---|
새누리 특위 위원 “역사교과서는 시작…경제·문학·윤리·사회교과서도 모두 문제” (0) | 2015.10.28 |
민간어린이집 ‘연가투쟁’, 정부의 무책임이 불렀다 (0) | 2015.10.28 |
21세기판 용팔이, 극우단체 없이 하루도 지탱못할 정권 (0) | 2015.10.28 |
‘국정화 비밀TF’, 고시 확정 후 아예 ‘역사교육’ 조직으로 바뀐다 (0) | 2015.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