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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근로계약서도 없는 비정규직의 죽음, “롯데백화점이 책임져야”

근로계약서도 없는 비정규직의 죽음, “롯데백화점이 책임져야”
지난달 22일 부산본점서 숨진 채 발견
노동계·시민사회 “사태해결” 한목소리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03 14:41:59


▲ 롯데백화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하던 40대 여성이 지난달 22일 백화점 내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롯데의 사과와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행사장 판매원으로 일하던 박아무개(40) 씨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노동단체와 시민사회가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인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10년 간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일해 온 사실이 드러난 데다,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롯데 측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 또한 롯데 책임론을 제기하며 “다시는 억울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0년 일한 노동자 죽음 외면? 롯데백화점 책임론

사건은 일어난 것은 지난달 22일. 박 씨는 부산진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9층 행사장에서 일하던 박 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직원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가 휴식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가 쓰러져 있는 박 씨를 찾았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최종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다.

박 씨는 백화점 입점업체의 판매사원인 이른바 ‘아르바이트’ 형태로 지난 10년 간 일해왔다. 행사시즌 등 일정 기간만 근무하는 형태다. 이날도 박 씨는 모 브랜드가 진행하는 행사에 2일 가량 일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근로계약서 한번 작성한 적이 없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입점업체 직원이 주소, 주민번호 등을 간단하게 알아본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롯데백화점은 ‘입점업체 직원이므로 롯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단기간 고용 형태로 10년 간 롯데를 위해 일했지만, 정작 일터에서 죽고나서도 롯데의 직원임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 3일 부산본점 앞에서 알바노조 부산지부, 노동당 부산시당. 좋은롯데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주최로 알바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롯데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의 ‘고용행태’가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 4천여 명 중 정규직은 불과 5% 미만에 불과하고, 나머지 95% 이상은 입점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박 씨와 같은 단기간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정확한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3일 부산본점 앞, 알바노조 부산지부, 노동당 부산시당. 좋은롯데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롯데가 원청 사용자로 이번 사건에 책임지고 유가족 사과와 산업재해를 인정해야한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들 단체는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을 꼬집으며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박 씨와 같은 알바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유족·알바노조 “책임 인정하고, 사과해야” vs 롯데 “검토해보겠다”

김진만 알바노조 부산지부장은 “롯데 측이 사건이 1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며 “더는 억울한 죽음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도한영 좋은롯데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집행위원장도 “롯데 측이 현행법망을 피해 도의적 책임조차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권우상 노동당 부산시당위원장은 “10년간 롯데에서 일한 이 노동자는 도대체 어디로 출근한 것인가. 롯데와 입점업체는 이 일에 대해 신속히 책임표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백화점의 대응 등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유족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박 씨의 오빠 박창언(42) 씨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생의 억울한 사연을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씨는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났음에도 롯데백화점 측이 한번도 연락하지 않고 있는 것에 분통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관계자는 “사업장 내에서 이런 일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이 부분을 해결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과 알바노조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근로계약서가 없는 부분은 해소가 필요하다. (입점업체에)권고와 캠페인을 통해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분들이 법적 테두리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 3일 부산본점 앞에서 알바노조 부산지부, 노동당 부산시당. 좋은롯데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주최로 알바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롯데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 3일 부산본점 앞에서 알바노조 부산지부, 노동당 부산시당. 좋은롯데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주최로 알바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롯데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출처  근로계약서도 없는 비정규직의 죽음, “롯데백화점이 책임져야”